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5개월 차의 아침시간
습관이 생겼다.
잠에서 깨면 누워서 빈둥거리는 날도 물론 있지만 가끔은 벌떡 일어나서 커튼을 친다.
맑은 하늘의 새벽엔 여명을 구경하고 운 좋으면 일출까지 볼 수 있다.
창문을 활짝 열고 바깥의 분주하지만 편안한 소음을 듣는다. 내친김에 좋아하는 재즈까지 배경음악으로 틀어놓는다. 감성 자취방의 필수템인 마샬 스피커로(^^).
물 한잔을 마시고 눈곱을 뗀다.
현재 시각 새벽 6시이다.
저절로 이런 말이 나온다.
" 아- 행 복 하 다 "
뭔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 노트북 앞에 앉았다.
왠지 이 시간을 다른 사람의 글이나 유튜브 영상으로 채우고 싶지 않다. 내 안에서 생기는 이 감정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게 미라클 모닝의 힘일까?
이른 기상을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일출이 예쁜 창문을 가진 집에서 살다 보니 눈이 일찍 떠져도 오히려 반갑다. 더 자고 싶다는 생각보단 오늘의 하늘은 어떨지 기대가 된다. 매일매일이 다른 빛깔이다.
아름다운 하늘을 마주하고 나면 오늘의 하루는 또 어떤 색일지 기다려진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에는, 출근시간을 최소한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 그때까지 잤다. 엄마가 아침 준비를 해놓고 깨우면 반쯤 뜬 눈으로 식사를 하고 급하게 씻고 지하철을 놓칠까 뛰어갔다.
그때와 비교하면 사뭇 다른 아침이다.
기상시간이 최소 1시간은 빨라졌다. 그래야 내가 먹을 아침을 준비할 수 있고, 내가 퇴근하고 맞이할 집을 깨끗하게 해 놓을 수 있다. 그래야 내가 입을 옷을 빨아놓을 수 있고, 내가 저녁 먹을 때 쓸 식기가 설거지되어있을 수 있다.
독립 전엔 분명 이렇게 생각했다.
'나 혼자 살면 잠도 이 시간까지 못 잘 텐데, 아침도 내가 준비해야 할 텐데, 설거지도 내가 해야 할 텐데. 어떻게 살지? 너무 힘들 거 같아.'
하지만 몇 개월 살아보니, 꼭 그렇진 않다.
내가 나를 위해 시간을 내서 살림을 가꾸는 이 경험이 꽤 만족스럽다. 오롯이 나만을 위해서 사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독립 5개월 차에 들어서니 모닝 루틴이라는 것이 생겼다.
눈부신 아침 햇살을 막기 위한 암막커튼을 걷는다.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바깥의 소리도 들어본다. 물을 한 잔 마셔 몸을 깨운다. 키우는 고구마에게도 물을 준다. 이불의 먼지를 청소하고 가지런히 정리한다. 빨랫감이 있으면 출근 전에 건조기에 넣을 수 있게 세탁기를 돌린다. 씻고 나와 아침을 준비한다.
아침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하면 깨끗한 집이 되어 마음 놓고 출근을 한다. 그럼 그 상태 그대로 기다리고 있던 집이 퇴근 후 녹초가 된 나를 맞이해준다. 지친 몸으로 또 청소나 집안일을 할 필요가 없어서 너무 좋다. 깨끗하게 정리된 집에 오면, 가뿐한 마음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가진다.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할 힘이 생긴다.
집안일이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던 독립 초기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그땐 가끔 이런 생각도 했다.
'집안일이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아.'
출근을 해서도 집에 쌓여있는 빨랫감과 설거지거리가 신경 쓰이곤 했다. 정리되지 않은 집으로 퇴근하면, 왠지 힘이 빠지고 침대에 누워서 청소를 미루며 괜히 폰만 만지작 거리게 된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아침시간이란
퇴근 후 지쳐서 돌아올 나를 위한 의식이다.
나를 더 소중히 대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