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전 세계 패션 산업 규모는 230조 원입니다.
자동차 산업보다 큽니다. 반도체 산업과 비슷합니다. 사람들은 옷에 돈을 씁니다. 엄청나게. 매년 수십만 원씩. 옷장을 열면 작년에 산 옷들이 가득합니다. 올해도 또 삽니다.
하지만 이것은 실물 옷입니다.
2023년 기준 글로벌 인게임 코스메틱 시장은 70조 원을 훌쩍 넘는다는 추정치가 많습니다. (로블록스·포트나이트·LOL·제노니아 등 합산) 심지어 한국 모바일 게임 코스메틱만 따져도 수조 원대입니다. 실제로 입을 수 없는 디지털 옷인데도 이 정도입니다. 하지만 70조 원. 여기 70조원의 시장이 있다면 그 구성물의 가치가 의미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포트나이트는 2018~2019년 피크 시절 연매출 2~5조 원대를 기록했습니다. 이 게임은 기본 플레이가 무료입니다. 수익의 절반은 스킨 판매입니다. 게임 승리에 도움이 됩니까? 아닙니다. 더 강해집니까? 아닙니다. 그냥 보기 좋아집니다. 어떤 사람들은 효용과 승리 요소에 신경 쓸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공정함을 위해 무료입니다. 적어도 돈 많이 쓴 순서대로 부자 이기는 게임은 아닙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2023년 가장 비싼 스킨 가격은 50만 원입니다. 팔렸습니다. 수천 개가.
왜 사람들은 디지털 옷에 돈을 쓸까요? 이 질문 안에 230조 원 패션 산업, 70조 원 게임 스킨 시장, 그리고 K-POP IP 비즈니스의 핵심이 들어있습니다.
한때 게임을 '애들 코묻은 돈 훑어먹는 사업'이나 '시장 어두운 구석의 오락업장 운영'으로 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990년대 신문에는 '오락실이 청소년 비행의 온상'이라는 사설이 실렸습니다. 게임은 진지한 산업이 아니었습니다.
2024년, 전 세계 게임 산업 규모는 280조 원입니다. 영화 산업의 3배입니다. 음악 산업의 10배입니다.
지금도 똑같은 실수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디지털 굿즈? 그냥 그림 파일 하나 만들어서 파는 거 아니야?"
틀렸습니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패션을 패션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헤어스타일, 옷, 신발, 액세서리, 타투. 심지어 신체와 생김새까지. 이 모든 것이 디지털에서는 같은 형태입니다. 데이터입니다. 비주얼입니다.
모든 비주얼은 하나입니다.
그 안에 문화가 들어있고, 감성이 들어있고, 트렌드가 들어있고, 커뮤니티를 식별하는 수단이 들어있고, 일반과 나를 분리하는 아이덴티티가 들어있습니다.
K-POP 아이돌이 무대에 섭니다. 음악방송입니다. 팬들은 노래를 듣고, 춤을 보고, 패션을 봅니다. 헤어스타일이 바뀌었습니다. 립스틱 색이 달라졌습니다. 귀걸이가 반짝입니다. 재킷 어깨선이 다릅니다. 부츠 굽이 높습니다.
무대가 끝나고 48시간이 지납니다. SNS에는 게시글 수백 개가 올라옵니다. "오늘 무대 패션 총정리". 헤어 컬러부터 립스틱 번호까지, 귀걸이 브랜드부터 부츠 모델까지. 팬들은 모든 것을 찾아냅니다.
이것은 패션이 아닙니다. 정체성 해부학입니다.
배니월드의 캐릭터에게 옷을 입힐 때, 메제웍스가 고민하는 것은 '예쁜 그래픽'이 아닙니다. 헤어는 어떤 스타일인가. 어페럴은 어떤 실루엣인가. 신발은 어떤 브랜드 감성인가. 액세서리는 어느 정도 화려한가. 모든 비주얼 요소가 하나의 정체성으로 수렴됩니다.
