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WK단편선 61>N급: 노마드의 브랜드 혁명

by 김동은WhtDrgon

"불법이 아니라, 브랜드다."


마야 셰르반은 이 문장을 마음속으로 수십 번째 반복했다. 그녀 앞에는 노마드 중심지 '러스트 바자르'의 메인 스테이지가 있었다. 한 시간 후면 그곳에서 'N급' 브랜드 공식 론칭 행사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철골 구조물로 급조된 경비탑에서 그녀는 아래로 펼쳐진 광경을 내려다봤다. 무더기로 쌓인 폐부품들, 끊임없이 용접 불꽃이 튀는 작업장들,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제련소들. 그리고 그 모든 것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노마드들.

그들은 대사국과 기업들이 '폐기물'이라 부르는 것들을 재활용하고, '불법 개조품'이라 비난하는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것이 노마드의 삶이었다. 대사국의 '필요악' – 파괴하기엔 너무 유용하고, 감시하기엔 너무 무용한 존재들. 그들이 없다면 대사국의 매립장은 이미 넘쳐났을 것이고, 폐기물 처리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을 테니까.


마야의 손에는 얇은 태블릿이 들려 있었다. 화면에는 대사국과 기업들의 반응을 예측한 분석 자료가 떠 있었다. 예상대로라면, 그들은 'N급 브랜드' 론칭에 강력히 반발할 것이다. 하지만 마야는 그들이 결국 물러설 것임을 알았다.

그녀는 잠시 과거를 떠올렸다. 열다섯 살 때 대사국의 단속으로 가족과 헤어져 혼자 남겨졌던 날, 노마드 생존의 첫 교훈을 배웠다. 버려진 것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법. 지금 그녀가 하는 일은 그 교훈의 확장이었다.


"보스, 준비됐습니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오른팔 라오다. 원래 그는 노마드 갱단 중 하나인 '스모크 레이븐'의 부두목이었지만, 지금은 마야를 따르고 있었다.

"갱단 반응은 어떤가?" 마야가 태블릿을 내리며 물었다.

라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예상대로입니다. 특히 더스트 하운드가 문제예요. 칼 스펜서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가 여자인 내가 보스 노릇하는 게 못마땅하다고?"

라오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지금 당장은 행동으로 옮길 것 같지 않습니다. 다른 갱단들도... 관망하는 분위기입니다."

마야는 살짝 웃었다. "물론이지. 그들은 내가 없으면 대사국이 노마드를 박살낼 거라는 걸 알아. 그래서 날 제거하진 못하고 있어."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긴장감이 있었다. 'N급 브랜드' 론칭은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는 모험이었다. 지금까지 노마드는 '불법 거래자'로 취급받아왔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갖게 될 것이다.

"라오, 아이언 투스와 블러드 베인은?"

"명령대로 경계를 강화했습니다. 모든 출입구를 감시 중이고, 드론도 24시간 순찰 중입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언 투스와 블러드 베인은 다른 노마드 갱단이었다. 그들 역시 '여자 보스'를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마야의 전략적 두뇌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어서 내려가자."

마야는 경비탑을 내려갔다. 그리고 바자르의 메인 스테이지로 향했다. 이미 수천 명의 노마드들이 그곳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러스트 바자르의 반대편, 한 어두운 창고에서 칼 스펜서는 세 명의 사람들과 만남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검은 정장 차림이었고, 손목에는 심보그 패치가 붙어있었다. 대사국의 사람들이었다.

"마야 셰르반이 오늘 뭔가 큰 짓을 꾸미고 있다는군." 대사국 요원 중 한 명이 말했다. "N급이라... 노마드가 자신들의 쓰레기를 '브랜드'로 둔갑시키려 하다니."

칼은 비웃듯 웃었다. "그 여자는 항상 현실을 모르지. 노마드는 원래 불법이야. 우리는 그저 대사국의 관용으로 살아가는 것뿐이라고."

"그래서 당신이 우리에게 연락한 거군." 다른 요원이 말했다. "마야 셰르반을 막고 싶다?"

