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롯카드식 AI 커뮤니케이션

Tropes : AI 시대의 구조적 설계와 감각의 언어

by 김동은WhtDrgon

1. 한 문장의 해부학

"AI에 대해 딱 하나만 말해야 한다면."

인간에게 이것은 단순한 가정법 질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에게 이 문장을 건네는 순간, 텍스트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처리된다. AI는 이 한 줄을 글자의 나열이 아닌 고차원 벡터 공간 속 좌표로 인식하며, 문장의 표층 아래 숨겨진 다섯 가지 구조적 장치를 추출해낸다.

첫째, 복잡한 대상을 단일 핵심으로 압축하라는 '단일 선택의 수사학'이 있다. 둘째, 여러 가능성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강제적 선택'의 구조가 작동한다. 셋째, 대상을 환원주의적으로 정제하려는 '본질의 증류'가 개입한다. 넷째, "~해야 한다면"이라는 가정을 통한 '가설적 제약'이 설정된다. 다섯째, 단 하나의 진술로 정의가 가능하다는 '단일 정의 진술'에 대한 믿음이 전제된다.

결국 이 문장은 [AI]라는 대상과 [5개의 트로프]라는 구조적 유전자가 결합된 복합체다. 마치 생물학자가 생명체의 표현형 너머에서 유전자 지도를 읽어내듯, 우리는 텍스트의 표면 너머에서 구조적 DNA를 식별할 수 있다.


2. 구조적 정체성의 발견

이 6개 키워드 링크를 추출했다면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AI에게 같은 구조로 서로 다른 형태의 텍스트를 생성하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3줄짜리 산문을 쓰게 할 수도 있고, 한 편의 시를 창작하게 할 수도 있다.

산문은 논리적 정합성을 갖추며 현상의 복잡성을 설득한다. 시는 "선택의 방"이라는 메타포로 같은 구조를 펼쳐낸 뒤, 마침내 "(침묵)" 뒤에 "하나로 압축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유일한 정의일지도 모른다"는 역설로 귀결된다.

표면적으로 이 텍스트들은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직관적으로 안다. 이것들이 본질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마치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이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든 재즈로 편곡되든 멜로디는 변하지 않는 것처럼, 이 텍스트들 역시 표현형은 달라도 유전형은 동일하다.

텍스트의 정체성은 표면적인 문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저에 깔린 트로프의 조합에 있다. 이 구조적 DNA가 보존되는 한, 텍스트는 무한히 변형되어도 그 고유성을 잃지 않는다.


3. 예술가의 오래된 비밀

사실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피카소는 큐비즘과 청색 시기를 조합하여 고독을 형상화했고, 히치콕은 맥거핀과 서스펜스로 관객의 감정을 정밀하게 조율했다. 이들은 비정형의 감각을 자신만의 정형화된 공식으로 변환할 줄 알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가역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완성된 작품에서 다시 구조적 원리를 추출하고, 그것을 새로운 맥락에 적용할 수 있었다.

AI 시대의 특이점은 이 예술가적 공정이 기술적으로 자동화되었다는 데 있다. 디지털 정보 세계의 존재인 AI는 추상적 개념을 객체로 다루는 데 능숙하다. '사랑'이나 '비극' 같은 형이상학적 개념조차 AI에게는 태그와 패턴이라는 사물로 치환된다. 따라서 이제는 누구나 AI를 통해 개념을 트로프로, 다시 트로프를 텍스트로 변환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적 재현이 가능해졌다고 모두가 예술가가 된 것은 아니다. 도구가 정교해진다고 누구나 장인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4. 텍스트의 한계와 복합 미디어의 필연성

초기의 논의에서 우리는 구조적 유전자를 변형하여 산문을 시로 바꾸는 텍스트 실험에 집중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자문해보자. 단순히 텍스트를 읽고 즐기는 일반 독자에게 글의 구조적 DNA를 분석하고 이해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실용적인가? 맛있는 떡볶이를 먹고 싶은 대중에게 고추장의 정확한 화학적 배합 비율을 암기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텍스트만을 다루는 영역에서 구조적 문해력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인지 부하를 유발한다. 독자는 그저 좋은 글을 읽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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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메제웍스 CEO. 배니월드,BTS월드, 세계관제작자. '현명한NFT투자자' 저자. 본질은 환상문학-RPG-PC-모바일-쇼엔터-시네마틱-게임-문화를 바라보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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