왜?
패션은 옷이 아닙니다. 정체성을 품는 것입니다.
2022년, 블랙핑크 제니가 공항 패션으로 발렌시아가 후드티를 입었습니다. 생로랑 가방을 들었습니다. 샤넬 선글라스를 썼습니다. 총 의상 가격 약 500만 원입니다.
다음 날 발렌시아가 공식 온라인몰에서 제니가 입었던 후드티가 품절됐습니다. 48시간 만에 전 세계 매장 품절입니다.
발렌시아가 측 추산 결과, 제니 공항 패션 1회 노출의 광고 효과는 약 50억 원입니다. TV 광고 10개를 집행한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1년간 제니 착용의 총 광고 효과는 약 500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팬들은 제니가 입은 옷을 사고 싶어 합니다. 같은 옷을 입으면 제니와 가까워진 느낌이 듭니다. 팬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동일시'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발렌시아가 후드티는 150만 원입니다. 생로랑 가방은 300만 원입니다. 대학생 팬이 살 수 없는 금액입니다. 그래서 무신사에서 비슷한 디자인의 후드티를 찾습니다. 3만 원입니다.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발렌시아가가 아니니까.
디지털 트렌드는 이 간극을 메웁니다. 오직 트렌디함만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제니의 디지털 분신 캐릭터에게 발렌시아가 후드티를 입힐 수 있습니다. 가격이 5000원이라면 150만 원을 5,000원으로 압축하는 것입니다. 팬은 만족합니다. 소유욕이 충족됩니다.
2021년 봄, BTS 멤버 7명 전원이 루이비통 글로벌 앰배서더로 계약했습니다. 계약금은 비공개입니다. 업계 추정은 연간 100억 원 이상입니다.
계약 발표 후 3개월, 루이비통 아시아 매출이 전년 대비 40% 증가했습니다. 루이비통 담당 임원이 설명했습니다. "BTS 효과입니다. 팬덤이 매장을 찾았습니다."
명품 브랜드는 아이돌에게 옷을 입힙니다. 무료로. 오히려 돈을 줍니다. 왜? 그 이상의 광고 효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방향입니다. 루이비통 → BTS → 팬. 팬은 루이비통을 사거나, 못 사면 구경만 합니다.
디지털 콘텐츠는 양방향입니다. BTS의 캐릭터에게 루이비통 디지털 아이템을 입힐 수 있습니다. 루이비통과 협업해서 만듭니다. 가격은 5,000원입니다. 500만 원짜리 재킷을 5,000원에 경험합니다. 루이비통은 디지털 시장에 진출합니다. BTS는 IP를 확장합니다. 팬도 만족합니다. 제공사도 수익을 얻습니다. 4자가 모두 이득입니다.
2024년 기준, 대형 기획사 소속 스타일리스트의 연봉은 5,000만 원에서 1억 원 사이입니다.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는 건당 500만 원에서 2,000만 원을 받습니다.
한 아이돌 그룹의 3주 컴백 활동. 음악방송 15회, 팬미팅 3회, 공항 패션 6회. 멤버 5명 기준. 필요한 의상은 총 120벌입니다. 모든 무대마다 다른 옷을 입어야 합니다. 같은 옷을 두 번 입으면 팬들이 실망합니다.
의상 한 벌당 평균 비용 50만 원. 총 6,000만 원. 스타일리스트 인건비, 액세서리, 헤어 메이크업까지 더하면 약 1억 원입니다. 3주 활동에 1억 원을 씁니다.
왜 이렇게 돈을 쓸까요? 의상은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팬들은 무대를 보지만, 그것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패션을 봅니다. 매 무대마다 다른 스타일링을 기대합니다.
2023년 여름, 한 아이돌 그룹의 음악방송 무대 후 48시간 만에 팬들이 모든 브랜드를 찾아냈습니다. 재킷부터 신발까지. SNS에 '오늘 무대 패션 총정리'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댓글에는 "게임에 이 의상 나오면 바로 산다"는 말이 달렸습니다.