칼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 여자가 리더가 되는 건 원칙적으로 반대해. 특히 저런 똑똑한 척하는 여자는."

"그런 개인적인 감정은 중요하지 않네." 첫 번째 요원이 차갑게 말했다. "우리가 궁금한 건 당신이 우리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거지."

칼은 자신의 태블릿을 꺼냈다. "N급의 모든 기술 정보, 유통망, 마야의 개인 정보까지. 그리고..." 그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더스트 하운드 갱단의 전면적인 협력도 약속하지."

요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럼, 우리는 뭘 해주면 되지?" 금색 패치의 세 번째 요원이 물었다.

칼은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노마드의 새 보스가 되게 해주시면 됩니다."

론칭 행사가 시작되기 10분 전, 마야는 스테이지 뒤편에서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평소 입던 작업복 대신 깔끔한 검은색 재킷과 바지 차림이었다. 철저히 실용적인 옷이었지만, 노마드 사이에서는 상당히 격식 있는 차림새였다.


"버려진 것은 없다. 단지 새롭게 정의될 뿐이다."

그녀는 연설문의 한 구절을 되뇌었다. 사실 그녀는 이 행사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노마드를 '불법 범죄자 집단'이 아닌 '브랜드를 가진 경제 집단'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대사국과 기업들의 독점적 권한에 도전하는 행위였다.

"마야."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신원이 확인된 통신망으로 연락이 왔다. 화면에는 노마드 네트워크 책임자인 진의 얼굴이 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이 심각했다.

"무슨 일이야?"

"방금 더스트 하운드의 움직임을 포착했어. 칼 스펜서가 대사국 요원들과 만났어."

마야의 눈이 가늘어졌다. "확실해?"

"백 퍼센트야. 우리 해커들이 만남 영상을 확보했어."

"내용은?"

"전부 듣지는 못했지만... 칼은 N급 정보와 네트워크, 그리고 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것 같아. 대가로 노마드의 새 리더 자리를 요구했고."

마야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이렇게 빨리 배신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 그녀의 가슴속에 분노가 차올랐지만, 표정은 여전히 차분했다. 개인적인 감정은 나중에. 지금은 노마드 전체의 안전이 우선이었다.

"이 정보를 누구한테 공유했어?"

"아직 아무에게도. 네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어."

마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결단을 내렸다.

"아이언 투스와 블러드 베인 리더에게 전해.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마."

"알았어."

통신이 끊겼다. 마야는 다시 연설문을 바라봤다. 이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기회일 수도 있었다.


"노마드 여러분, 오늘은 역사적인 날입니다."

마야의 목소리가 러스트 바자르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녀 앞에는 수천 명의 노마드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의심이 교차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범죄자', '스캐빈저', '밀수꾼'으로 취급받았죠."

그녀는 청중들의 눈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그들 사이에는 대사국의 스파이들도, 기업의 정보원들도 섞여 있을 것이다. 그녀는 그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부터, 우리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됩니다. 바로 'N급 브랜드'입니다."

대형 스크린에 N급 로고가 나타났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디자인이었다.

"N급이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노마드 등급'이라는 뜻입니다. 대사국과 기업들이 버린 것들에게 새 생명을 부여하는 우리만의 기술. 우리만의 시장. 우리만의 브랜드입니다."

청중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오랫동안 '불법'이라는 낙인에 시달려왔다. 이제 그들에게는 자신들만의 정체성이 생긴 것이다.

"N급은 조잡할 수 있습니다. 불완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창의성과 생존력의 상징입니다. 버려진 것에서 가치를 창조하는 노마드 정신의 상징입니다."

마야는 잠시 말을 멈추고 청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선을 한쪽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칼 스펜서가 몇몇 더스트 하운드 갱단원들과 함께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노골적인 적의가 담겨 있었다.


"N급은 단순한 제품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생존 방식입니다. 대사국과 기업들이 우리를 인정하든 않든,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갈 것입니다. 우리만의 시장을 만들 것입니다. 우리만의 브랜드를 키울 것입니다."

그녀의 연설이 끝나자 청중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그들에게 'N급'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존엄성이었다. 정체성이었다. 그리고 희망이었다.


