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세상에 공짜는 없다구, 밀터 프리드먼

by 오윤

“우리 문제는 우리가 푸는 거야. 돈의 문제는 시장에서 푸는 거라구. 자꾸 딴 데 기웃거리지마!”

케인즈가 돈의 세계 문제를 국가의 개입을 통해 풀려했다면, 당연히 이에 반대하는 일군의 세력들이 있었다. 이른바 시카고학파라 불리는 일당들. 그 선두에 밀턴 프리드먼이 있다. 그의 삶은 아메리카 드림이 무엇인가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스토리다. 유대인의 자식, 가난과 차별의 성장기, 뛰어난 머리와 줄기찬 노력, 사회 엘리트 반열에 들어선 중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된 말년. 그는 알바를 하면서 주경야독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하버드, 예일 등 이른바 스카이대에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입학이 거부되자 러트거스대학에 장학생으로 진학한다. 그 후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10여 년을 공부벌레와 일벌레의 삶을 병행한다. 그때 그가 얻은 삶의 철학 “세상에 공짜는 없다.” 차별과 가난의 어린 시절을 보낸 누군가는, 이런 세계가 억울하다고, 부당하고, 불공평하다고, 혁명가가 되기도 하는데, 밀터 프리드먼은 오히려 반대로 생각을 했던 것 같다(함규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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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다고 뭐가 달라져? 세상이 언제 공평했던 적이 있어? 그냥 세상에 공짜는 없는 거야.”


자연스럽게도 그는 시장 중심적 사고방식이 편하고 좋았다. 그가 보기에 정치는 변덕스럽고, 위험하며, 미개한 것이었고, 그것에 기대고 있던 케인스 경제학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1946년 시카고대학의 전임교수가 된 그는 1977년 퇴임할 때까지 시카고 학파의 중심인물로 활약한다.


밀터프리드먼을 중심으로 시카고학파 일당들은 통칭 ‘통화주의자’로 이야기된다. 프리드먼은 1929년 대공황

시절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이라 불리는 the FED)가 통화량을 늘렸다면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을 것이라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프리드먼은 M1(협의 통화=현금+수시 입출 예금), M2(광의 통화=M1+어음+채권 등)라는 분석 틀을 활용하여, 1930년대 초반 미국에서 1860개 은행이 파산하고 그로 인해 통화량이 31% 격감한 것이 대공황을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미 중앙은행이 은행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주식시장 붕괴와 대공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사상을 계승한 것이 어찌보면 지금의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번 버냉키다. 버냉키는 2002년 프리드먼의 90회 생일잔치에서 “당신이 옳습니다. 우리는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축사했고, 실제로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시장에 현금을 무한정 푸는 양적 완화로 경제 위기를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조선일보, 2020, 8, 29). 그렇다고 프리드먼이 무턱대고 양적 완화를 주장한 것은 아니다. 돈이 많이 돌아다니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의 위협이 커지기 때문에, 원만하면서도 장기적으로 통화량 증가가 이루어지도록 액셀과 브레이크가 조절되어야 한다는 거였다.


#21 FED.jpg 출처: The National


그렇다면 연방준비은행은 어떻게 돈의 세계에 개입할 수 있는가? 대개 세 가지 도구를 가지고 통화량을 조절한다. 첫째, 지급준비율 조정. 일반 은행이 기업이나 개인에게 돈을 빌려줄 때 한국은행 곳간에 일정 부분을 남겨두는 비율을 의미한다. 우리의 경우 수시입출금예금은 7%, 정기예금은 2% 정도 남기고 대출을 해줘야 한다. 이 비율을 조정하여 시중에 흘러다니는 돈의 유동성을 조정하는 거다. 둘째, 재할인율 조정. 이건 중앙은행이 일반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를 말한다. 금리가 오르면 당연히 유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공개시장조작,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에 참여하여 공채, 정부증권 등을 사고 팔아 통화량 조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구는 알겠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이어진다. 얼마만큼이 최적의 통화량인데? 여기에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다만 앞서 마샬 선생님이 이야기한 수요와 공급 곡선 상에서 생각해보면 생산(공급)과 소비(수요)가 정확히 일치하는 정도에서 통화량이 구현되는 것이 최적일 거다. 그러니깐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용역을 살 수 있으면서도 남지는 않을 정도의 지폐들이 시장에서 굴러다니면 과도한 인플레이션이나 과도한 실업률 증가(공급량 축소)를 억제하면서 경제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인데, 통화주의자들은 이 굴러다니는 지폐량을 늘리고 줄이는 작업을 앞서 설명한 도구들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고 믿는다.


