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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Feb 09. 2023

<빅쇼트>대해부 : 아 몰라, 배 째!

1부. 현실은 드라마 보다 막장이다.


영화 <빅 쇼트>의 배경이 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천조국이 걸어온 길을 되짚는 여정이 중반을 넘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미국의 달러가 위기를 맞는데요, 어떤 걸출한 인물이 나타나 달러를 구했습니다. 멋대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점점 더 쌔지기만 했던 이상한 나라의 돈 이야기입니다.

 

금을 대체할 것은 석유다!
- 헨리 키신저 -



결정적 순간 05

금본위제? 난, 모르겠고. 석유 가져와!


전 지구적 풍요와 발전의 시대였던 1950~60년대. '자본주의의 황금기'이자 '달러중심 금본위제'가 맹위를 떨치며 모두들 달러, 달러만을 외치던 시대입니다. 우리나라의 꽃다운 청춘들이 간호사로, 광부로 독일까지 날아 갔고,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누군가의 아버지, 아들, 형들도 다 달러를 벌기위해서 였습니다. 지금도 신흥국은 '달러'를 확보하는 것이 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길입니다.



트리핀의 딜레마


그런데, 1960년 벨기에 출신 로베르 트리핀 전 예일대 교수는 미국에게 강력한 통화권력을 안겨준 금본위제는 붕괴될 것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브래튼 우즈 협정을 정면으로 비판한 이른바 '트리핀의 딜레마(Triffin's Dilemma)'입니다. 조금 어려운 개념이지만 설명해 보겠습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환율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금본위제 붕괴를 예고한 로베르 트리핀 전 예일대 교수 ⓒ Public Domain


1단계 : 달러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기축통화인 달러로 무역을 하려면 모든 국가는 달러가 충분해야 합니다. 그런데 금본위제 하에서는 금의 총량보다 더 발행할 수가 없습니다. 한정된 달러를 한쪽이 많이 가지면 반대쪽은 부족해지는 시소게임입니다.


2단계 : 달러의 유출

세계경기가 호황일수록 달러는 미국에서 해외로 빠져나갑니다. 왜나면, 미국은 주로 인건비가 싼 개발도상국의 원자재, 공산품을 수입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미국의 경상수지*는 만성적자가 됩니다. 이때, 두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3단계 경우의 수 1 : 달러 하락

경기호황이 계속되면 개발도상국은 생산량을 늘리고 미국은 수입을 더 할 겁니다. 이제 달러가 너무 흔해져 가치가 하락하게 됩니다. 기축통화의 지위가 흔들리게 됩니다.


3단계 경우의 수 2 : 달러 폭등

반대로 미국이 무역적자를 줄이려고 수입을 줄이거나 관세장벽을 친다면? 달러를 국내에 가두면 달러의 가격이 오르겠죠. 이는 미국 제품의 가격을 크게 올려 오히려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됩니다. 국제 무역량은 줄어들고 세계적 불황을 초래하게 됩니다.


4단계 : 트리핀의 딜레마 발생

따라서 어느 길로도 가지 못하는 상황 즉, 트리핀이 말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이해되셨나요? 금본위제에서는 미국이 특별히 달러를 많이 써야 할 상황이 오면 더 많은 금도 필요합니다. 금은 생산량이 한정되어 있어 달러를 우선 발행해서 쓰겠죠. 금보다 달러가 많아지면 당연히 달러 가치는 하락합니다. 사람들은 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손해니 상대적으로 가치가 올라간 금으로 바꾸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금보다 달러를 많이 찍어냈기 때문에 다 돌려주지 못하고 달러는 부도가 납니다. 유동성과 안정성을 위해 채택한 제도가 달러를 붕괴시키는 것입니다.



닉슨, 배째라를 시전하다


베트남전은 미국이 금본위제를 폐지하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 Public Domain


1970년대 베트남 전쟁으로 트리핀의 딜레마는 현실이 됩니다. 예전에 영국이 1, 2차 세계 대전의 전쟁 비용을 치르느라 파운드화를 발행해 금본위제를 포기한 것 처럼, 미국도 막대한 전쟁 비용을 위해 달러를 마구 찍어냈습니다. 이를 알게 된 각국은 달러 하락을 우려, 미국에 금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합니다. 영국은 1971년 8월 13일 30억 달러나 되는 달러를 당장 금으로 바꿔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미국이 어떻게 했을까요? 불과 이틀 뒤 8월 15일 당시 닉슨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달러는 부도났다."며 금본위제폐지를 선언해 버립니다. (뭐죠, 양아치인가요?) 이로써 '브레튼 우즈 체제'는 갑자기 막을 내리게 됩니다.