마야는 스테이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라오와 함께 메인 홀로 이동했다. 그곳에서는 N급 제품들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재생 파워셀, 개조 무기, 개량 사이버웨어, 모든 것이 'N급' 로고를 달고 있었다.

"보스, 칼의 표정 봤어요?" 라오가 물었다. "그는 분명 뭔가 계획하고 있어요."

마야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리고 나도 계획이 있어."

그때, 그녀의 통신기가 울렸다. 진이었다.


"마야, 긴급 상황이야. 대사국 치안부의 화이트 핸드 부대가 러스트 바자르 외곽에 모이고 있어. 무장한 드론들도 보여. 그들이 뭔가 큰 행동을 준비하는 것 같아."

마야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대사국의 반응을 예상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무력 개입을 준비할 줄은 몰랐다.

"이 정보를 갱단들에게 알려."

"모두에게요? 더스트 하운드도?"

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더스트 하운드에게. 칼 스펜서가 대사국과 밀약을 맺었을지 몰라도, 그의 부하들이 모두 동의했을 리는 없어."

그녀는 라오에게 고개를 돌렸다. "전시회를 계속해. 모든 것이 정상인 것처럼. 그리고 백업 계획을 준비해."

라오는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 "R-9 프로토콜을 가동할까요?"

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R-9 프로토콜은 그녀가 비상 상황을 대비해 준비해둔 계획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했다.

그녀는 홀로 돌아서서 자신만의 작업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비밀 통신 장치가 있었다. 마야가 가장 신중하게 지켜온 비밀 무기였다.


칼 스펜서는 더스트 하운드 갱단의 본부에서 부하들과 회의 중이었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저 여자가... 노마드를 자기 것인 양 행동하다니! 여자가 뭘 안다고!"

부하들 중 일부는 동조했지만, 일부는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마야 셰르반은 분명 노마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녀 덕분에 노마드의 삶이 나아진 것도 사실이었다.

"보스, 하지만 N급이 나쁜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은데요." 한 부하가 조심스레 말했다. "실제로 우리 거래량이 20% 증가했고..."

"닥쳐!" 칼이 소리쳤다. "너도 저 여자한테 넘어갔나? 노마드는 우리 같은 강한 남자들이 이끌어야 해! 우리는 범죄자들이야! '브랜드'니 뭐니 하는 건 우리 스타일이 아니라고! 야! 이 쓰레기 주워서 용접한거에 브랜드 흉내낸다고 대기업품 되냐고! 그러다 가랭이 찢어지는거야!"

그때, 통신 알림이 울렸다. 노마드 공동 정찰 네트워크였다. 아무리 서로 다툼이 있더라도 외부의 침입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정보를 공유해온 노마드의 유산이었다.


화면에는 대사국 화이트 핸드 부대가 러스트 바자르를 향해 이동하는 영상이 떠 있었다.

"이게 뭐지?" 부하 중 하나가 물었다.

칼은 비웃음을 지었다. "마야의 'N급 브랜드' 선언에 대한 대사국의 답변이지. 그들은 노마드가 공식 '브랜드'를 가지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거야."

그러나 그의 얼굴에 드러난 안도감을 본 부하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보스, 당신... 이걸 알고 있었어요?" 한 부하가 물었다.

칼은 갑자기 표정 관리를 하며 대답했다. "물론 아니지! 하지만 예상은 했어. 대사국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잖아."


그때, 또 다른 통신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비밀 채널이었다. 칼만 볼 수 있는 메시지였다.

[작전 시작. 30분 후 행동 개시. 마야 셰르반 제거 후, 당신이 노마드의 새 리더가 될 것.]

그것은 대사국 요원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칼은 미소지었다. 그는 어서 부하들을 물리치고 혼자 있고 싶었다.

"다들 나가. 전투 준비를 해. 대사국이 공격하면 우리도 방어해야 해."

부하들이 나가자, 칼은 은밀하게 자신의 심보그 패치를 확인했다. 대사국 요원들이 그에게 준 특별한 통신 장치였다. 그는 회신을 보냈다.

