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보고만 계실 겁니까! 구원에 나선 케인스

by 오윤

돈의 세계를 구경하다 보면 세상 그 어느 영역도 무인도처럼 독립된 공간이 없음을 절감하게 된다. 경제의 영역은 정치의 영역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으며, 이 둘의 힘이 만나면 그 파워는 때론 기쁨 두 배, 때론 슬픔 두 배다. 마셜의 제자, 케인스는 이 점에 주목한다. 돈의 세계를 건강하게 만들어내기 위해 정치 영역의 좀 더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는 거다. 케인스로부터 시작한 케인스학파의 신앙은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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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돈의 세계, 민간에 모든 걸 맡길 수는 없다.

둘째, 돈의 세계, 정부의 개입은 위기를 넘어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20 공황.jpg 출처: 프레시안


케인스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아마도 대공황이었던 듯 싶 다. 1929년에서 33년 사이 돈의 세계는 공포의 무대였다. 3%였던 실업률은 25%로 치솟았고, 국민총생산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케인스는 당연하게도 왜?에 대한 질문을 했을 거다. 그러면서 케인스는 과거의 경제학 논의 중 가장 멍청한 이론으로 세이의 법칙을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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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게 뭐길래?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낸다는 법칙이다.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뭘까? 심플하게 모든 생산자들이 모두 소비자이기에 결국 공급과 수요는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공급 과다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거다.

우리 너무 많이 생산하는 것 아니야?

걱정하지마. 만들면 쓰게 되어 있어.

이게 세이의 법칙이고 다분히 고성장시대 낙관적 언어되겠다.

만약 세이의 법칙이 돈의 세계에 적용되는 법칙이라면 장기간 실업이나 대공황은 발생할 수 없다.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케인스는 세이의 법칙이 잡은 낙관적 전제들은 모두 말장난이라고 일축한다.


여기서 케이스가 바라본 돈의 세계를 잠깐 구경해보자. 한 가정의 소비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당연히 소득수준이다. 어느 가정이든 월급날 통장에 소득이 찍히면 이중 일부를 소비하고 나머지를 저축한다. 이때 소비되는 비율을 케인스는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mue, MPC, 소득변화에 따라 소비에 얼마만큼 변동하는지에 대한~~ ), 저축되는 비율을 한계저축성향(marginal propensity to save, MPS)이라 한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 논리다. 상품을 팔아 수익이 발생했다면, 이 중 일부는 다시 투자(소비)하고, 일부는 저축한다. 이때 한 기업의 투자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수익수준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말그대로 가장 중요한 요인일 뿐, 그것으로 설명되지 않는 변수들이 너무도 많다. 경기예측, 이자율, 환율, 경제정책, 날씨 등등이 모두 재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Buchholz, 2007/2009, P. 288~290),


만약 기업도, 소비자도 버는 돈을 100% 모두 소비(투자)한다면 세이의 법칙이 실현될 수 있을 거다. 사람들이 저축한 돈을 기업이 대신 소비(투자)를 해준다면 이 역시 세이의 법칙이 실현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사람들이 버는 돈을 모두 소비할리도 없고, 돈을 몽땅 은행에 저축하리란 보장도 없고, 저축된 돈을 기업이 몽땅 투자하리란 보장도 없다. 저축한 돈이 완전히 투자(소비)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 총 생산량은 총 소비량보다 많아지게 된다. 그러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공장에 재고가 쌓이고, 재고가 자꾸 쌓이다보면 기업은 위기에 빠지게 되고, 동시에 노동자들은 1차, 2차 구조조정을 마주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도미노 현상과 같아서 한 공장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옆 공장도 같은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그러면서 해악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이 눈덩이 효과를 케인스는 승수이론이라 부른다.


승수이론의 요지는 이렇다.

한 사람의 소비량(투자량) 변화가 눈덩이 불어나듯 파급효과를 낳아 국가 전체의 소비량(투자량)에 최종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처음의 몇 배가 된다.

이걸 수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승수 = 1 / (1-MPC)

이게 무슨 이야기냐고?

