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소장욕의 끝판왕: 카드 수집 시스템

by 김동은WhtDrgon

[디지털 굿즈] 소장욕의 끝판왕: 카드 수집 시스템


2023년 가을, NCT 멤버의 공방 포토카드 1장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100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공방 포토카드는 음악방송 현장 추첨 당첨자만 얻을 수 있습니다. 가로 5.5cm, 세로 8.5cm. 명함 크기 종이 조각. 제조 원가 100원. 거래 가격 100만 원.


2023년 한국 음반 수출액은 3억 달러, 약 4,000억 원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통계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음악을 사지 않습니다. 포토카드를 삽니다. 한 커뮤니티 설문조사에서 "앨범을 사는 이유" 중 포토카드 수집이 높게 나온 것이 포토카드를 위해 앨범을 사는 것 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앨범 구매후에 남는 잔존물임에는 확실합니다. 왜냐하면 나머지는 분리수거되기 때문입니다. 음악 감상 목적은? 3%아래 일 것입니다. 그 누구도 음악을 듣기위해 음악이 담겨있는 CD를 사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메제웍스가 디지털 카드 시스템을 설계할 때 고민한 핵심 질문이 이것입니다. 수집이란 무엇인가. 왜 사람들은 종이를, 픽셀을 모으는가. 디지털 시대에 수집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답을 찾기 위해 70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1. 수집의 역사: 야구 카드에서 포토카드까지

1952년, 미국 Topps사가 야구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선수 사진, 이름, 팀, 스탯. 크기는 6.3cm × 8.9cm. 담배 갑에 끼워 팔았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수를 소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미키 맨틀(Mickey Mantle) 1952년 카드는 2021년 경매에서 65억 원에 낙찰됐습니다. 70년 전 100원짜리 종이가 65억 원이 된 이유는 희소성입니다. 1952년 그해만 발행됐고, 재발매는 없었습니다. 70년이 지나고 남은 카드는 전 세계 6장뿐입니다. 희소성이 가치를 만들었습니다.


1996년, 닌텐도가 포켓몬 카드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아이들은 151마리 도감을 채우듯 카드를 모았습니다. 1세대 리자몽 카드는 1999년 발행 후 2021년 경매에서 5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28년간 가치가 올랐습니다. 포켓몬 컴퍼니는 "1세대 카드는 재발매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28년간 지켰습니다. 약속이 신용을 만들고, 신용이 가치를 만들었습니다.


2010년 1월, SM 엔터테인먼트가 소녀시대 정규 2집 'Oh!'를 발매했습니다. 앨범 안에 작은 봉투가 들어있었습니다. 멤버 중 한 명의 포토카드가 랜덤으로 들어있었습니다. 최애 멤버가 나올 때까지 팬들은 앨범을 여러 장 샀습니다. SM은 이것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포토카드는 단순한 팬서비스였습니다. 하지만 팬들은 포토카드 때문에 앨범을 10장씩 샀습니다. 2011년부터 SM은 모든 앨범에 포토카드를 넣기 시작했습니다.


1952년 야구 카드에서 1996년 포켓몬 카드까지 44년. 1996년 포켓몬 카드에서 2010년 포토카드까지 14년. 수집 문화의 진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스포츠에서 게임으로, 게임에서 엔터테인먼트로. 점점 더 감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2. 포토카드 경제학: 진짜 수출품

2022년, 환경 단체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앨범 대량 구매로 인한 쓰레기 증가. 팬들이 앨범을 10장, 20장 사서 포토카드만 꺼내고 CD와 포토북은 버렸습니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 "포토카드 빼고 무료 나눔" 게시글이 수백 개씩 올라왔습니다. SM, JYP, 하이브가 대응했습니다. 2023년부터 CD 없이 포토카드만 판매하는 '디지털 앨범' 옵션을 만들었습니다.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4,000억 원 음반 수출의 실체는 포토카드였습니다.


포토카드에는 등급이 있습니다. 앨범에 랜덤으로 들어있는 일반 포토카드는 시세 5,000원에서 30,000원입니다. 특정 매장에서만 제공하는 특전 포토카드는 50,000원에서 200,000원입니다. 음악방송 현장 추첨으로만 얻을 수 있는 공방 포토카드는 300,000원에서 1,000,000원입니다. 팬사인회 참석자에게만 제공되는 포토카드는 멤버가 직접 전달하고 친필 사인이 포함되어 500,000원에서 2,000,000원에 거래됩니다.