K-POP에서 패션은 선택이 아닙니다. 본질입니다. 노래만큼 중요합니다. 어쩌면 더 중요합니다.
1959년 3월 9일, 뉴욕 토이 페어(Toy Fair)에 바비(Barbie) 인형이 등장했습니다. 키 29cm. 금발. 흑백 줄무늬 수영복. 마텔(Mattel)이 만들었습니다. 가격은 3달러. 첫해 판매량 35만 개입니다.
이듬해, 마텔은 바비의 옷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수영복만 입던 바비가 이제 드레스를 입을 수 있습니다. 재킷을 입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열광했습니다. 바비 본체보다 옷을 더 많이 샀습니다.
2024년, 바비는 65세가 됐습니다. 연간 판매량 5,800만 개. 연매출 1조 5,000억 원. 마텔 전체 매출의 40%입니다. 65년 동안 누적 판매량은 10억 개를 넘었습니다.
바비 인형 본체 가격은 15,000원입니다. 바비 의상 세트 가격은 10,000원에서 30,000원입니다. 1959년부터 2024년까지 출시된 바비 의상의 총 개수는 몇벌일까요?
어마어마한 숫자겠죠. 패션산업급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디자인의 역사를 수많은 다큐멘터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비는 단순한 인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패션 모델입니다. 바비에게는 직업이 있습니다. 의사 바비, 우주비행사 바비, 대통령 바비. 각 직업마다 옷이 다릅니다. 바비에게는 시대가 있습니다. 60년대 바비, 90년대 바비, 2020년대 바비. 각 시대마다 유행이 다릅니다. 바비에게는 협업이 있습니다. 구찌 바비, 샤넬 바비, 루이비통 바비.
아이들은 바비 본체를 1개 사고, 옷을 10벌, 20벌 삽니다. 왜? 옷을 갈아입히는 것이 재미있으니까.
마텔 디자이너가 밝힌 바비 의상 제작 시간은 평균 6개월입니다. 29cm 인형의 옷인데 6개월이 걸립니다.
실제 패션 트렌드를 29cm로 축소하는 것은 단순한 작업이 아닙니다. 2024년 봄 샤넬 트위드 재킷을 바비 버전으로 만듭니다. 여성 성인 기준 어깨 넓이 40cm를 바비에 맞춰 3cm로 축소합니다. 단추는 지름 2cm에서 2mm로. 지퍼는 30cm에서 1cm로. 레이스는 5cm 폭에서 0.5mm 폭으로.
0.1mm 차이로 완성도가 달라집니다.
2023년, 마텔은 샤넬과 협업했습니다. 샤넬 트위드 재킷을 입은 바비. 한정판 2,000개. 가격 50만 원. 출시 1시간 만에 완판됐습니다. 왜? 실제 샤넬 트위드 재킷을 29cm로 완벽하게 재현했기 때문입니다. 버튼 하나, 포켓 스티치 하나, 안감 패턴까지 똑같습니다.
마텔 CEO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장난감을 만들지 않습니다. 꿈을 만듭니다. 아이들이 바비를 통해 패션 디자이너, 모델, 스타일리스트를 꿈꿉니다. 그래서 옷을 대충 만들 수 없습니다."
2010년, 일본 에포크(Epoch)사가 실비안 패밀리(Sylvanian Families)를 출시했습니다. 동물 가족 인형. 크기는 약 7cm입니다. 인형 본체보다 집과 소품이 더 비쌉니다. 인형 가족 세트 3만 원, 집 세트 10만 원, 가구 세트 3만 원, 의상 세트 1만 원.
2024년 기준, 실비안 패밀리 연매출은 약 5,000억 원입니다. 전 세계 75개국에서 판매됩니다.
