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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Feb 19. 2023

<빅쇼트>대해부 : 바보야, 문제는 너야!

1부. 현실은 드라마 보다 막장이다.


영화 <빅쇼트> 대해부를 위한 예열 중입니다. 레이건과 함께 등장한 신자유주의자들이 어떻게 중산층의 천국이었던 미국을 양극화하고, 타락한 금융자본주의의 전형이 되게 했는지 이번 편에서 그 단초를 알 수 있습니다. 




결정적 순간 07

빚내서 집사라.


경기침체 해결을 위해 레이건 정부는 마구잡이로 규제를 풀고, 부자와 기업가의 세금을 내리고, 대신 복지를 줄였습니다. 욕망의 전차에 올라탄 자본가들에게 막대한 연료가 주입된 겁니다. 미국 경기는 일시적으로 회복됩니다. 그러나 미국의 고유가치는 무너졌죠. 고용은 불안해졌고 부자들만 더 부자가 될 뿐이었습니다. 


공공분야, 인프라에 투자되는 예산은 삭감됩니다. 그들에겐 가난한 국민에게 쓰는 돈은 무조건 낭비였습니다. 공교육의 질이 크게 떨어집니다. 교육은 곧 직업과 연결되어 가난하면 성공할 기회 자체가 없어집니다. 복지가 줄어 드니 저소득층의 삶은 더 피폐해져 갑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소득이 늘지 않는 중산층은 저소득층으로 내려앉습니다. 미국 사회는 양극화 일로를 걷습니다. 



양극화의 미국으로


당시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그 상황에도 “결코 고소득자의 세금 인상 따위는 없다.”라고 공언합니다. 당연히 양극화는 더 심해집니다. 그린스펀 연준의장은 금융권에 성과급 상한선을 없애버립니다. 노났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수백억 보너스 잔치를 하며 매일 밤 파티가 열리는데 서민들은 투잡, 쓰리잡을 뛰어야 했습니다. 기업 매출은 올라가지만 세금이 걷히질 않으니 부자나라 미국에서도 깨지고 물이 고이는 도로를 보수할 돈이 없을 지경이니 말 다했습니다.


뉴욕 빈민가 ⓒ Public Domain


복지는커녕 오래전부터 민영화된 의료보험 때문에 직장을 잃는 순간 다치거나 아프면 삶이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이름하여 '의료파산'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도심에서 밀려나 주변에 슬럼가를 만듭니다. 빈민 청소년들은 범죄와 마약에 빠져듭니다. 빈부 격차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각자의 노력 탓’으로 돌리는 개인주의 문화는 근본 문제에 접근조차 못하게 가로막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나기 힘든 ‘사다리 걷어차기’가 만연한 사회가 됐습니다.



주택보급? 빚잔치!


이에 질린 미국인들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을 외친 대통령 후보 빌 클린턴을 다음 대통령으로 선택합니다. 그는 서민들의 기본적 의식주 안정을 위한다며 대규모 주택 보급 계획을 세웁니다. 문제는 그것이 대출 규제를 또 풀어 막대한 ‘빚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일 뿐이라는 겁니다. 부동산 담보대출인 ‘모기지 론’이 다시 대유행합니다. ‘소득, 직업, 자산 불문(No Income, No Job, No Asset)’을 내걸고 무조건 집값의 110%를 대출해 줍니다. 집을 사는데 돈 한 푼 안 들며, 부동산 수수료 3%를 내고도 돈이 남아 차를 바꾸거나 한 대 더 사곤 했습니다.


누구나 집을 갖게 하겠습니다! 단, 잠시 동안만... ⓒ Public Domain


네, 좋습니다. 빚이야 낼 수도 있죠. 이런 걸 ‘레버리지(지렛대)’라고 하며 사업이든 투자든 잘만 이용하면 큰 수익을 냅니다. 문제는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너무 많은 대출을 해주는 것입니다. 가격이 떨어지는 순간 빚은 순식간에 죽음의 덫으로 변합니다. 이를 ‘약탈적 대출’*이라 합니다. 클린턴 임기 말에는 5년간 원금과 이자 상환을 유예해 주는 상품까지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4년 반을 살다 집을 팔고 또 4년 반을 살면 평생 원금을 갚지 않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비극을 향한 가속 페달


신규 주택 구입이 늘어나니 가격이 오릅니다. 집만 사면 가격이 올라 차액으로 부자가 될 수 있으니 대출을 더 과감히 받습니다. 수요가 폭발하니 집값은 또 오릅니다. 집 값이 떨어지면 개인 파산뿐만 아니라 은행마저 부실에 빠질 위험에 처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꽃이 한창 일 때는 추운 겨울을 생각하지 못하는 법입니다. 2002년 조지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 때 이 정책이 폐지가 됩니다만 한번 습관이 들면 무섭고 빚이라는 덫에 걸리면 빠져나오는 건 아주 힘듭니다.


버블 더하기 버블 케이스 실러 지수(Case-Shiller Index. 미주택가격지수) ⓒ FRED


결국 2004년부터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되자 사람들은 빚감당이 안되어 하나 둘 집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안 팔립니다. 이젠 아무나 대출을 못 받으니 살 사람이 없습니다. 부동산 경기는 꺾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당시 누구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지는 못했습니다. 클린턴의 잘못된 선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향해 풀악셀을 밟은 셈이 됩니다. 한마디 하고 싶네요 


바보야 문제는 너야!




✲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 : 자본주의의 불의고리를 구성하는 강력한 한 축입니다. 경기침체, 저금리 상황에서 경기 활성화, 주택 거래 활성화를 핑계로 대출을 크게 늘리는 과정에서 벌어집니다. 총소득 대비 대출인정 비율(DSR), 집값 대비 대출비율(LTV)을 크게 늘려 주면서 시작하죠. 이미 거품이 잔뜩 낀 주택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공포 뉴스를 들은 서민들, 특히 젊은 층들은 이런 대출이 혜택인 줄 알죠. 오히려 왜 안 사냐. 부자 될 거다 말합니다. 건설마피아와 금융권, 그리고 정치인들의 삼각 카르텔이 분위기를 만들면, 언론과 전문가라는 자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 노릇을 자처합니다. 


공포와 탐욕에 넘어간 '영끌족'에 감당 못할 자산과 빚을 쥐어주고 깨춤 추며 언덕을 향합니다. 실은, 절벽으로 밀어 버리고 자산은 빼앗을 예정입니다. 결국 부동산 과열, 인플레이션은 찾아오고 중앙은행은 경기과열을 막는다며 금리를 올릴 것입니다. 갑자기 대출범위를 축소하고 연장을 안 해줍니다. 이제 영끌 족들이 집을 토해낼 때가 되었습니다. 부동산 폭락이 일어나고 경매가 속출합니다. 부자들과 은행은 다시 서민들의 토해낸 자산을 줍줍 하죠.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자산 매입을 위한 과도한 대출을 해주고 다시 그 자산을 빼앗는 것을 바로 '약탈적 대출'이라 합니다. 명심하세요 대부분의 경우 대출은 혜택이 아니라 인생의 덫이 된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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