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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May 08. 2024

미국 소도시, 소박한 교회라 다행이다

나와 맞는 교회, 목사님, 커뮤니티를 만나다

직업, 인간관계, 스타일에는 정답이 없다. 나와 맞고 안 맞고가 있을 뿐.

누군가에게는 꿈의 직장이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그저 시간만 때우는 곳이 되기도 하고, 나와는 찰떡같이 잘 통하는 친구가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공감대가 없는 지나가는 1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 반대경우도.


교회도 그렇지 않을까.

목사님의 가르치는 스타일부터, 찬양하는 스타일, 그 커뮤니티의 분위기까지. 모두 나와 맞는 곳이 있고 진짜 안 맞는 곳이 있다. 나는 20살 때부터 도쿄, 싱가포르, 밴쿠버에서 해외생활을 하면서 새로 사귄 현지인 친구들을 따라 몇 번 교회를 나가본 적이 있다. 한인교회는 딱 한번 도쿄에서 가본 것 외에는 모두 현지교회였는데, 대부분이 큰 규모의 교회였고 싱가포르에서 갔던 교회는 거의 콘서트현장처럼 엄청난 크기에 일단 놀랐고 울며 소리 지르며 기도를 하는 분위기에 압도당해서 처음 방문이 마지막 방문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소박한 헛간 캠퍼스

내가 지금 다니는 교회는 이 작은 소도시의 기준으로도 작고 소박한 교회이다.

헛간 Barn이라는 이름을 쓰는데 미국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헛간처럼 간단하게 지어진 건물을 사용하기 때문.

교회의 뒷배경은 언제나 멋진 산과 하늘
간단한 커피와 스낵이 준비되어 있어 함께 이야기 나누는 공간


이곳에는 화려한 장식과 엄숙한 분위기,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은 없다.

그저 목사님과 찬양팀이 서는 조금 높이가 있는 무대, 작은 TV 두대, 그때그때 목적에 맞게 쓰고 접어둘 수 있는 의자가 전부다. 목사님 역시 다가가기 어려운- 권위 있는 종교인의 느낌이 아닌 친근한 옆집 삼촌 같은 느낌으로 언제나 그 편안한 미소를 띠고 우리를 맞아주신다.


메시지 역시 설교라기보다는 함께 성경을 공부하는 느낌.

목사님의 개인적인 해석, 의견보다는 그 성경구절이 쓰인 배경을 설명해 주시고 이 구절이 그때는 어떤 의미였으며 우리의 현재 삶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신다.

아직 믿음이 없지만 '별생각 없이' 시부모님을 따라 교회를 나가던 시기에도 이런 담백하고 마치 역사수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에 재미있게, 큰 거부감 없이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신자들은 자기의 성경이나 노트에 메모를 해가며 진지한 모습으로 말씀을 듣고, 찬양 역시 편안하고 듣기 좋은 노래를 함께 부르며 하나님과의 시간을 보낸다. 울부짖거나, tongue으로 기도를 한다거나 (한국표현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하는 사람은 없다.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아직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하나님과의 커넥션을 가지기 전에,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환경을 접하면 사실 괜한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딱 필요한 것만 갖춰진 우리 교회


딱 중요한 것, 본질에만 집중하는 이 교회의 스타일이 다행히 나와는 맞았고- 그래서 큰 거부감 없이 두 달 정도를 다닐 수 있었고, 그 시간을 통해 조금씩 하나님에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곳의 사람들 역시, 겉치레에 신경 쓰기보다는 실용성을 추구하고 누가 무슨 차를 타거나 무슨 일을 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흔한 브랜드 백 하나 들고 오는 사람이 없으며, 조금 차려입었다 싶으면 조금 더 깨끗한 청바지에 카우보이 부츠를 신는 정도다. 워낙 작은 교회이다 보니 대부분 서로의 이름을 알고, 진심으로 안부를 묻고 (그저 형식적인 How are you가 아니라 ) 새로 온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환영인사를 건넨다.


이 교회에서 나는 유일한 동양인이며, 대부분이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다 보니 어린 축에 속해 특히나 눈에 띄는 (?) 꼬꼬마 신자인데 그래서 덕분에 더 예쁨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

내 어깨에 손을 얹고 계신 분이 나의 영적 엄마 수잔, 그리고 이모들

그중에서도 내가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나의 영적 엄마 spiritual mom인 수잔, 그리고 이모들 사이에서 감사하게도 예쁨을 받으며 따뜻한 사랑과 함께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수잔을 따라 매주 일요일 예배 전 성경스터디에도 나가고, 화요일 저녁이면 라이프 그룹에 나가 조금 더 프라이빗한 세팅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겉치레, 가식적인 것, ~척하는 건 참 젬병인 나에게는 이 담백한 교회와 사람들이 제격이다.


하지만 결국엔 과거에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연애도, 패션도, 직업도 - 우리 삶의 모든 것이 그렇듯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을 경험해 보고 나서야 진정으로 나에게 맞는 것을 알게 되고 또 더 감사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나님 아버지는 고집이 꽤나 센, 나처럼 주관이 강한 자식이 이것저것 다 경험해보고 나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셨다는 걸 안다.


그렇기에 이렇게 드디어 하나님을 만나게 된 이 소박한 교회와 사람들이 나에게는 참 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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