성공 이유는 정밀함입니다. 7cm 인형의 옷에 단추가 있습니다. 진짜 채워집니다. 집 벽지에는 1mm 크기 꽃무늬가 있습니다. 의자에는 2mm 두께 쿠션이 있습니다. 손으로 누르면 들어갑니다.
에포크사 디자이너가 말했습니다. "작다고 대충 만들면 아이들이 압니다. 아이들은 디테일을 봅니다. 1mm 꽃무늬를 보고 감동합니다."
팬덤 액티비티의 캐릭터는 디지털입니다. 물리적 제약이 없습니다. 하지만 메제웍스는 마텔처럼, 에포크처럼 고민합니다. 실제 무대 의상의 단추 위치는 어디인가. 레이스 패턴은 어떤 모양인가. 정밀하게 측정합니다.
왜? 대충 만들면 유저가 알기 때문입니다.
2024년 전 세계 키링 시장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는 리포트는 없습니다만 급성장 중인 키링/아크릴 스탠드 시장만 5~10조 원으로 추산합니다. 10년 전인 2014년에는 1조 원이었습니다. 10년 만에 5배 성장했습니다.
MZ세대는 가방에 키링을 주렁주렁 답니다. 아이돌 아크릴 키링, 캐릭터 키링, 브랜드 키링. 가방이 무거워도 뗄 수 없습니다. 왜? 이것이 정체성 표현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를 보여줍니다.
이전 세대는 명함으로 정체성을 표현했습니다. 회사 이름, 직함. MZ세대는 다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나를 표현합니다. 가방에 매단 키링이 명함보다 정확하게 나를 설명합니다.
2023년 여름, SM 엔터테인먼트가 아티스트 캐릭터 키링을 출시했습니다. NCT, 에스파, 레드벨벳. 개당 가격 8,000원에서 15,000원. 첫 해 판매량 200만 개. 매출 약 200억 원입니다.
흥미로운 패턴이 있습니다. 한 명당 평균 구매 개수가 5개입니다. 왜 5개? 그룹 멤버 수가 보통 5명이니까. 팬들은 한 명만 사지 않습니다. 전부 삽니다. 최애만 사면 다른 멤버들에게 미안하니까.
팬덤 액티비티의 아이템 수집도 같습니다. 디지털 키링입니다. 캐릭터에게 입힌 옷, 씌운 모자, 신긴 신발. 모두 수집품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인기 있는 디지털 아이템이 실물 키링이 됩니다.
2024년, 한국 크레인 게임 시장 매출은 약 3,000억 원입니다. 10년 전 대비 10배 성장했습니다.
10년 전에는 저렴한 인형이었습니다. 원가 1,000원. 재질이 형편없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고급 인형입니다. 원가 10,000원 이상. 브랜드 협업 인형입니다. 산리오, 디즈니, K-POP.
2023년 여름, 홍대 한 크레인 게임장에 BT21 인형이 입고됐습니다. 그날 줄이 100명 넘게 섰습니다. 1인당 평균 지출 3만 원. 하루 매출 300만 원입니다.
뽑기의 쾌감 + 브랜드 가치 + 희소성. 세 가지가 결합되면 사람들은 10배 더 돈을 씁니다.
1974년, 산리오(Sanrio) 디자이너 시미즈 유코가 헬로키티(Hello Kitty)를 그렸습니다. 하얀 고양이. 빨간 리본. 입이 없습니다. 왜? 입이 없으면 어떤 감정이든 투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75년 첫 헬로키티 상품이 나왔습니다. 동전 지갑. 대히트했습니다. 1980년부터 헬로키티에게 옷을 입히기 시작했습니다. 드레스, 기모노, 수영복, 크리스마스 의상.
2024년, 헬로키티는 50세가 됐습니다. 산리오 연매출은 1조 원입니다. 총 450개 이상의 캐릭터가 있지만 여전히 헬로키티가 가장 인기 있습니다.
