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하면 꼭 하고 싶었던 것
홈파티!
'독립을 하면 친구들을 불러 모아 홈파티를 하고, 와인과 맥주를 마시고,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어야지.'
부모님과 살던 집에서는 친구들을 쉽게 초대할 수 없으니, 혼자 살게 될 날만을 기다렸다.
친구들과 매일매일 놀 거야.
집을 와인바처럼 만들 거야.
항상 와인과 치즈가 떨어지지 않는 찬장을 가질 거야.
처음으로 온 손님에게는 대충 대접하고 싶지 않아서 배달치킨 대신 생닭을 사서 그릴에 구워서 내놓았다.
너무나 뿌듯했다.
새로 산 그릴은 기름 범벅이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놀러 온 친구에게도 레시피를 찾아봐서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를 직접 해서 내놓았다.
요리랄 것도 없이 간단한 음식이었다. 양송이에 치즈를 올려 굽는다던지, 고구마에 버터를 녹여 에어프라이어에 돌린다던지 하는.
간단한 음식이지만 친구가 오기 2시간 전부터 재료를 손질하고 식사를 준비했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준비한다는 행위를 처음으로 해보는 거였다.
맛있게 먹을 친구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미숙하지만 검색을 해가며 열심히 했다.
친구가 극찬을 남겨주고 간 후, 설거지 거리도 너무 많고 약간 피곤하긴 했지만 행복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놀러 온 친구들에게는 배달음식을 시켜줬다.
퇴근하고 도저히 요리를 할 시간도, 체력도 떨어졌다.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니 간편하고 좋았지만 남은 음식들이 싱크대 개수대를 막아 물이 안 내려가고, 기름 범벅인 플라스틱 통들을 설거지하다 보니 너무 힘들고, 친구들이 집에 가고 나서도 1-2시간은 청소하느라 늦게 잠들기 일쑤였다.
로망과 현실은 다르구나.
나는 집에 사람을 초대하기를 그리 즐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집은 나에게 휴식의 공간이다.
사람들을 불러 모아 사교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 뒤로는 집에 초대하기보단 집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남이 해주는 고퀄리티의 음식을 먹으면서 설거지 걱정도 없이 즐거운 얘기 하며 그 시간을 즐긴다.
사람들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너무 좋아해, 혼자 있는 시간이 부족한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좋은 노래를 들으면서
글 쓰고,
책 읽고,
공부하는 시간은,
내가 꼭 확보해야 하는 시간.
남들과 만날 약속 시간을 미리 잡듯이,
나와의 시간도 미리 계획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빽빽한 스케줄 속에서 쉬고 생각하고 재충전할 틈을 내어주지 않는다.
남는 시간이 아니라, 나와의 시간을 제일 우선으로 하기!
내가 몇 년간 외향형 인간으로 살면서 깨달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