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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ia Oct 29. 2020

프롤로그

그날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싶다. 어느 노래를 듣고 특정한 순간이 떠오르는 것처럼 날마다 그만의 분위기를 갖고 있다. 간직하지 않아 잊히는 것뿐이다. 그때의 감정과 냄새, 온기가 고스란히 기억나는 그런 날들. 26살 10월의 분위기는 지금밖에 느낄 수 없다. 36살 10월의 내가 볼 땐 색다르게 다가올 테니까.


이날 무엇을 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 상황에서 내가 느낀 순간의 감정이 더 중요하다. 사실 그건 돌이켜보면 부끄럽기도 하다.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면 더더욱. 그럼에도 그 모습도 ‘나’이니까, '나'였으니까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싶다.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겁이 많았다. 일단 직감에 따라 일을 시작하고도 걱정이 많아 불안과 스트레스를 달고 살았다. 하지만 스페인에서의 삶은 이런 나를 조금씩 바꿔놨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격동을 느끼며 결국 여유로움과 불완전함이 공존하는 법을 배웠다. 타인으로 인해, 나로 인해 변하는 생각과 감정들. 이런 변화를 이끌어낸 그날들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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