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진공원 Aug 27. 2022

혼자 사는 사람의 모닝 루틴

독립 5개월 차의 아침시간

습관이 생겼다.

잠에서 깨면 누워서 빈둥거리는 날도 물론 있지만 가끔은 벌떡 일어나서 커튼을 친다.

맑은 하늘의 새벽엔 여명을 구경하고 운 좋으면 일출까지 볼 수 있다.

창문을 활짝 열고 바깥의 분주하지만 편안한 소음을 듣는다. 내친김에 좋아하는 재즈까지 배경음악으로 틀어놓는다. 감성 자취방의 필수템인 마샬 스피커로(^^).


물 한잔을 마시고 눈곱을 뗀다.

현재 시각 새벽 6시이다.

저절로 이런 말이 나온다.

" 아- 행 복 하 다 "


어느 날 새벽의 여명



뭔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 노트북 앞에 앉았다.

왠지 이 시간을 다른 사람의 글이나 유튜브 영상으로 채우고 싶지 않다. 내 안에서 생기는 이 감정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게 미라클 모닝의 힘일까?

이른 기상을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일출이 예쁜 창문을 가진 집에서 살다 보니 눈이 일찍 떠져도 오히려 반갑다. 더 자고 싶다는 생각보단 오늘의 하늘은 어떨지 기대가 된다. 매일매일이 다른 빛깔이다.

아름다운 하늘을 마주하고 나면 오늘의 하루는 또 어떤 색일지 기다려진다.



또 어느 날의 일출


부모님과 함께 살 때에는, 출근시간을 최소한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 그때까지 잤다. 엄마가 아침 준비를 해놓고 깨우면 반쯤 뜬 눈으로 식사를 하고 급하게 씻고 지하철을 놓칠까 뛰어갔다.


그때와 비교하면 사뭇 다른 아침이다.

기상시간이 최소 1시간은 빨라졌다. 그래야 내가 먹을 아침을 준비할 수 있고, 내가 퇴근하고 맞이할 집을 깨끗하게 해 놓을 수 있다. 그래야 내가 입을 옷을 빨아놓을 수 있고, 내가 저녁 먹을 때 쓸 식기가 설거지되어있을 수 있다.


독립 전엔 분명 이렇게 생각했다.

'나 혼자 살면 잠도 이 시간까지 못 잘 텐데, 아침도 내가 준비해야 할 텐데, 설거지도 내가 해야 할 텐데. 어떻게 살지? 너무 힘들 거 같아.'

하지만 몇 개월 살아보니, 꼭 그렇진 않다.

내가 나를 위해 시간을 내서 살림을 가꾸는 이 경험이 꽤 만족스럽다.  오롯이 나만을 위해서 사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독립 5개월 차에 들어서니 모닝 루틴이라는 것이 생겼다.

눈부신 아침 햇살을 막기 위한 암막커튼을 걷는다.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바깥의 소리도 들어본다. 물을 한 잔 마셔 몸을 깨운다. 키우는 고구마에게도 물을 준다. 이불의 먼지를 청소하고 가지런히 정리한다. 빨랫감이 있으면 출근 전에 건조기에 넣을 수 있게 세탁기를 돌린다. 씻고 나와 아침을 준비한다.


아침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하면 깨끗한 집이 되어 마음 놓고 출근을 한다. 그럼 그 상태 그대로 기다리고 있던 집이 퇴근 후 녹초가 된 나를 맞이해준다. 지친 몸으로 또 청소나 집안일을 할 필요가 없어서 너무 좋다. 깨끗하게 정리된 집에 오면, 가뿐한 마음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가진다.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할 힘이 생긴다.



집안일이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던 독립 초기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그땐 가끔 이런 생각도 했다.

'집안일이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아.'

출근을 해서도 집에 쌓여있는 빨랫감과 설거지거리가 신경 쓰이곤 했다. 정리되지 않은 집으로 퇴근하면, 왠지 힘이 빠지고 침대에 누워서 청소를 미루며 괜히 폰만 만지작 거리게 된다.

(청소가 힘들 던 내가 쓴 글)




혼자 사는 사람에게 아침시간이란

퇴근 후 지쳐서 돌아올 나를 위한 의식이다.

나를 더 소중히 대하는 마음이다.





작가의 이전글 내 인생 최고의 아침식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