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니 스탁 Feb 12. 2023

<빅쇼트>대해부 : 또, 시작이네...

1부. 현실은 드라마 보다 막장이다.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경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 <빅 쇼트> 대해부 연제 일곱 번째 글입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대공황을 겪은 지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미국은 또다시 구조적 타락을 시작합니다. 더 정밀하고 더 지능적으로, 그리고 더 견고하게 말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은 점점 더 부와 정보, 그리고 지식을 선점한 기득권에게 유리하게 움직입니다. 아메리칸드림은 그들의 탐욕을 포장하는 마케팅 용어로 전락하고 있었습니다.




결정적 순간 06

신자유주의자들의 출현


1950년 ~ 1970년까지 잘 나가던 미국에 1970년대 말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발생합니다.. 성장률은 떨어지는데 물가는 오르는 상태를 말합니다. 성장성의 한계에 부딪혀 경기는 꺾이는데 제조원가는 계속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전쟁 때문입니다. 1978년 이란의 종교지도자 호메이니는 이슬람 혁명을 일으키고 석유수출 중단을 선언합니다. 베럴당 13달러 하던 유가가 20달러로 치솟더니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30달러를, 1981년 사우디의 석유 무기화선언으로 39달러까지 오릅니다. 이것이 바로 '2차 오일쇼크'입니다.


오일쇼크는 신자유주의자를 소환했다 ⓒ Public Domain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도 엄청난 충격을 준 사건입니다. 경기는 무너지는데 정말 자고 나면 물가가 올랐습니다. 저렴하고 연비 좋은 일본의 소형차가 미국으로 밀려들어옵니다. 고유가 시대에 기름 많이 먹는 미국 자동차는 안 삽니다. 게다가 웬만한 물건은 이제 ‘미제’보다 ‘일제(Made in Japan)’가 더 좋아졌습니다. 한국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은 저임금의 경쟁력에 기술발전에 힘쓰며 무섭게 성장합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의 득세


1981년 전직 영화배우였던 공화당 후보 로널드 레이건이 등장합니다. 당시 정부가 채택한 경제이론은 밀턴 프리드먼 같은 시카고 경제학파들의 주장입니다. '시장주의자'로 불리던 이들은 경기침체와 실업의 원인을 엉뚱하게도 케인즈의 '유효수요이론'을 따른 이전 정부의 세금, 독점 규제와 소득 재분배로 화살을 돌립니다. 실제 원인은 독일, 일본의 제조강국 부상, 신흥국의 급성장, 오일쇼크등에 안일하게 대처하며 기술개발에 소홀했던 미국 제조산업의 경쟁력 저하인데 말입니다.


양극화 1위 국가의 시발점을 만든 로널드 레이건 ⓒ Public Domain


순진한(?) 미국 국민들은 그게 맞는 줄 알고 훤칠한 그를 대통령으로 뽑습니다. 레이건은 경제를 회복시킨다며 기업의 법인세와 부자들의 소득세를 내리고, 온갖 규제를 다 풉니다. 반면 복지와 노동자의 권리를 내팽개 칩니다. 인프라 예산은 급감해 도로가 파여도 보수할 돈이 없습니다. 공교육예산을 줄여 교육 수준이 소득 수준을 따라가게 만듭니다. 가난의 대물림의 기본틀이 완성됩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자’*들의 득세가 시작된겁니다.


‘레이거니즘’*이라고도 부르는 당시의 경제정책은 한마디로 대공황 이전처럼 정부는 간섭 말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라는 것입니다. 규제 없는 무한 경쟁의 부활입니다. 이렇게 인간의 역사는 어리석음을 반복합니다. 이때부터 학계와 정부, 경제계의 은밀한 밀월관계가 형성됩니다. 경제학자들은 학자적 양심을 버리고 각종 맞춤 연구로 정치인과 관료들의 주장에 정당성을 뒷받침해 주고 돈을 벌고 명성에 집착합니다. 타락입니다.



미국내 제조산업의 몰락


경쟁력 없는 미국 자동차와 철강, 각종 전자제품들은 해외 시장에서 외면받습니다. 미국 브랜드들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미국의 높은 노동자 임금과 노조는 기업가들의 눈엣가시였습니다. 공장을 해외로 옮깁니다. 노동의 유연화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비정규직을 늘리고 규제를 풀어버립니다. 그 결과 수많은 미국의 중산층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습니다. 특히 교육받지 않은 백인 노동자들의 실업이 급증합니다. 이들은 한 때 미국 제조의 자존심이었던 미국 북동부 지역에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지역 전체가 초토화됩니다. 이제 그곳은 '러스트 벨트(Rust Belt :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이 몰락한 미 중서부 & 북동부 지역, 녹슨 벨트라는 뜻)'로 불립니다.