[이해했다. 준비 완료.]


마야 셰르반은 자신의 비밀 작업실에서 빠르게 몇 가지 장치를 작동시키고 있었다. 그녀는 이 순간을 오래 전부터 예상하고 준비해왔다. 그녀의 손가락이 복잡한 코드를 입력했다.

[제임스 리 연결 요청]

화면에 한 남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는 아스트라 인더스트리의 부사장이었다. 대사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중 하나였다.

"마야 셰르반." 제임스 리가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예상치 못한 연락이군요."

"상황이 급박해졌어요, 제임스." 마야가 냉정하게 말했다. "우리의 합의를 상기시켜 드릴게요."

제임스의 표정이 경직되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화이트 핸드 부대가 러스트 바자르로 향하고 있어요. 당신이 약속한 것과는 다르군요."

제임스는 분명 당황한 기색이었다. "내가... 그런 명령을 내린 적 없습니다. 화이트 핸드는 정부 소속이고..."

"하지만 당신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죠." 마야가 말을 자르며 말했다. "기억하세요, 제임스. 만약 N급 시장이 무너지면, 당신 기업의 비밀도 함께 공개됩니다."

화면 속 제임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건... 협박입니까?"


마야는 미소지었다. "아니요, 사실 진술입니다. 아스트라 인더스트리가 노마드에게 얼마나 많은 '불량품'을 비밀리에 판매했는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부산물'을 사들였는지 정부가 알면 어떻게 될까요?"

제임스는 침을 삼켰다. 그것은 아스트라 인더스트리의 가장 어두운 비밀 중 하나였다. 그들은 표면적으로는 노마드를 비난했지만, 이면에서는 노마드와 거래하며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었다. 특히 폐기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유독 폐기물을 '잉여부산물' 판매로 위장해 노마드에게 돈을 받아가며 판매한 것은 제임스를 지금의 자리까지 올린 최고의 거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모르겠군요." 제임스가 마침내 말했다.

"5분 안에 화이트 핸드 부대를 철수시키세요." 마야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그리고 더스트 하운드 갱단의 칼 스펜서가 대사국 요원들과 만났다는 정보가 있어요. 그 건에 대해서도 알아보세요."

제임스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하지만 이건 마지막입니다, 마야. 우리의 거래는 여기까지예요."

마야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렇게 말할 때마다, 결국 또 거래하게 되더군요, 제임스. 우리 모두 서로가 필요하다는 걸 알잖아요."

그녀는 통신을 끊었다. 그리고 다음 연락처를 눌렀다. 블러드 베인의 리더였다.


"렉스, 더스트 하운드 본부를 감시하고 있나?"

"네, 보스." 렉스의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칼 스펜서가 방금 혼자 나갔어요. 그리고 이상한 장치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를 따라가. 하지만 그가 눈치채게 하지 마. 그리고 내 신호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

마야는 연락을 끊고, 마지막으로 아이언 투스의 리더에게 연락했다. "타오, 준비됐나?"

"네, 보스. N급 제품 전시장 안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하일라이트 특별 전시품'도 준비 완료 보고 드립니다."

마야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 칼 스펜서를 위한 무대를 준비할 시간이야."


화이트 핸드 부대가 갑자기 철수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러스트 바자르 전체에 퍼졌다. 노마드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어떤 이들은 마야의 외교적 승리라며 기뻐했고, 어떤 이들은 함정이라며 의심했다.

더스트 하운드의 갱단원들은 특히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들의 보스 칼 스펜서는 갑자기 사라졌고, 통신도 되지 않았다.


그동안 마야 셰르반은 N급 제품 전시장에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마야 씨, 이게 정말 재생 파워셀인가요?" 힙스에서 온듯한 고급 패션 차림의 한 방문객이 물었다. "폭발 위험은 없나요?"

마야는 미소지었다. "N급 재생 파워셀은 이제 안정화 단계를 거쳤습니다. 물론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기존 폭발률보다 87% 감소했죠. 이정도면 정품보다 아주 약간 더 위험한 수준입니다."

