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
청년은 심사숙고 끝에 다시 내뱉었다.
"이런 씨발!"
어디선가 물이 새고 있었다. 그의 로스팅 작업실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하나는 로스팅 장비와 에스프레소 머신, 그라인더가 있다. 사각형으로 짜인 가벽 내에 각 벽마다 로스터, 커피머신, 그라인더, 냉장고가 붙어있다. 이른바, 생산 공장 겸 실험실이라 볼 수 있다. 작업실 밖은 2배 정도 되는 크기에 ㄱ자로 꺾여있다. 단순하게 보자면 직사각형 안에 작은 정사각형이 붙여있는 꼴이다. 그곳은 현재 생두 및 박스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그 창고 공간에 아주 작은 물 웅덩이가 고여있었다.
바닥에 흥건한 물 웅덩이를 보면서 청년은 고민에 빠졌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한 번은 전기온수기를 싱크대에 달았다가 물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온수를 쓴 다음 날, 작업실 바닥에 작은 하천이 생겨서 깜짝 놀랐던 청년은 부랴부랴 공사 업체에 연락했다. 전기온수기의 볼트가 제대로 체결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바닥을 닦고 온수기를 끈 뒤, 다음 날 작업을 지켜봤다. 다행히 그 이후엔 물이 새지 않았다.
근데 이번엔 작업실 안이 아니라 창고에 물 웅덩이가 있었다. 청년은 경우의 수를 돌려봤다. 우선 첫 번째, 빗물이다. 어제는 폭우가 내렸고 하천이며 배수구며 다 물난리가 났었다. 청년의 조각배도 침수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지하 1층이긴 하지만 건물 자체가 높은 지대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심하기도 전에 물 웅덩이를 발견해버린 것이다. 빗물일 가능성은 적었다. 왜냐면 그럼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테니까.
두 번째 가설은 습기였다. 가벽은 샌드위치 판넬이라는 얇은 철과 스티로폼이 들어있었다. 작업실 안에만 냉난방기가 있었다. 그러니까 작업실과 창고의 온도 차이에 의해서 습기로 인한 물방울이 맺히고 그게 한 곳으로 모인건 아닐까. 폭우가 심하게 쏟아진 날엔 습도가 더 높을 테니 그때만 생긴 거고. 청년은 우선 박스와 걸레로 물 웅덩이를 제거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청년은 부디 빗물이 아니기만을 바랬다.
누구도 창업을 했을 때 혼자였으면 안된다. 청년은 그렇게 생각했다. 머리를 맞대면 충분히 나올 해답도 혼자서는 오답을 택하게 된다. 한 번은 그런 적도 있었다. 그는 철거 작업을 끝내고서 잔뜩 쌓인 쓰레기를 버리려고 쓰레기 차를 부르려 했다. 나무판자와 플라스틱, 보온 장판과 텍스, 에어컨과 실외기를 버려야 했다. 1톤 트럭의 쓰레기 차량은 한번 오는데 80만 원을 불렀다.
오늘은 뭐했냐는 가족의 질문에 청년은 철거 작업과 쓰레기 수거 차량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돈이 꽤 많이 든다는 것도. 그러자 그냥 시에서 대형 폐기물 수거 서비스를 쓰면 된다는 말이 나왔다. 시청 홈페이지에서 신고하고 코드를 써서 부착했더니 고작 삼만 팔천 원이 나왔다. 청년은 그때 깨달았다. 사람은 혼자 살기 힘들다는 것을.
청년은 주변에 물어보기 전에 문제가 뭔지 확실히 알고 싶었다. 일단 물이 새는 곳을 마른걸레로 막고서 여기가 맞는지 확인할 생각이었다. 문제는 폭우가 또 와야 한다는 점이었다.
"오너라, 비야! 네놈이 문제인지, 벽이 문제인지 한번 보자!"
청년은 비 오던 날에 걸레가 촉촉해진 걸 확인했다. 빗물은 아니었다. 그러기엔 물이 적었다. 습기가 문제인가. 아니면 위에 물이 새는가. 청년은 습기 때문에 커피 생두 상태가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아무래도 단단히 밀봉해야 할 듯했다. 청년은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물 바다가 나서 퍼내지 않는다면 괜찮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네놈이 아무리 많이 와도 나는 견뎌낼 거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란다. 적어도 내후년까지는. 왜냐면 임대계약 2년짜리거든. 그때까지는 질 수 없단다."
청년은 의지를 불태우며 걸레 앞에 박스를 하나 더 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