"금본위제 있었는데요, 아니 없었습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 Public Domain


전 세계는 '금 1온스 = 35달러'라는 규칙이 사라지자 대 혼란에 빠집니다. 미국은 금 없다며 배 째라로 나왔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온스당 38달러로 금의 가격을 올려 주어야 했습니다. 그만큼 금을 덜 받았죠. 엄청난 손해를 입었지만 어쩔 수 있나요. 강대국 미국에 끽소리도 못합니다. 그래서, 달러는 망했을까요? 아닙니다. 추락했어야 하는 달러에 오히려 날개를 달아준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는 바로 모든 석유 거래를 달러로 하도록 만든 미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Henry Alfred Kissinger)입니다.



석유 - 달러 시스템의 출현


그는 유대인답게 돈에 대한 상상력의 차원이 달랐습니다. 1973년 이스라엘과 중동국가 간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하는 1차 오일쇼크가 옵니다. 석유기구 OPEC는 중동 이슬람권 국가들의 밉상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국가들에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다음 해인 1974년 1월까지 베럴당 3달러였던 유가를 11달러로 미친 듯이 올려 버립니다. 자원을 무기화 한 겁니다. 산업화의 길을 걷던 전 세계는 유가인상에 난리가 났습니다.


오일쇼크 당시 문 닫은 주유소 ⓒ Public Domain

이를 본 키신저는 '금을 대체할 것은 이제 석유다'라고 생각한 듯합니다. 1975년 그는 세계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 파이잘 국왕을 만납니다. 사우디는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과 자기들과 다른 종파인 시아파의 맹주 이란사이에 껴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키신저는 사우디의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모든 원유 거래를 달러로만 하도록 요구합니다. 진퇴양난 파이잘 국왕은 결국 협정서에 서명을 했고 오늘날 달러 패권국 미국을 있게 한  '석유 - 달러 시스템'이 탄생합니다.


오늘의 달러를 만든 인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 Public Domain


유가가 크게 오른 상태에서 사우디가 달러만 받겠다고 하니 서방 선진국들과 개도국들은 또다시 달러가 간절해졌습니다. 이를 통해 망할 뻔한 달러는 기축통화의 지위가 오히려 더 막강해집니다. 달러가 오르면 원유가가 내리고, 원유가가 내리면 달러가 오릅니다. 어떤 경우에도 원유, 달러 둘 중 하나를 가지면 됩니다. 석유는 금과 달리 여기저기서 펑펑 나오니 달러를 훨씬 많이 찍어 내도 됩니다.


모두가 들고 있는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좋을 사람 없습니다. 어떻게든 기축통화를 유지하는 쪽으로 세상은 움직입니다. 이래도 저래도 달러가 손해 볼 일은 크게 없습니다. '돌고 돌아 달러...' 키신저의 안목, 그건 똑똑함 그 이상의 능력인 겁니다. 이때 구축된 미국의 달러의 위상은 지금 까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경상수지 : 經常收支, Current account balance. 간단히 말해 나라 가계부의 단순 계산, 즉 수입에서 지출을 뺀 겁니다. 오직 상품, 서비스, 소득, 이전만을 포함하며 자본투자는 제외됩니다. 다시말해, 투자를 제외하고 일해서 돈을 얼마나 벌었니?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경제위기는 경상수지 적자 누적에서 옵니다. 국가가 제조산업을 육성하고 첨단기술의 발전, 고급인력의 교육과 확보, 서비스의 고도화에 힘써야 하는 이유이죠. 복지 때문이니, 외환보유고 때문이니 하는 말들은 다 거짓입니다. 우리의 IMF 사태도 외환 보유고는 직접적 원인이 아닙니다. 뉴스에서 이 말이 나오거든 잘 체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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