과연 그럴까? 이 질문에 답은 신만이 알 뿐.. 돈의 세계를 구경하면서 가지게 된 하나의 핵심 명제가 있다면 이 세계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거다. 케인즈도, 프리드먼도 마찬가지다. 프리드먼의 주장대로 통화정책을 통해 통화량을 늘린다 해도 실물경제가 되살아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그 효과가 언제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이는 케인즈가 주장한 재정정책도 마찬가지다. 늘 기획의도를 배신하는 게 돈의 세계인 거다. 그래서 국가도 중앙은행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정말 겸손하게 조심스럽게 진행되어야 하고,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조금은 긴 시각에서 세계를 조망할 필요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통화정책에 있어 이 조심스런 발걸음에서 유심히 봐야 하는 게 화폐의 유통속도(회전율)다. 아무리 돈을 많이 풀어도 화페가 제대로 돌지 않으면(돈맥경화 현상) 돈의 세계가 꽉 막히게 되어 있다. 통화량과 유동성을 아무리 증가시켜도 사람들이 새로 생긴 돈을 소비하지 않고,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고 현금보유만을 늘린다면? 풀려난 돈은 실물경제의 세계에 제대로 흘러가지 않고, 증시,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만 흘러가게 된다. 그것의 결과는? 경제 불확실성의 확대, 성장 동력 약화, 그리하여 미래적 불안함이다.


이 경우 국가는 케인즈의 재정정책을 근간으로 기업, 소비자를 대신해 정부지출과 투자를 늘리는 시도를 검토하게 되는데, 이런 시도에 대해서 프리드먼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 단언한다. 정부는 대개 형편없는 운전자이기 때문이다(Buchholz, 2007/2009, P. 306). 더 나아가 통화주의자들은 정부의 지출이 늘어나면 반대로 민간소비와 투자를 줄어든다면서, 이른바 구축효과(crowding out)가 일어난다며 정부지출을 우습게 여기는데, 이게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만한 것은 아닌 듯 싶다. 어디 정부만 형편없는 운전자인가? 소비자도, 기업도, 경제학자도 사실 돈의 세계에서는 모두 형편없는 운전자인지 모른다. 물론 나도 좀 경험은 해봤지만, 돈 좀 준다고 폼 잡고 갑질하는 꼬락서니가 영 마땅치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형편없는 운전자는 기업에도 널리고 널렸다.


정리해본다.

“우리 문제는 우리가 푸는 거야. 돈의 문제는 시장에서 푸는 거라구. 자꾸 딴 데 기웃거리지마!”

시장주의자이자 통화주의자 밀터 프리드먼의 이야기는 뭔가 “어메리카 드림”만큼 불편한 구석이 있다. “나도 너만큼 차별받고, 가난해봤어. 그런데 열심히 하면 돼.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생존자가 강자인 거야. 소외와 가난은 불가피한 것이고, 그건 너의 능력에 달렸어. 돈의 세계도 같은 논리야. 경제가 문제라면 그 문제는 시장에서 푸는 거야. 시장의 능력(통화)에 맡기는 거야. 자꾸 정부에 의존하지마”


이런 이야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드먼의 이야기에서 건져낼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래 빌어먹을 자본주의, 그 세계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돈이 흐르는 중심에 서 있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연준이라 불리는 FED의 통화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해. 이 정도 아닐까?’


그나저나 오늘 금리가 어떻게 되더라?



<참고문헌>

Buchholz, T. G. (2007). New Ideas from Dead Economists : An Introduction to Modern Economic Thought. 류현(2009).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서울: 김영사.

함규진 (2014). 밀턴 프리드먼 : `해방된 인간` 미다스의 손으로 값진 점심을 먹다. <인물과 사상>, 195호, p. 120~132.

조선일보 (2020, 8, 29). 코로나 경제 위기, 케인스라면 어떤 해법 제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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