왜? 헬로키티는 매년 새로운 옷을 입기 때문입니다. 2024년 봄 벚꽃 기모노 키티, 여름 비치 키티, 가을 할로윈 키티. 50년간 출시된 헬로키티 디자인은 5만 개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산리오의 철학입니다. "캐릭터는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살아있으면 옷을 갈아입습니다. 계절마다, 기분마다, 트렌드마다."
2020년, 일본 만화가 나가노가 트위터에 그림을 올렸습니다. 작고 하찮은 생물. 걱정스러운 표정. "우와... 어떡해..." 매일 그림을 올렸습니다. 팔로워가 늘어났습니다.
캐릭터 이름이 생겼습니다. 치이카와(ちいかわ). '작고 귀엽고 불쌍한 것'의 줄임말입니다. 2024년, 치이카와 연매출은 약 3,000억 원입니다. 4년 만에 3,000억 원. 50년 걸린 헬로키티를 3년 만에 위협하고 있습니다.
왜? 헬로키티와 치이카와는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헬로키티는 완벽합니다. 예쁩니다. 치이카와는 불완전합니다. 불쌍합니다. MZ세대는 치이카와에게 공감합니다. '챙겨줘야 하는 존재'에 끌립니다.
2015년, 미국 예일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큐트 어그레션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귀여운 것을 보면 공격하고 싶은 충동.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다"는 감정입니다.
연구팀이 설명했습니다. 인간의 뇌는 과도한 긍정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상반된 충동을 만들어낸다고. 하지만 실제로 공격하지는 않습니다. 이 충동이 소유욕으로 전환됩니다.
산리오, 치이카와, BT21이 모두 이것을 이용합니다. 귀여움을 무기로 큐트 어그레션을 자극합니다. 소유욕을 끌어냅니다. MEJE works의 팬덤 액티비티도 같습니다. 아이돌을 귀여운 캐릭터로 만듭니다. 큰 눈, 둥근 얼굴, 통통한 몸. 큐트 어그레션을 자극합니다. 유저는 옷을 사줍니다. 귀여움은 중독성이 있습니다.
2017년 9월, 에픽게임즈가 포트나이트(Fortnite)를 출시했습니다. 배틀로얄 게임. 무료입니다. 수익 모델은 스킨입니다.
2019년 연매출 18억 달러(2.4조 원). 이중 50%가 스킨 판매입니다. 스킨을 사면 강해질까요? 아닙니다. 그냥 보기 좋아집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삽니다.
가장 비싼 스킨은 2023년 갤럭시 스킨입니다. 가격 50만 원. 한정판입니다. 희소합니다. 게임에 그 사람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압니다. 스킨 하나로 지위가 올라갑니다.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도 기본 플레이는 무료입니다. 수익은 스킨입니다. 하지만 스킨 제작에 걸리는 시간이 다릅니다.
라이엇 디자이너가 밝힌 제작 시간은 평균 6개월입니다. 컨셉 기획 2주, 일러스트 3주, 3D 모델링 4주, 애니메이션 6주, 이펙트 4주, 사운드 3주, QA 2주. 총 24주입니다.
그래서 리그 오브 레전드 스킨은 비쌉니다. 일반 스킨 5,000원15,000원. 프레스티지 스킨 30,000원50,000원. 가장 비싼 울티밋 스킨은 50만 원입니다. 하지만 팔립니다. 6개월 동안 수십 명이 만든 결과물입니다.
포트나이트,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는 가상입니다. 스킨도 가상입니다. 멋있지만 현실과 연결되지 않습니다.
팬덤 액티비티는 다릅니다. 실제 아이돌과 연결됩니다. 목요일 밤 음악방송, 실제 무대, 실제 의상. 72시간 후 게임에 업데이트됩니다.