2024년 1월, 방탄소년단 정국 팬사인회 포토카드가 200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에서 포토카드 거래 게시글이 하루 수천 개씩 올라옵니다. 시세표가 매일 업데이트됩니다. '포테크'(포토카드+재테크)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2023년 한 유튜버가 100만 원으로 포토카드를 사서 6개월 후 120만 원에 팔았습니다. 20% 수익률입니다. 종이가 자산이 됐습니다.


3. 야구 카드와의 결정적 차이

1952년 야구 카드와 2010년 포토카드는 본질이 같습니다. 종이, 사진, 수집. 하지만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관계입니다.


야구 카드의 핵심 가치는 스탯과 기록입니다. 선수의 기량을 담습니다. 구매 동기는 투자, 존경, 팬심입니다. 카드를 앨범에 넣어 보관합니다. 영웅과 팬의 수직적 관계입니다. 포토카드의 핵심 가치는 비주얼과 순간입니다. 아이돌의 표정을 담습니다. 구매 동기는 유사 연애 감정, 소유욕, 과시입니다. 카드를 지갑에 넣어 매일 꺼내 봅니다. 연인이나 친구 같은 수평적 관계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활용 방식입니다. 베이브 루스 카드를 맛집에 가져가지 않습니다. 파스타 옆에 놓고 사진 찍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 지민 포토카드는 카페에 갑니다. 아메리카노 옆에 놓입니다.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립니다. "#포카데이트 #지민이랑카페". 이것을 '예절샷'이라고 부릅니다.


4. 예절샷 문화: 동행의 심리학

인스타그램에서 '#포카예절샷'을 검색하면 2024년 12월 기준 200만 건이 나옵니다. 2019년에는 0건이었습니다. 5년 만에 200만 건입니다. 틱톡에서 '#photocarddate'를 검색하면 조회수 수억 뷰가 나옵니다. 5년 만에 새로운 문화가 형성됐습니다.


예절샷은 카페, 맛집, 여행지, 학교, 직장 등 일상의 모든 장소에서 찍힙니다. 아메리카노 옆, 파스타 앞, 에펠탑 앞, 도서관 책상 위, 사무실 모니터 옆. 포토카드가 일상에 들어왔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부터 직장까지, 모든 순간에 포토카드가 함께합니다.


심리는 단순합니다. "오늘도 함께"입니다. 혼자가 아닙니다. 종이 조각이지만 최애의 분신입니다. 동행자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대상 영속성(Object Permanence)의 확장이라고 설명합니다. 어린아이가 엄마 사진을 가지고 다니듯, 군인이 연인 사진을 품에 넣듯, 포토카드는 최애의 존재를 확인시켜줍니다.


야구 카드로 예절샷을 찍는 사람은 없습니다. 구글에서 "baseball card restaurant photo"를 검색하면 결과가 0건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baseballcarddate"를 검색해도 0건입니다. 미키 맨틀 카드를 스타벅스에 가져가지 않습니다. 영웅은 수직적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포토카드는 어떤 의미에서 '영혼의 계승'입니다. 그 종이 조각 안에 아이돌이 살아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여행 사진에 함께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인형이 또 다른 정서적 반려의 이유로 함께 등장하는 것처럼, 포토카드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팬덤 액티비티가 포토카드, 인형, 디지털 콘텐츠 등 다양한 형태를 함께 추구하는 이유는 욕심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MUOS(Multi-Use, One Source)입니다. 하나의 IP를 여러 형태로 경험하면서 다각도로 아이돌 IP에 대한 다면적 상승을 추구합니다. 포토카드는 일상의 동행자, 인형은 물리적 위안, 디지털 콘텐츠는 상호작용 경험. 각각이 다른 정서적 역할을 하며 IP 전체의 가치를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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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메제웍스 CEO. 배니월드,BTS월드, 세계관제작자. '현명한NFT투자자' 저자. 본질은 환상문학-RPG-PC-모바일-쇼엔터-시네마틱-게임-문화를 바라보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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