여전히 녹슨 그곳 ⓒ Public Domain


이때 미국은 경제구조 자체가 변합니다. 가장 큰 예로 미국의 자동차 브랜드들은 엔지니어들을 천대하고 마케팅, 전략부서를 통해 '고효율'을 추구했습니다. 큰 차나 작은 차나 원가절감을 위해 프레임(틀)을 공유하고 껍데기만 갈아 끼우니 자동차의 강성과 운동성능, 세부 품질이 떨어집니다. 신기술을 개발하기는커녕 금융업에 진출해 자동차 할부, 보험, 부동산을 이용한 돈놀이에 몰두했습니다. 잔고장, 승차감, 조립 품질.. 어이가 없습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집니다. 미국차는 엉성한 차가 됩니다. 비전문가들이 전문가 행세를 한 탓입니다. 세계 최대의 미국 자동차 산업은 그렇게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탐욕의 금융자본주의 시대로


1987년 8월 레이건에 의해 임명된 연준(Fed :  미연방 준비은행) 의장  엘런 그린스펀이 취임한 직후, 미 정부의 지나친 '신자유주의' 신봉으로 세금이 줄어든데 따른 누적 재정적자가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해 다우존스가 하루 만에 -23% 급락하는 '검은 월요일'사태가 벌어집니다. 그러자 그린스펀은 금리를 마구 내려 돈을 풀고 금융권의 규제란 규제는 다 풉니다. 또 시작입니다. 대공황 전에 했던 그 짓 말입니다. 주가는 즉각 회복되었고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이 일로 그린스펀은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며 그 후 무려 18년간 연준의장으로 군림하며 탈규제와 저금리라는 화약을 금융위기라는 비극의 화약고에 차곡차곡 채웁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원흉 중 하나로 손 꼽히는 엘런 그린스펀 ⓒ Public Domain


그린스펀의 탈규제는 금융권에 타락의 날개, 아니 로켓을 달아주었습니다. 자기 자본으로 투자가 금지*되었던 은행들의 족쇄를 풀어버립니다. 은행들은 이제 돈 안 되는 예금이나 채권, 보험이 아니라 ‘투자’에 혈안이 됩니다. 그들에게 고용된 금융공학자들은 기존의 재미없는 금융 상품을 변형시켜 알아듣기도 힘든 이름의 수많은 파생상품을 만들어 내기 시작합니다. 한마디로 쩐주가 상품설계, 투자, 운용까지 다 하게 되는 것이죠.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 도덕적 해이)는 불 보듯 뻔합니다. 드디어 노동과 생산을 통하지 않고 돈이 돈을 버는 '금융자본주의'*의 시대가 열립니다.




신자유주의자 : 시장주의자라고도 불립니다. 이들은 세상을 오직 힘의 논리로만 봅니다. 모든 규제를 풀어 자본을 세계화하고, 자유무역을 신봉하며 그 가운데 패권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독점하는 건 당연하다 말합니다. 따라서 말 많고 정치 참여도 많아 다루기 힘든 중산층을 없애고 하층민으로 전락시키길 원합니다. 이렇게 사회 양극화를 초래합니다. 또한 세금을 줄여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해야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주장합니다. 많이 남겨먹으면 좀 더 나누어주겠다는 '낙수효과'를 주장합니다. 극소수가 배 터지게 먹고 남은 콩고물이나 먹으라는 말입니다. 이들 앞에 국민 누구나 누려야 할 과세정의, 소득 재분배의 정의, 복지는 모두 부정되고 왜곡되고 삭제되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이미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가진 자들에게 더 주어서 행복해지는 사회는 없었습니다. 많이 가지면 나누기 보다 더 많이 가지려는 인간의 탐욕은 결코 멈추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많이 가지면 많이 나눈다고요? 왜요? ⓒ Public Domain


자기 자본투자금지 : 은행은 자기 자본으로 투자를 하면 안 된다는 원칙. 왜 그럴까요? 은행은 돈이 모이는 곳이자 다양한 곳으로 돈을 공급하는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 투자까지 하면 상품설계, 운용, 이익까지 모두 갖게 되겠죠. 한마디로 독점이며 타락의 조건을 다 갖추게 됩니다. 이 규제의 철폐로 생겨난 투자은행(IB)들의 타락은 사실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금융자본주의 : 한마디로 돈으로 돈을 버는 사이클입니다. 거대 자본이 산업자본과 융합하여 탄생한 가장 강력한 권력입니다.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금융자산의 비율은 커질 수밖에 없으므로 좋다 나쁘다의 개념보다는 규제 없는 금융자본은 필시 괴물이 되므로 실물경제를 삼키지 않도록 제어하는 국가 시스템의 보완이 중요합니다.


- 계속.


※ 모든 내용은 개인적 의견이며 어떤 투자의 근거나 재료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 본 채널의 내용과 제작된 그래픽 이미지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전 05화 <빅쇼트>대해부 : 아 몰라, 배 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