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헛되고 헛된 삶, 그래도 아침이면 씨를 뿌리고.

구약성서 끝까지 간다 프로젝트

by 오윤

오늘 이야기는 사울의 뒤를 이은 다윗과 솔로몬 이야기다. 그 시대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다. 이스라엘 왕국의 제 2대 왕으로 40년간 통치를 한 다윗, 그는 이스라엘 왕국을 통일시키고 전성기를 이끈 왕이다. 그의 서사는 목동, 음악가, 시인, 군인, 정치가, 예언자, 왕으로 숨가쁘게 변주하며 유대교의 토대를 다지고, 이스라엘 왕국을 통합하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한다. 이것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두터운 야훼의 신임이다.


출처: http://www.atlasnews.co.kr/news/userArticlePhoto.html


신임이 있다 하여 늘 신의 뜻대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다윗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밧세바. 어느 평범한 오후 날, 나른한 햇살이 비추는 궁 위 옥상에서 산책을 하던 다윗의 시선에서 한 여자를 마주하게 된다. 자기 집 마당에서 목욕을 하던 여성 밧세바였다. 한 눈에 반해버린 다윗, 그녀가 자신의 부하 우리야의 아내라는 상식적인 윤리는 그녀에 대한 욕망에 압도당한다. 그녀를 궁으로 데려와 겁탈했는데 덜컥 임신이 되어버린다. 다윗의 잔머리가 작동한다. “그래! 우리야에게 휴가를 주는 거야. 그러면 우리야가 밧베바랑 자겠지? 그러면 자연스럽게 우리야의 아이로 위장할 수 있을 거야!” 이야기는 다윗의 의도를 배신한다. 충신 밧세바가 집에 들어가지 않는 거다. 이유는? 전쟁 중에 자기만 편히 쉴 수 없다는 거다. 다윗은 이 충신을 어떻게 해야 하나, 다시 새로운 이야기판을 짜고, 우리야를 가장 위험한 전장의 선두에 세우라 명령한다. 그리고 그를 끝내 적들의 손을 빌려 살해하는데 성공(?)한다. 이후 다윗은 밧세바를 아내로 맞이해 버리는데, 이 어마무시한 막장극의 결과로서 신이 내린 죗값은 가볍지 않았다. 칼을 든 후손들의 싸움이 끊이지 않게 되고, 압살롬의 반란이 이어지고, 다윗이 그랬던 것처럼 반란군은 다윗의 첩들을 겁탈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특히 노년의 다윗은 자식들 문제로 속끓이는 일의 연속이었다. 첫째아들 암논은 이복누이를 강간했고 그것의 복수극으로 압살롬에 의해 살해당한다. 둘째아들 길르앗은 요절했고, 셋째아들 압살롬은 왕위를 계승하려고 반란을 일으켰으며 다윗의 장군이자 밧세바를 전장에서 죽게 만든 요압에 의해 살해당한다. 넷째아들 아도니야은 군사령관 요압과 대제사장 아비아달의 후원 아래 왕이 되려고 멋대로 대관식을 치르다가 망신을 당한 후 훗날 솔로몬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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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아들부터 넷째아들까지 강간, 복수, 반란, 살해의 비극사를 지켜본 다윗이 왕권의 바톤을 넘겨준 아들은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지혜의 왕’ 솔로몬이다. 솔로몬은 다윗의 열 번째 아들이다. 어머니는 우리야의 아내였던 밧세바다. 서열로 보면 솔로몬이 왕이 될 가능성은 극히 적었다. 그러나 후계자를 정할 노년의 시기 다윗이 가장 사랑하는 아내는 밧세바였고, 밧세바는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세우고자 하는 욕망이 컸으며, 밧세바와 솔로몬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제사장 사독과 군부 브니야)의 시나리오는 경쟁 세력보다 촘촘했고 절실했다.


솔로몬 집권 시기, 젊었을 적 솔로몬은 탁월한 행정력을 발휘했고 솔로몬의 지혜라 불리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남기지만 그의 노년도 다윗과 마찬가지로 해피엔딩만은 아니었다. 이유는? 솔로몬의 지혜를 압도하는 너무도 많은 그녀들과 너무도 많은 재산들. 욕망이 오롯하게 신을 향하기에는 마음도 관계도 물질도 번잡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왕이 된 자는 병마를 많이 두지 말고, 아내를 많이 두지 말며, 스스로를 위한 금은을 많이 경계하라고 했지만(신명기 17장 16~17절), 왕의 시간이 쌓이면 쌓일수록 솔로몬 앞에 쌓인 병마도, 아내도, 금은도 과도하게 많았다. 인간 마음의 나약함은 그 풍요로움을 이길 수 없었다. 솔로몬의 지혜로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 연약함에 대한 회한일까? 솔로몬은 말년에 전도서 등을 쓰며 자신의 지난 시간을 회개한다. 그의 회개록을 단 한마디로 정리하면 “모든 것이 헛되더라.”. 일생동안 엄청난 지혜, 많은 부, 너무도 많은 첩, 그리고 온갖 것을 다 해보고도 모든 것이 헛되더라라는 명언을 남긴 솔로몬이 하고 싶던 이야기는 뭘까? 그가 썼다고 풍문으로 전해진 전도서를 잠깐 둘러보자.