그녀는 방문객들 사이에 섞여 있는 대사국과 기업 스파이들도 알아차렸다. 그들은 분명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마야가 목소리를 높였다. "N급 제품은 단순히 '저렴한 대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노마드만의 특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때, 대형 스크린에 알림이 떴다. [특별 전시 시작: N급 미래 기술]

마야는 모든 방문객들을 특별 전시관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검은 천으로 덮인 무언가가 있었다.

미리 준비된 것처럼 포장됐지만 급조수준의 속도를 수개월을 달려 겨우 시간에 맞춘 것이어서 발표자인 마야 역시도 두근거리긴 마찬가지였다.


"여러분, 오늘 우리는 단순히 N급 브랜드를 론칭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미래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검은 천을 벗겼다. 그 아래에는 이상한 장치가 있었다. 그것은 작은 구체 형태였고,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것은 'N-코어'라고 부릅니다. 노마드의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된 새로운 에너지원이죠. 대사국과 기업들이 버린 폐기물에서 추출한 희귀 에너지 결정체입니다."


방문객들 사이에서 놀라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특히 기업 스파이들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이 보였다.


"사실 우리가 발명한 것은 아닙니다," 마야가 정직하게 덧붙였다. "아스트라 인더스트리, 넥서스 테크, 그리고 옴니코프의 폐기 부품들을 접목했을 뿐이죠. 세 회사는 서로 경쟁사라 절대 협력하지 않지만, 그들의 폐기물은 우리 손에서 만나게 됩니다." 마야는 실제로는 자신도 지금 처음보는 시제품을 천연덕 스럽게 잠재고객들에게 어필해나갔다.


그녀는 N-코어를 가리켰다. 가까이 보면, 그것은 세 개의 다른 기술이 기묘하게 접합된 것이었다. 크롬 색상의 아스트라 냉각 시스템, 넥서스의 반투명 에너지 변환기, 그리고 옴니코프의 검은색 안정화 프레임. 노마드의 매립장에 가장 많이 버려지는 인기 스태디셀러 상품. 함께 쓰이도록 설계된 적이 없는 부품들이, 노마드의 손에서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한 것이었다.


마야의 솔직함에 방문객들은 더욱 놀란 표정이었다. 기업 스파이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했다.


"N-코어는 기존 파워셀보다 30% 더 효율적이고, 수명은 두 배 이상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폭발 위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죠."


이 말에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노마드의 재생 파워셀은 항상 폭발 위험이 있었고, 그것이 N급 제품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한 방문객이 의심스럽게 물었다.


마야는 미소지었다. "적정 기술이니까요. 우리는 궁극의 효율성이나 최첨단 혁신을 추구하지 않아요. 대신, 안정성과 내구성에 집중했죠. 이는 살롱즈나 비즈니스구에서는 결코 시도하지 않을 접근법입니다."


그녀는 무대 뒤편을 향해 손짓했다. 세 명의 젊은 노마드가 또 다른 N급 제품들을 가지고 나왔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재활용된 물건들이었다.


"이것은 N급 워터 퓨리파이어입니다. 힙스들이 한 번 쓰고 버린 정수 필터 카트리지를 재활용했죠. 그들은 필터가 20%만 사용되어도 '오염되었다'며 교체합니다."


마야는 한숨을 쉬었다. "그들이 버린 필터 중 80%는 여전히 완벽하게 작동합니다. 우리는 그저 새로운 접근법으로 재생하여 재조립했을 뿐이에요."


그냥 분해해서 꺼내 세게 털었을 뿐이다. 기업은 카트리지가 그냥 털고 씻으면 된다는걸 비밀로 하고 전용장비 외에는 뜯지 못하도록 밀봉해놓고 있었다. 물론 그 전용장비 역시 약간 고장나면 여지없이 노마드의 매립장에 버려졌고 노마드는 그것들을 활용했을 뿐이다. N브랜드를 소개하는 자부심과 함께 마야의 목소리에는 희미한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그것은 낭비에 대한, 그리고 그 낭비를 당연시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였다.


