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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ia Oct 26. 2020

스물셋을 마치며 적은 일기

특별하고 새로웠던 1년을 보내면서

가족도, 친구도 없이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스페인에 혼자 와 1년을 보냈다. 낯섦과 새로움의 경계에서 오는 변화는 아쉬움과 행복을 동시에 줬다.


나는 생각보다 적응을 잘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가족, 친구들,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은 내가 씩씩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없다고 했다. 나는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씩씩하지 않았지만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씩씩해 보이려고 노력했다.


너무도 외로웠고, 공허했고, 누군가의 공감이, 따스함이, 온기가 그리웠다. 항상 옆에 있던 이들이 없는 일상도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새로운 사람들로 인해 채워진 온기는 그들 역시 떠나가자 한 순간에 차가워졌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내가 처음 겪은 외로움이 낯설었지만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새롭고 특별한 경험으로 행복한 한 해이기도 했다.


운 좋게 기회를 얻어 축구에 대한 글을 계속 쓸 수 있었다. 고통이 따랐음에도 반짝이는 글을 생각했을 때의 쾌감, 그 글이 인정받을 때의 벅참은 무엇보다 소중했다.


고통과 행복은 동시에 있었는데 올해의 끝자락엔 너무 많이 지쳤던 것인지 고통만을 기억한 것 같아 아쉽다. 어쩌면 나 스스로 행복한 순간이 아니라 고통스러웠던 기억만을 간직하려고 해서 더 힘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고 소중함을 간직하는 힘을 길렀기를 바라본다.


-2017년, 스물셋을 마치며 적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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