일단 1장과 2장은 인생의 헛됨에 대한 서설이다.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사람이 세상에서 아무리 수고한들 무슨 보람이 있는가?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대로다.... 사람이 지혜가 있다고 해서 오래 기억되는 것도 아니다. 지혜가 있다고 해도 어리석은 사람과 함께 사람들의 기억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린다. 슬기로운 사람도 죽고 어리석은 사람도 죽는다. 그러니 산다는 것은 다 덧없는 것이다(전도서 1장 2절 & 2장 16절).”


그 덧없는 삶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솔로몬의 지혜가 3장부터 펼쳐진다.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자면 유쾌하게 좋을 일을 하며, 먹고 마시고 하는 일에 만족하며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많이 가지려 수고하지 말고 적게 가지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 뭔가 마음에 작은 위로 주는 것은 왜일까?


“하나님은 모든 것이 제때에 알맞게 일어나도록 만드셨다. 더욱이,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감각을 주셨다. 그러나 사람은, 하나님이 하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깨닫지는 못하게 하셨다. ... 이제 나는 깨닫는다. 기쁘게 사는 것, 살면서 좋은 일을 하는 것,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랴! 사람이 먹을 수 있고 마실 수 있고 하는 일에 만족을 누릴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은총이다.... 그리하여 나는 사람에게는 자기가 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적게 가지고 편안한 것이 많이 가지려고 수고하며 바람을 잡는 것보다 낫다(전도서 3장 11절~12절, 22절, 4장 6절).”


출처: https://michellelesley.com/2016/01/20/wednesdays-word-ecclesiastes-3/


5장을 넘어서서는 좀 더 구체적인 방법론이 적시되어 있다. 함부로 입을 나불대지 말고, 조급한 마음, 탐욕스러운 마음, 분노스러운 마음을 잘 다스릴 것! 그리고 좋은 때는 한껏 기뻐하고, 어려운 때에는 깊게 생각할 것. 너무 의롭게 살려고, 너무 슬기롭기 위해 바둥되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악하게, 너무 어리석게 살지도 말 것.


“함부로 입을 열지 말아라. 마음을 조급하게 가져서도 안 된다.... 탐욕은 지혜로운 사람을 어리석게 만들고, 분노는 어리석은 사람의 품에 머무는 것이다. 좋은 때에는 기뻐하고, 어려운 때에는 생각하여라. 하나님은 좋은 때도 있게 하시고, 나쁜 때도 있게 하신다..... 너무 의롭게 살지도 말고, 너무 슬기롭게 살지도 말아라. 왜 스스로를 망치려 하는가? 너무 악하게 살지도 말고 너무 어리석게 살지도 말아라. 왜 제 명도 다 못 채우고 죽으려고 하는가?(전도서 5장 2절, 7장 7~9절, 7장 14~16절).”


그러면서 이런 깨달음으로 죽비를 때린다.

“그렇다. 다만 내가 깨달은 것은 이것이다. 하나님은 우리 사람을 평범하고 단순하게 만드셨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복잡하게 만들어 버렸다.... 내가 깨달은 것은 의로운 사람들과 지혜로운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하나님이 조정하신다는 것, 그리고 의인이나 악인이나, 모두가 다 같은 운명을 타고 났다는 것(전도서 7장 29절, 9장 1~2절)”


악인이든 의인이든 모두가 같은 운명을 타고 났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어떤 일을 하든지, 내 힘을 다해서 하는 것, 무슨 재난을 만날지도 모르고, 어떤 것이 잘될지도 모르니 아침에 씨를 뿌리고, 오후에도 저녁에서 부지런히 일하는 것(전도서 9장 10절, 11장 2절~6절)”, 그리고 “향수에 빠져 죽은 파리 한마리가 악취가 나게 하듯이, 변변치 않은 적은 일 하나가 지혜를 가리고 명예를 더럽힐 수 있음을 기억하는 것(전도서 10장 1절)”, “오래 사는 사람은 그 모든 날을 즐겁게 유쾌하게 살아가는 것, 그러나 어두운 날들도 많을 것이라는 것도, 다가올 모든 것이 다 헛되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전도서 11장 9절)”, 무엇보다 “하나님을 경외하며 살아가는 것(전도서 12장 13절)”.



하루 하루 정신없이 지나가는 2021년이다. 이 정신없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런 질문이 들 때 지금 복기한 솔로몬의 이야기가 내게 작은 위로와 용기를 주기를 바란다. 어떤 일을 하든지 온 힘을 다해서 하는 거다. 즐겁게 유쾌하게, 그 일에 너무 많은 기대와 욕망을 투사하지 않은채.. 좋을 때는 기뻐하고, 어려울 때는 생각하고 조금은 그 어려움을 돌파해가는 시간에 보람을 느끼면서... 이 모든 것이 다 헛되다는 것을 기억하고, 변변치 않은 작은 일 하나가 모든 걸 망칠 수 있음을 기억하면서... 그렇게 헛되고, 망치는 일 투성이라도, 아침이 되면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다시 씨를 뿌리면서 신을 경외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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