"물론, 아직 시제품 단계입니다. 하지만 N-코어는 노마드가 단순히 '재활용업자'가 아니라 독자적인 가치 창조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마야는 잠시 멈추고, 한 방문객을 주목했다. 화려한 옷차림의 젊은 여성으로, 분명 힙스 출신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호기심과 경외감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마야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최근 힙스 사이에서는 N급 제품이 트렌드가 되고 있어요. '오쏘-리사이클드', '어센틱 스캐빈지', '지속가능한 레트로'라는 이름으로요."


그 말에 힙스 방문객은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녀처럼 몇몇 사람들은 N급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이자 패션 스테이트먼트로 여기고 있었다.


"여러분, 이것이 바로 N급의 미래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대사국과 기업의 '필요악'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들과 동등하게 거래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가, 이내 냉정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또한, 우리는 대사국과 기업들이 취소한 기술 프로젝트들의 피난처입니다. 기후 변화 대응 기술, 저비용 공공 의료 장치, 그리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 개발... 이 모든 것이 '수익성 없음'이라는 이유로 대사국에서 취소되었지만, 노마드에서는 새 생명을 얻고 있습니다."


이 말에 방문객 중 몇몇 대사국 출신들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마야가 대사국의 위선을 직접적으로 지적했기 때문이었다. 산업 발전과 이윤만을 추구하며 지속가능성을 외면하는 대사국의 이중 잣대를 꼬집은 것이다.


"대사국은 '청정 기술'을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발전했던 길은 개발도상 지역에게 허용하지 않습니다. 마치... 사다리를 올라간 후 그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과 같죠."


마야는 방문객들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노마드들의 눈에는 자부심이 빛났고, 기업 스파이들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역력했다. 그들은 분명 이 정보를 빨리 상부에 보고하고 싶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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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스펜서는 러스트 바자르 외곽의 한 폐건물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그를 기다리고 있는 대사국 요원들이 있었다.


"계획이 변경됐군요." 첫 번째 요원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화이트 핸드 부대가 갑자기 철수했습니다."


칼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무슨 뜻이지? 내가 들은 바로는..."


"상부의 갑작스러운 명령이었습니다." 두 번째 요원이 끼어들었다. "아무튼,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진행해야겠습니다. 당신은 마야 셰르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했죠?"


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데이터 칩을 꺼냈다. "여기 있습니다. 마야의 비밀 작업실 위치, 보안 코드, 인적 네트워크... 모든 것이 들어있습니다."


세 번째 요원이 칩을 받아들었다. "훌륭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문이 열렸다. 블러드 베인의 리더 렉스와 여러 갱단원들이 들이닥쳤다.


"칼 스펜서!" 렉스가 소리쳤다. "마야 셰르반을 배신했군!"


칼은 당황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섰다. "이게 무슨...?!"


대사국 요원들은 재빨리 무기를 꺼냈지만, 블러드 베인 갱단원들이 이미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


"진정해, 렉스." 칼이 진정시키려 했다. "난 그저 노마드를 위해..."


"거짓말 마!" 렉스가 소리쳤다. "우리는 모든 대화를 녹음했어. 네가 마야를 배신하고 노마드의 보스가 되려 한다는 것도 알아!"


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대사국 요원들을 바라봤지만,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안전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오해야." 칼이 필사적으로 말했다. "난 그저..."


그때, 통신 신호가 들어왔다. 블러드 베인 갱단원 중 하나가 화면을 켰다. 마야 셰르반의 얼굴이 나타났다.


"안녕, 칼." 마야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대사국과 거래하는 게 어떤가?"


칼은 잠시 말을 잃었다가 곧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넌 항상 이런 식이야, 마야! 여자가 뭘 안다고 노마드를 이끈다는 거지? 너 같은 여자는..."


"여자?" 마야가 웃었다. "그게 네 불만의 핵심이었군. 내가 여자라서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야."


칼은 계속해서 분노를 표출했다. "여자는 그저 남자를 뒷받침하는 역할이야! 네가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애교 좀 부렸다면, 지금쯤 노마드는 훨씬 더 좋은 상태였을 거야!"