가상 캐릭터의 옷은 그냥 옷입니다. 아이돌 캐릭터의 옷은 의미가 있습니다. 2023년 6월 15일 첫 1위 그날 무대 의상. 팬들은 그날을 기억합니다. 그 의상이 추가됩니다. 팬들이 보유합니다. 의상 하나가 시간을 담습니다. 기억을 담습니다.
2024년 가을, 한 아이돌 그룹이 컴백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습니다. 멤버 한 명의 클로즈업. 팬들은 확대합니다. 분석을 시작합니다.
"헤어 색깔 바뀌었다. 애쉬 블루?" "아이라인 스타일이 다르네." "귀걸이 새 거다." "목에 초커." "손톱 네일아트."
사진 한 장에서 10가지 이상의 변화를 찾아냅니다. 모든 것을 봅니다. 모든 것을 기억합니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모든 것이 같은 형태입니다. 헤어, 옷, 신발, 액세서리, 타투, 신체, 생김새. 실물 세계에서는 각각 다릅니다. 헤어는 미용실, 옷은 매장, 타투는 타투샵. 각각 다른 장소, 다른 시간, 다른 비용.
하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모두 같은 데이터입니다. 모두 비주얼 에셋입니다. 모두 화면에 표시됩니다. 모두 클릭 한 번으로 바뀝니다.
팬덤 액티비티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헤어스타일 50가지, 헤어 컬러 30가지. 눈 모양 10가지, 입 모양 8가지. 의상 200벌 이상. 신발 50켤레 이상. 귀걸이 30종, 목걸이 25종, 팔찌 20종, 반지 15종. 타투 디자인 20가지, 위치 10가지.
모든 조합 가능 개수는 수억 가지입니다. 같은 캐릭터지만 유저마다 다릅니다. 어떤 유저는 올블랙 펑크 스타일. 어떤 유저는 파스텔 러블리 스타일. 같은 아이돌, 다른 정체성입니다.
실물 세계의 한계. 헤어를 바꾸려면 미용실에 갑니다. 2시간, 10만 원. 마음에 안 들면? 참습니다. 3개월, 6개월. 타투를 새기려면 타투샵에 갑니다. 2시간, 30만 원. 마음에 안 들면? 레이저 시술. 10회, 200만 원, 1년. 흉터가 남습니다.
디지털 세계는 다릅니다. 클릭 한 번. 0.1초. 바뀝니다. 마음에 안 들면 다시 클릭. 또 바뀝니다. 30만 원이 2,000원이 됩니다. 2시간이 0.1초가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확장된 자아'라고 부릅니다. 1988년 러셀 벨크 교수가 제안한 개념입니다. 내가 소유하고 꾸미는 대상은 나의 일부가 된다는 이론입니다.
차를 튜닝하는 사람. 차는 나의 확장입니다. 집을 꾸미는 사람. 집은 나의 영역입니다. 캐릭터를 스타일링하는 사람. 캐릭터는 나의 분신입니다.
메제웍스는 이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예쁜 옷'을 만들지 않습니다. '다양한 정체성'을 만듭니다. 200벌의 옷. 50가지 헤어. 수십 가지 액세서리. 모두 다른 정체성입니다. 유저는 선택합니다. 오늘은 이 정체성. 내일은 저 정체성. 자유롭게.
230조 원 실물 패션 산업. 70조 원+ 디지털 코스메틱 시장. 5~10조 원 키링/캐릭터 굿즈 시장. 1조 5,000억 원 바비 제국. 1조 원 산리오 왕국. 이 모든 산업이 옷을 팝니다. 사람들은 옷을 삽니다. 끊임없이.
왜? 패션은 옷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체성을 사는 것입니다.
발렌시아가를 입으면 제니처럼 느껴집니다. 샤넬 바비를 사면 샤넬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갤럭시 스킨을 장착하면 특별한 플레이어가 됩니다. 팬덤 액티비티의 캐릭터에게 무대 의상을 입히면 그날의 기억을 소유합니다. 2023년 6월 15일 첫 1위. 2,000원으로 그날을 삽니다.
