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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Feb 28. 2023

<빅쇼트>대해부 : 버블 대잔치

1부. 현실은 드라마 보다 막장이다.


앞서, 클린턴 대통령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집 값의 110%를 대출해 준 적이 있다고 했죠?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서 그랬답니다. 그러나 이런 무지막지한 대출은 거품 덩어리 부동산을 호구들에게 떠넘기는 수법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해요. 영화 <빅 쇼트> 완벽한 이해를 위해 잠시 일본으로 가보겠습니다.


LTV 120%? 이건 미친 짓이야!




결정적 순간 08

집 값이 비싸? 넘치게 빌려 줄게


LTV(Loan to Value)는 담보인정비율로 '집 값의 몇 % 까지 대출을 해주나?'입니다. 미국은 한때 120%까지 올렸습니다. 1억짜리 집을 산다면 1억 2천을 빌려준다는 말입니다. 왜냐고요? 곧 2억이 될 거니까요. 그러나 이건 미친 짓이었어요. 사람들은 남는 돈으로 집을 더 삽니다. 투기 목적의 수요가 생긴 거예요. 그러니 파는 사람은 가격을 더 올리죠. 그래도 삽니다. 가격은 4억, 5억 계속 오릅니다. 시세차익 뉴스가 나옵니다. 시장 밖 사람들도 처음엔 박탈감, 다음엔 공포심을 느끼다 결국 투기에 동참합니다. 빚덩어리로 폭탄 돌리기가 시작돼요.


그 게임의 결과 중산층 모두는 큰 빚을 지게 됩니다. 옆집 톰도, 앞집 제인도 더 좋은 집을 사고 행복했지만 그건 분수에 맞지 않게 너무 많이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벌인 빚잔치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몇 년 동안 원금을 한 푼도 갚지 않아도 되니 빚에 무감각해지고 씀씀이가 헤퍼집니다. 이런 걸 ‘부의 효과(Wealth Effect)’라고 합니다. 그러나 환금성이 떨어지는(즉시 현금화 할 수 없는) 부동산은 시장 하락기나 급한 상황에 처분이 힘들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광란의 20년대와 대공황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버블의 끝판왕 일본


'버블'하면 빠지면 섭섭한 일본을 살펴볼까요? 1985년 일본은 낮은 엔화 가치 덕에 수출로 큰돈을 법니다. 그런데 너무 많이 벌었죠. 미국은 일본을 혼내줘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일본 재무장관을 불러 엔화의 가치를 크게 올려 버립니다. 이것을 ‘플라자 합의’*라 합니다. 엔화가 올라가면 일본 제품가격도 올라갑니다. 일본은 수출에 큰 타격을 입죠. 일본 정부의 대책은 '국내 경기 활성화'였습니다.


특히 도로, 항만, 건설 투자와 부동산에 돈을 쏟아붓습니다. LTV가 120%에 달하는 건 일도 아니었습니다. 간 큰 사람들은 수십 수백 채씩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을 사고 해외 부동산 투기에도 혈안이 됩니다. 일본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습니다. 당시 ‘도쿄의 부동산을 전부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금융기관은 대출, 대출, 묻지 마 대출.. 돈놀이에 날이 새는 줄 몰랐습니다. 1985년 ~1989년 닛케이 지수는 3배, 1985년 ~ 1991년 대도시 집값도 3배씩 올랐습니다.


1980년대라 믿어지지 않는 도쿄 긴자의 야경 ⓒ Flicker. Terry Feuerborn


이때 일본 젊은이들은 내 집 마련과 결혼, 출산을 아예 포기합니다. 치솟는 집값 때문에 어차피 물 건너간 주거안정의 꿈 따위는 버리고 대중문화 소비에 집착했습니다. 만화 영화와 음악, 춤에 열광하고 저축보다는 취미생활에 돈을 마구 씁니다. 한편으로는 일본인 특유의 폐쇄성으로 취미생활의 수준을 넘어 한 분야에 광적으로 파고드는 ‘오타쿠 문화’가 발생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 애니메이션, 음반산업과 아이돌 문화 등 일본의 대중문화는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버블과 함께 폭발한 일본 대중문화 ⓒ Public Domain


엔화가 비싸니 외국 물건은 상대적으로 싸지죠. 해외여행, 골프, 명품, 스포츠카, 유흥산업이 불꽃을 태우고 셀러리맨도 금발린 초밥으로 점심을 먹었답니다. 그것이 빚으로 쌓은 탑인 줄 모르고 모두가 부자라 착각했습니다. 국가 전체가 ‘부의 효과’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풍요는 길지 않았습니다. 1989년 5월부터 뒤늦게 금융당국이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급격히 금리를 올리자 부동산 시장은 속절없이 붕괴됩니다. 1988년 2.5%였던 기준금리를 1990년 12월 무려 6%로 올려버렸네요. 빚을 못 갚습니다. 여기저기 집을 토해냅니다. 집값은 수직하락합니다. 금리가 높아 아무도 사주지 않습니다. 어리석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콜라보로 일본 경제는 거의 무너집니다. 1990년부터 2005년까지 부동산 시장은 -76% 폭락합니다. 상업지는 -87%, 주택은 -65% 하락했습니다.  


이제 은행과 기업들이 파산합니다. 이후 일본경제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장기침체인 ‘잃어버린 30년’을 맞게 됩니다. 수십 년째 경제성장률도, 노동자 임금도 그대로입니다. 이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얼마 전 소비세를 대폭 올려버려 실질 구매력은 우리나라가 이미 앞선 상황입니다. 도쿄 외곽 상업지역과 과거 신도시 지역은 유령도시가 되어가고 있으며 지금도 그때 진 빚을 다 못 갚은 신용 불량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사망한 부모가 물려준 고가의 부동산을 상속 포기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가지고 있어 봐야 처분을 못하고 세금만 내니까요.


버블붕괴 이후 일본 실질 GDP성장률


서민의 삶을 연료로 태우며 끝없는 버블 생성과 파괴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정치권력과 금융권력.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요? 어떤 마인드로 시장을 보아야 이 불의 고리에서 타 죽지 않고 내 자산을 지켜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요? <빅쇼트> 대해부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기를 기대합니다.




플라자 합의(Plaza Accord) : 1985년 미국은 막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내고 있던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재무장관을 뉴욕의 플라자 호텔로 불러들입니다. 함께 모인 프랑스, 독일(서독), 영국, 미국의 재무장관들은 더 이상 저평가된 엔화가 누리는 혜택을 좌시할 수 없다며 엔화를 평가절상(돈의 가치를 올림)시켜 버립니다. 말이 합의지 거의 강제였습니다. 일본은 패전국 트라우마로 순순히 따랐습니다.


플라자 합의 때 모인 5개국 재무장관 ⓒ Wikipedia


이것이 우리나라와 동남아 국가에게 엄청난 반사이익을 주었습니다. 값싸고 품질 좋은 일본 제품의 등쌀에 맥을 못 추던 신흥국들은 엔화의 가격이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생겨버렸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엔고시대'를 등에 업고 엄청난 수출증가로 경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반면 일본에게는 80년대 버블경제와 붕괴 그리고 장기침체의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 계속 : 구독과 좋아요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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