마야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침착함이 있었지만, 강철 같은 단호함도 엿보였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칼?"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강렬했다. "내가 '애교'로 만든 N급 네트워크가 지난 3년간 노마드의 생존율을 60% 향상시켰어. 내가 '여자라서' 구축한, 노마드를 보호하는 정보망 덕분에 대사국의 습격이 83% 감소했고."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 생각을 가진 너 같은 사람 때문에 노마드가 발전하지 못했던 거야. 하지만 이제 변할 시간이야."


그녀는 화면을 향해 무언가를 들어 보였다. 칼이 대사국 요원에게 건넨 데이터 칩과 똑같은 것이었다.


"이게 뭔지 알아, 칼? 이건 네가 방금 대사국에 팔아넘긴 것과 똑같은 칩이야. 하지만 내용물은 좀 다르지."


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무슨...?"


"네가 건넨 칩에는 N급의 진짜 정보가 아니라, 내가 심어놓은 가짜 정보가 들어있어. 그리고 그 칩이 활성화되는 순간, 대사국 시스템에 바이러스가 퍼지도록 설계되어 있지."


대사국 요원들이 경악했다. 세 번째 요원이 허둥지둥 칩을 꺼내 확인하려 했다.


"늦었어." 마야가 말했다. "이미 활성화됐어."


그 순간, 요원들의 통신 장치에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심보그 패치가 붉은색으로 변했다.


"지금 대사국 통신망에 일시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있을 거야." 마야가 차분하게 설명했다. "특히, 너희와 관련된 모든 기록이 지워지고 있지. 너희가 칼 스펜서를 만났다는 기록, 노마드를 공격하려 했다는 기록, 모든 것이."


요원들의 얼굴이 공포로 가득 찼다. 대사국 요원으로서, 그들의 임무 기록이 사라진다는 것은 재앙이었다. 그것은 그들의 활동이 불법이 된다는 의미였다.


"물론, 영구적인 건 아니야." 마야가 덧붙였다. "24시간 후에 복구될 거야. 그동안 너희는 어디로 사라지든 자유야. 하지만 다시는 노마드에 얼씬거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이번엔 거꾸로 데이터가 전부 공표되는 수가 있어."


요원들은 서로를 바라본 후,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칼은 이제 혼자 남겨졌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와 분노가 교차했다.


"이게 네 계획이었어, 마야? 날 함정에 빠뜨리려고?"


"전혀." 마야가 고개를 저었다. "네가 언젠가 날 배신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행동할 줄은 몰랐어. 난 그저 준비가 되어 있었을 뿐이야."


칼은 이를 악물었다. "그래서 이제 나를 어쩌려고? 죽이겠다고?"


마야의 눈이 가늘어졌다.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아니, 칼. 난 널 더스트 하운드의 리더로 두려고 해."


이 말에 칼과 렉스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칼이 물었다.


"조건이 있어." 마야가 말을 이었다. "첫째, N급 브랜드를 인정하고 지원할 것. 둘째, 대사국과의 모든 비밀 접촉을 중단할 것. 셋째, 너의 배신을 더스트 하운드 전체에 공개하고 사과할 것."


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날 용서한다고?"


마야는 쓴웃음을 지었다. "용서? 아니, 칼. 이건 용서가 아니라 실용적인 결정이야. 살롱즈와 힙스들이 자원을 낭비하는 걸 보면 내 속이 끓어. 그들은 먹다 남은 음식을 버리고, 한 번 입은 옷을 폐기하고, 약간의 흠집이 생긴 기계를 교체해."


그녀의 눈에 분노가 번뜩였다. "나도 낭비를 증오해. 너의 재능을 그냥 버리는 건 바로 그런 낭비야. 살롱즈의 방식은 아니지만, 노마드는 버려진 것에서 가치를 찾는 법을 알아."


칼은 그녀의 말이 가진 냉정한 논리에 말문이 막혔다.


마야는 계속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네가 죽으면 더스트 하운드 내부에서 권력 다툼이 일어날 거야. 그건 지금 노마드에게 필요하지 않아. 우리는 함께 서야 해, 심지어 서로 싫어해도 말이야."