이 역시 집계는 없습니다만, 마텔은 65년간 출시된 바비 의상과 액세서리 종류는 수십만~수백만 개에 달할 것입니다. 우리중에 바비 의상을 한번도 안 본 사람이 있나요?
바비 의상 하나에 6개월을 씁니다. 단추 2mm, 지퍼 1cm, 레이스 0.5mm. 마텔 CEO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장난감을 만들지 않습니다. 꿈을 만듭니다."
산리오는 50년 동안 5만 개의 헬로키티 디자인을 만들었습니다. 산리오 철학입니다. "캐릭터는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살아있으면 옷을 갈아입습니다."
한때 게임을 '애들 코묻은 돈 훑어먹는 사업'으로 보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2024년 게임 산업은 280조 원입니다. 지금도 디지털 굿즈를 '그림 파일 하나 만드는 것'으로 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틀렸습니다.
디지털 패션은 230조 원 실물 패션 산업의 진화형입니다. 물리적 제약을 넘어선 무한한 정체성 표현의 도구입니다. 바비가 0.1mm를 고민하는 이유, 산리오가 50년간 멈추지 않는 이유, 팬덤 액티비티가 의미를 담은 캐릭터의 옷을 만드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귀여운 것이 살아남지만, 정밀하게 귀여워야 합니다. 불쌍한 것이 팔리지만, 귀엽게 불쌍해야 합니다. 옷을 팔지만, 정체성을 팔아야 합니다.
9화에서 우리는 매일 루틴을 봤습니다. 10화에서 우리는 왜 패션이 비즈니스의 심장인지 봤습니다. 다음은 캐릭터가 성장합니다. 매일 깨우고, 매일 밥 주고, 매일 옷을 갈아입힙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변하지 않는다면 유저는 곧 질립니다.
[이번 화 요약]
230조 원 패션 산업: 디지털 패션시장의 규모.
디지털 환경의 비주얼 통합: 헤어, 어페럴, 신발, 타투 모두 같은 데이터. 모든 비주얼은 하나. 문화, 감성, 트렌드, 아이덴티티.
K-POP 패션 경제: 제니 50억 효과. BTS 100억 계약, 40% 매출 증가. 스타일리스트 산업. 팬들은 48시간 안에 모든 브랜드 찾음. 정체성 해부학.
바비의 정밀함: 65년간 의류시장급의 제작. 제작 6개월. 0.1mm 차이. 샤넬 바비 50만 원 1시간 완판. 실비안 7cm 인형 1mm 꽃무늬. 대충 만들면 아이들이 압니다.
키링 5조 시장: MZ 정체성 표현. SM 200억. 평균 구매 5개. 크레인 게임 3,000억, 10배 성장.
산리오와 치이카와: 헬로키티 50년 5만 디자인. 살아있으면 옷을 갈아입는다. 치이카와 3년 3,000억. 큐트 어그레션.
코스메틱 게임: 포트나이트 2.4조, 50% 스킨. 롤 스킨 제작 6개월. 팬덤 액티비티: 실제 아이돌 연동, 그날 기억.
비주얼 통합: 커스터마이징 수억 조합. 클릭 한 번 정체성 변경. 확장된 자아.
패션 = 정체성. 대충 만들면 유저가 압니다. 바비 0.1mm, 산리오 5만 개. 정밀하게 귀여워야 합니다.
결국 그들/우리는 옷을 사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되고 싶은 ‘나’를 2,000원에 사는 겁니다.
그게 72시간 안에 업데이트되지 않으면, 우리는 바보짓을 하고 있는 겁니다.
[다음 화 예고]
매일 꾸미고 돌봅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변하지 않는다면 유저는 질립니다.
[제11화. 레벨업의 심리학: 성장하는 IP]에서는 육성 시스템, 친밀도, 해금 콘텐츠가 어떻게 장기 리텐션을 만드는지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