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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Mar 12. 2023

<빅쇼트>대해부 : 대학살의 유품을 챙긴 자들

1부. 현실은 드라마 보다 막장이다.


어느덧, 영화 <빅 쇼트>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쌓는 글 10편 중 마지막이네요. 저의 피땀눈물이 어린 이전 글들도 꼭 보시길 바랍니다.

 

이전 글에서 말씀드린 MBS(주택담보증권)라는 변종괴물이 미국 주택시장에 풀리자 탐욕의 폭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정부는 감시를 포기했고, 금융자본들은 '맘대로 해'라는 라이선스를 받았습니다. '투자'의 탈을 쓴 빚덩어리는 겁에 질린 신경과 탐욕의 혈관을 타고 바이러스처럼 번져나갔습니다.




결정적 순간 10

판도라의 상자 - 2


MBS는 말 그대로 날개 돋친 듯 팔립니다. 수익률 뉴스가 매스컴을 타며 인기가 많아지자, 당연히 가격이 오릅니다. 빚에 '웃돈'이 붙은거예요. 그런데... 이 상품의 진짜 가치가 뭔지는 묻는 사람이 없네요? 시장은 이 사람들 말을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에요. '투자 전문가'와 '신용평가사'말입니다.


이들의 보고서와 신용등급은 투자의 기준이 됩니다. 그러라고 돈 받는 거 아니겠어요? 또 그런데요... 이 사람들은 결코 일반 투자자를 위해 일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돈 되는 권력, 자기 월급 주는 사람을 위해 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오히려 어렵고 복잡한 리포트와 엉터리 등급으로 혼란을 부추기기까지 합니다. 여기에 언론까지 가세하면 무지한 대중은 홀딱 속아 넘어갑니다. 화려한 언변과 학력, 경력, 그리고 전문용어에 안 속는 게 더 힘들거든요.


멋있고 똑똑해 보이죠? 이 사람은 '폰지 사기'의 창시자입니다. ⓒ Public Domain


부도덕의 번식력


나중엔 죄다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것처럼 전문가들은 자기 거짓말을 스스로 믿어버립니다. 뻔히 보이는 위험에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무도 경고하지 않는 부도덕의 번식력은 무섭습니다. 고삐 풀린 금융가들은 파생상품과 파생상품을 합쳐 ‘합성 파생상품’이라는 2차 변종을 만들기에 이릅니다. 쓰레기 채권의 냄새를 숨기려고 멀쩡한 채권과 뒤섞어 버린 겁니다.


여기 뭘 넣었는지 묻지 마. 나도 몰라!

믿기 힘들겠지만 건강식품 제조 중 ⓒ clipartmax


예를 들어 볼게요. 한 식당의 주력 메뉴가 김치찌개와 비빔밥입니다. 그런데 관리를 잘 못해 쉰내가 납니다. 갖다 버려야 되는데.. 뭐죠? 주인이 양푼이를 꺼내자 주방장은 상한 음식을 거기 넣고 섞어버립니다. 유통기한 지난 고추장도 살뜰히 넣고, 곰팡이 핀 마늘도 정성스레 때려 넣습니다. 비주얼과 냄새가 끔찍하니 여기에 조금의 채소와 새로 지은 밥을 넣고 센 불에 볶아버립니다.


특별히 화려한 꽃무늬 접시에 담아냅니다. 짜잔~ '불맛 나는 특급 고추장 김치 야채 볶음밥'이라는 해괴한 신메뉴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담당기관에선 판매에 문제없다 정도가 아니라 '건강음식'이라는 마크를 떡하니 붙여주네요. 여러분이 식당에 갔는데 이런 이상한 스페셜을 권한다면?


식당 직원은 그걸 화려한 말솜씨로 비싸게 팔아 판매왕이 되고 스포츠카를 샀습니다. 당신이 그걸 먹고 탈이나 죽도록 아프다면 용서가 될까요? 심지어 합법이라 아무도 책임 안 진다면요? 이런 짓을 당시 미국의 신용평가사들은 서슴없이 저질렀습니다. 가관인 것은 그 이유가 경쟁사에게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네요.


비유의 해석입니다.


- 쉰 김치찌개 & 비빔밥 : 부실화 된 1차 파생상품

- 주인 : 자본가, 은행, 증권회사 등의 금융권력

- 주방장 : 금융공학자

- 고추장, 마늘 : 거짓말, 그럴 싸한 명분

- 새 밥 & 야채 : 비교적 우량한 파생상품

- 불맛 나는 특급 고추장 김치 야채 볶음밥 : 합성 파생상품

- 화려한 꽃무늬 접시 : 마케팅, 브랜딩

- 담당기관 : 신용평가사, 금융당국

- 식당직원 : 금융상품판매자 혹은 중계인



대학살의 유품을 챙긴자들의 이야기


영화 <빅 쇼트>에서 크리스천 베일이 소름 돋게 연기한 전설의 투자자이자 '마이클 버리'는 2005년부터 미국 주택시장의 위험을 알아차렸습니다. 너무 많은 부실 파생상품들이 최소한의 기준도 무시한 채 마구 거래되는 와중에 대출이자를 못 갚는 사람들이 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심에는 갚을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투기를 부추겨 돈을 빌려준 서브 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저신용자주택담보대출)가 있었습니다.


내가 미쳤다고? ⓒ IMDb


그는 사람들의 비웃음을 뒤로하고 '거지 같은 파생상품의 폭락'에 엄청난 금액을 배팅했습니다. 그걸 알아차린 소수의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그들이 금융위기에서 어떻게 엄청난 돈을 벌었는지 보여주는 영화가 <빅 쇼트>입니다. 이 영화는 금융계의 부도덕을 극복하거나 정의를 구현한 영웅들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저 시대를 잘 타고 난 금융계 선수들이 돈벼락 맞는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 속 서민들은 부당한 시스템에서 희생되는 금융문맹으로 그려질 뿐입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의 득세로 우리나라도 금융자본주의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경제공부에 넋 놓고 있다간 다음 차례는 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빅 쇼트>를 완전히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빅 쇼트> 티저 포스터 ⓒ IMDb


본격 영화 분석으로 넘어가는 다음 글부터는 대사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금융용어 씹어먹기'를 할 겁니다. 저는 용어의 속뜻을 공부하며 무릎을 탁! 쳤습니다. 용어가 들리니까 금융자본주의의 원리가 이해 됐고, 10번을 보고 나니 투자의 인사이트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진심 소름이었고 삶의 관점이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제 글을 먼저 읽고 영화를 처음 혹은 다시 보신다면, 무슨 말인지 공감하실 거예요.




영화 <빅쇼트> 대해부

[ 1부. 현실은 드라마 보다 막장이다 ] 편 - 끝 -


이어지는

[ 2부. 악마로부터 얻은 아이디어 ] 편에서 계속 만나요.


※ 모든 내용은 개인적 의견이며 어떤 투자의 근거나 재료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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