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다에서도 대회는 열렸다. 많이도 열렸다. 그중에서 세계로 뻗어가는 대회도 있었다. 자그마치 '국가대표'라는 타이틀까지 내걸 수 있는 대회. 청년 또한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는 꿈을 꿨다. 그게 실력을 뽐내기 가장 좋기 때문에. 그럼 당연히 홍보도 쉽고 매출 올리기도 좋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던 중, 이제 막 시작하는 대회를 발견했다. 이름도 거창한 천하제일 낚시도구 대회. 방식 또한 간단했다. 기한에 맞춰서 만들고 보내면 됐다. 심지어 대회 종류도 여러 가지였다. 낚싯대, 작살, 지정 재료 낚싯대, 그물 등등. 그중에서 청년도 하나를 골라서 나가기로 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중복 출품도 가능했고 선착순 100명까지만 받는다고 했다. 청년은 시험 삼아 작살 부문, 딱 하나만 도전하기로 했다.
"어디 보자, 그러니까 참가비가 8만 원이네. 일단 계좌 이체하고. 지금 있는 것 중에서 가장 맛이 괜찮은 걸로 보내보자."
청년은 열심히 연습했다. 여러 가지 커피를 깔아 두고 직접 마셔보면서 로스팅 프로파일을 조정했다. 친구들의 입을 빌려서 테스트한 결과, 가장 맛있는 커피 원두를 보냈다. 살짝 감귤처럼 새콤한 뉘앙스가 나는 커피 원두였다. 에티오피아의 생두로 꽤 비싼 가격대였다.
원두를 보내고 나서 그는 대회 주최 측에서 올리는 여러 가지 게시글을 확인했다. 청년은 시험 삼아 대회에 참여했지만 몇 가지 의문이 있었다. 시상에는 1위부터 5위까지 최고급 커스텀 상패가 주어진다고 했다. 그 외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그렇다면 8만 원이라는 돈을 내고 순위에 들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못 받는 걸까. 청년은 대회에 달려있는 많은 협찬사를 봤다. 협찬사가 저렇게 많고 8만 원이 적은 돈도 아닌데 뭐라도 주지 않을까.
대회가 시작되면서 받은 것은 명함 3개 크기의 종이 한 장과 원두 봉투 2개가 전부였다. 그리고 온라인에서는 심사위원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협찬받은 앞치마를 맨 채로 해맑게 웃고 있는 심사위원들이 보였다. 어디 어디 대표, 어디 어디 자격증 취득 등 화려한 이력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시상은 어떤 호텔에서 한다고 한다. 청년은 기대하지 않았다. 대신 몇 위쯤 될까 조심스럽게 예상할 뿐이었다.
청년이 제출한 커피는 80점이었다. 순위는 70위 언저리. 100명부터 줄 세웠으니 밑바닥이나 나름 없었다. 코멘트는 청사과와 귤 같은 산미, 그리고 땅콩 같은 단 맛이 있다는 한 줄이 달려있었다. 청년은 8만 원을 내고 평가 한 줄을 받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려줬다.
친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나는 마라톤 대회 종종 나가는데 거긴 25,000원이면 티셔츠에 양말, 기념 메달, 마스크 패치, 마스크랑 끈, 러닝화 할인 쿠폰까지 주던데. 거기는 대회 참가비가 꽤 비싼 편이네. 다른 거 받은 건 없고?"
청년은 당혹감을 느꼈다. 그가 찾아봤던 커피 대회들은 기본이 10만 원이요, 비싼 대회는 20만 원에 가까웠다. 직접 가서 대회를 시연해야 하는 일정이라면 더 비쌌다. 이번 대회는 싼 편이었다. 비록 그에게 남는 건 한 줄의 글에 불과했지만.
"어, 다른 건 없었어. 그냥 내 원두 심사 내용 사진으로 한 장 받고, 커피 원두 제출용 봉투 2개랑 제출 일정과 장소가 적힌 카드 한 장이 전부였어."
"그 돈으로 마라톤 나가면 신발 한 켤레 받을 수 있는데, 아쉽긴 하다."
청년은 대회 내용을 다시 들여다봤다. 그곳에서는 협찬받은 앞치마를 맨 심사위원들이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청년은 당분간 대회에 나가는 걸 보류했다. 우선 실력을 더 키워야 했고 대회에 나갈 돈이 아까웠기 때문에. 그러면서 심사위원들이 받은 배지며, 앞치마가 떠올랐다. 가득한 스폰서는 누구를 위한 스폰서였을까. 청년은 그 뒤로도 수많은 대회를 봤다. 유명한 대회부터 이제 막 시작하는 대회까지. 너무나 많았다. 그럴수록 그는 회의감을 느꼈다. 대회 참가비가 너무나 비쌌다.
"이럴 거면 나도 대회를 열어도 되겠다."
청년은 나중에 직접 대회를 열겠다는 꿈을 꿨다. 쉽고 저렴한 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