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청년과 서른

by 글도둑

청년은 뮤지컬 작가라고 주장하는 한 남자를 만났다. 자신은 평생을 이렇게 살 거라면서 노래하는 그는 빛이 났다. 그는 이런 노래를 불렀다.


"시간은 날아가고 모든 생명은 죽어가지. 난 지금쯤이면 아이와 개, 그리고 아내가 있을 줄 알았어. 근데 배는 점점 가라앉고 있더라. 그러니까 그냥 술이나 들이켜자. 생각하지 말고. 이런 게 인생 아니겠어?"


그는 29살에서 30살로 넘어가는 생일을 앞두고 있었다. 이상은 하늘 속을 유영하는데 현실은 시궁창을 헤엄치고 있다며 웃으며 노래했다. 청년은 그럼에도 이 삶을 끝까지 이어갈 거라며 맹세하는 남자가 빛난다고 느꼈다. 쳥년은 그가 노래하는 화면을 끄고서 자신을 돌아봤다.


화면 속 그 남자는 맹세를 지켜낸다. 어릴 적에 했던 그 맹세는 단순했다.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을 끝까지 하겠다는 맹세. 그러나 청년은 어떤가. 그럴 맹세를 할 만큼 신념이 있는가. 아니면 재능이 있는가. 청년은 왜 검은 바다에서 가난하게 표류 중인 걸까.


"나는 왜 하필 커피로 창업을 했을까.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면 다른 걸 하는 게 좋았을 텐데."


청년은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돌아봤다. 책을 사랑하고 글을 좋아했다. 소설가를 존경했고 책 속의 글귀를 마음에 새겨두곤 했다. 청년의 사랑은 짝사랑이었고 일방통행에 가까웠기에 다른 것으로 돈을 벌고자 했다. 글로 밥벌이하는 건 타고난 일부만 가능하다고 여겼다. 책을 읽던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는 카페에서 책을 읽는 걸 좋아했다. 차가웠던 커피를 마셨다가 어느 순간 미지근해진 걸 깨달았을 때, 그는 스스로가 책을 참 좋아한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카페를 좋아했다. 정확히는 그 분위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는 첫 회사를 나오면서 카페에 대한 작은 로망을 품고 있었다. 처음에는 북카페를 열고 싶었다. 독립서 점도 좋았다. 그러나 점차 커피 업계에서 일하면서 그럼 더 확실하게 망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카페로 돈을 벌려면 커피에 집중해야 했다. 그래서 결국 검은 바다에 나오게 되었다.


검은 바다에 나오면서 그는 책을 버리지 않았다. 대신 브랜드에 녹여냈다. 바다와 청새치를 보면서 그는 노인을 떠올렸다. 청년이 낚아 올린 것은 사실 창업이었다. 뼈만 남더라도 해보고 싶은 것.


"그래, 그래도 나는 어떻게든 브랜드 속에 내 즐거움을 녹여냈으니 정말 외면한 건 아니지. 어쩌겠어. 나는 이미 이렇게 결정했는걸. 그나마 다행이라면 카페가 아니라서 글을 쓰고 책 읽을 시간은 있다는 점이지. 다양한 독립서점을 돌아다니며 커피 원두를 팔아보자. 뭐가 되었던 결국 책과 글 그 언저리에서 살 수 있도록."


청년은 화면 속의 남자처럼 인생을 걸고 맹세할 만큼 배짱 있진 않았다. 꿈을 쫓아가는 남자보다 목표를 세우고 이뤄가는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나 청년의 눈에는 노래하는 그 남자가 너무나 빛나 보였다. 마치 스스로를 불살라 빛을 내는 것 같아서. 그는 그렇게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남자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마치 청년과 비슷했다. 비슷한 나이대, 비슷한 고민. 청년의 생활과 남자의 생활을 비교했다. 나이가 주는 압박감 속에서 여전히 청년은 항해하고 있었다. 아직 청새치는 살아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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