가령 전체 소득의 3분의 2를 소비할 경우 MPC(한계소비성향)는 3분의 2이고 승수는 3. 이것은 국가 전체 소득이 처음 소비량(투자량)의 3배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다. 당연하게도 소비량 즉 한계소비성향이 클수록 승수도 커진다. 와 놀라워라~~ 승수 효과의 핵심은 이렇다. 좋을 때는 엄청 좋아지지만, 나쁠 때는 또 그만큼 엄청 나빠진다. 조그만 소비(투자)증가가 엄청난 소득증대를 가져왔듯 조그만 투자 감소는 엄청난 소득감소를 가져온다(같은 책, P. 288~290).


자 그렇다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경기가 좋을 때는 별로 할 일이 없지만, 불경기가 올 때는 줄어든 소비(투자)를 대신해 소비를 늘려야 한다! 세금 인하를 단행하여 국민들의 소비를 권장하거나 그래도 부족하면 직접 돈을 뿌려야 한다! 이게 케인스 학파가 주장하는 핵심이다.


재정적자? 그게 무슨 상관이야? 지금 예산 맞추는 게 중요해? 위기일 때 쓰라고 있는 게 재정이야! 소비를 늘려야 한다구!! 정부는 불경기 때에는 고의로 재정적자를 내고 이 적자를 호경기 때 메꾸어 가야 한다! (같은 책, p. 295).


이갓이 케인즈 학파의 주장이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금의 미국와 한국의 상황을 보면 ‘국가 넌 뒤로 빠져~’를 외치던 신자유주의의 시대가 저물고, 케인즈 학파의 이야기가 상당부분 현실에서 접목되는 것 같다. 물론 이게 꼭 정답이지는 않을 거다. 돈의 세계에 대해 1도 모르는 정치가들이 펑펑 생색내기 예산을 써대는 모습을 보면 가끔은 케인즈 학파의 이야기가 틀리기를 바랄 때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고성장 시대가 저물고 저성장 시대가 지속되는 한 국가의 입김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커질 수밖에 없다. 즉 국가가 지원하는 부분에 소비는 늘어날 것이고, 그리하여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 국가가 호명하는 이야기에 관심을 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 더불어 국가가 돈의 세계에 개입하는 방향성에 대해 명확한 요구를 할 필요도 있다. 그것이 바로 케인스의 승수이론에서 건져내야 할 고갱이 아닐까?


곁가지로 케인스는 투자에 있어 탁원할 감각을 보인 인물이기도 한데, 그는 평소 경제학 이론을 읽기보다 연극 한 편 보러가기를 선호했다고 한다. 이유는? 돈의 세계를 경제학의 수학적 정확성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은 어리석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기업가와 투기꾼들은 동물적 활력이라 불리우는 일관적이지 못하고 불합리한 힘에 이끌려 투자하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하여 이 불합리한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기업분석 능력보다 남들이 생각하는 최고기업을 추측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케인스는 고찰한다.


“1백장의 인물사진을 보고 최고 미녀 여섯을 가려내야 하는 대회가 열린다 가정하자. 이 대회 참가자 전원의 평균적 선택에 가장 잘 부합되는 선택을 한 자들에게 상품이 수여된다. 각 참가자는 자기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얼굴을 택하지 않고 다른 참가자들의 기호에 가장 잘 맞으리라 생각되는 얼굴을 선택하려 들 것이다. 결국 참가자 전원은 동일한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보게 되는 것이다.” (같은 책, p. 295)


케인스는 이런 특성 때문에 절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좀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 그렇다. 가까이서 보면 비합리적 선택이라 보일지 몰라도, 멀리서 보면 그게 바로 가장 안정된 상태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미인대회와 비슷한 돈의 세계를 통찰할 때 여전히 관념의 힘은 강력하다고 믿는다. 세계는 그 관념들이, 그 이야기들이 움직여 나가는 거다. 이 관념은 달리 말하면 꿈일 거다. 이야기일 거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어떤 미인을 꿈꾸는가? 이 꿈을 만들어가는데 과거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는 작지만 결코 소소하지 않은 아이디어들을 던져준다. 최고 미녀, 미남을 잘 가려내야 할 텐데...에이 일등이 아니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이상한 돈의 세계..



<참고문헌>

Buchholz, T. G. (2007). New Ideas from Dead Economists : An Introduction to Modern Economic Thought. 류현(2009).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서울: 김영사.

서준식 (2020). 투자자의 인문학 서재 : 투자의 고수는 무엇을 공부하며 어디에서 답을 찾는가. 서울: 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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