그녀의 말에는 냉철한 실용주의가 담겨 있었다. 개인적 감정을 제쳐두고, 더 큰 목표를 위해 적과도 협력할 줄 아는 전략적 지혜였다.


칼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야의 제안이 얼마나 치욕적인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가 옳다는 것도 알았다.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알았어." 마침내 그가 말했다. "네 조건을 받아들이지."


마야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한 선택이야, 칼. 렉스, 그를 러스트 바자르로 데려와. 그가 N급 브랜드 지지 연설을 할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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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급 브랜드 론칭 행사는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이었다. 마야의 N-코어 발표는 노마드 사이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고, 칼 스펜서의 갑작스러운 지지 선언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서로 다른 대사국의 통치지역에 있는 노마드가 모두 통합된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노마드의 여왕 마야의 탄생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마야는 자신의 작업실로 돌아왔다. 여느 노마드 시설과 마찬가지로 그곳은 재활용 자재로 지어졌지만, 그녀가 직접 설계한 효율적인 공간이었다. 탁자 위에는 그녀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프로젝트들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피곤했지만, 만족스러웠다. N급은 이제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노마드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때, 통신 신호가 들어왔다. 아스트라 인더스트리의 제임스 리였다.


"마야."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N-코어라... 상당히 흥미로운 기술이군요."


마야는 미소지었다. "감사합니다. 우리 노마드의 최신 발명품이죠."


"하지만 우리 둘 다 알다시피, N-코어 기술의 일부는 아스트라 인더스트리에서 '사라진' 연구 자료에 기반하고 있죠."


마야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모든 기술은 어디선가 시작되죠. 중요한 건 그것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입니다."


제임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화이트 핸드 부대를 철수시켰습니다. 당신의 요구대로요. 하지만 알아두세요, 마야. 다음번에는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겁니다."


마야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하지만 제임스, 우리 서로 솔직해지는 게 어떨까요? 당신네 기업은 N급 시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당신들의 매립장은 이미 포화 상태고, 폐기물 처리 비용은 계속 상승하고 있죠. 물론 그 생산 실적을 유지하려면 최신형 폐기물도 상당할거고요."


그녀의 말에 제임스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리고 우리 노마드도 당신들의 '불량품'이 필요하고요," 마야가 계속했다. "이건 강 상류와 하류의 관계예요. 당신들이 버리는 것이 우리의 자원이 되고, 우리가 만드는 시장이 당신들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이 비유에 제임스는 생각에 잠겼다. 강 상류에 있는 산업화된 대사국과 하류에 있는 노마드의 관계. 그것은 너무나 명확한 은유였다.


"당신이 기후 변화 대응 기술을 언급했더군요, 론칭 연설에서." 제임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것이... 그저 선전이 아니라면, 어쩌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야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이것이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새로운 종류의 협상이었다. 파괴적인 것을 넘어, 건설적인 것으로 향하는.


"우리는 항상 공동 프로젝트에 열려 있습니다, 제임스. 물론, 동등한 파트너로서요."


제임스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신 대로, 우리는 서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N급이 너무 커지면... 우리도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해합니다." 마야가 말했다. "우리는 항상 균형을 유지할 거예요."


통신이 끊겼다. 마야는 창밖으로 러스트 바자르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불과 24시간 전, 그녀는 이 모든 것이 무너질까 두려워했다. 하지만 지금, 노마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N급 브랜드는 아직 완전한 성공이라고 할 수 없었다. 대사국과 기업들은 여전히 그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노마드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첫 걸음은 내딛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마야는 책상 위에 놓인 작은 화분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놀랍게도 녹색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폐기물 더미에서 자란 생명체. 그것은 그녀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의 상징이었다. 버려진 것들 사이에서 자란 희망.


"버려진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 그게 노마드의 진정한 정신이야." 그녀는 중얼거렸다.


마야는 피곤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내일은 또 다른 싸움의 날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밤만큼은, 그녀는 승리를 만끽할 자격이 있었다.


노마드의 여왕, 마야 셰르반. 그녀의 브랜드 혁명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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