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근무한 부장님이 퇴사를 했다.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싶은가

by 우연히



퇴직하기 약 6년을 앞둔 시점에서 모두가 정년퇴직할거라고 생각했던 무던한 성향의 부장님이 퇴사한다고 해서 우리 동료들은 다 놀라움을 표했었다.



같이 일하면서도 사실 사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는데, 회사를 그만두는 마당에 그 동안 못했던 이야기와 같이 일해왔던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조금은 마음 편하게 이야기하는 회식 자리를 가졌다.

부장님이 몇번의 퇴사의 고비들이 있었지만 이겨내고 계속 일을 해왔었는데,

본인 성향상 힘든 일이나 스트레스 받는 일도 주변에 말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 하소연을 할 때가 점점 많아지고 그런 본인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더는 아니다 라고 느끼셨던 모양이었다.

20년을 근무한 부장님은 어떤 부분이 힘들었을까 궁금하기도 했었다.








퇴사를 결정하게 된 큰 이유들 중 사람이 컸다.


첫번재로는, 주 업무인 본인이 담당하는 고객들.



직장의 위치 특성상 주 고객들이 그 동네 사람들이었고, 외부에서 유입되는 고객들은 거의 없는 편이었다. 대부분 연령대도 높고 한 동네에서만 계속 살다보니, 이 곳이 잘하고 좋다기보다 가깝고, 익숙하고, 본인이 예전부터 이용하기 편해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특히나 부장님이 담당하는 고객들은 소통이 안되는 분들도 많은 편이다. 성향상 왠만하면 좋게 맞춰주려는 편이다보니 이해를 잘 못 하시거나 본인이 필요한 서류를 해 달라고 오는 분들부터 예의 없는 사람도, 의도가 뻔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더욱 부장님에게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종일 사람들을 상대하고 매여있다보니,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서 오죽하면 본인이 일하면서 A4에 힘든 걸 그냥 적어봤는데 한 장을 가득 채울만큼 힘들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어디다 푸는 성격도 아니었고, 그저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 가끔씩 하소연만 할 뿐이었다.



" 별별 사람들을 자주 대하다보니 양치기 소년같이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대하게 되고, 일하는 내 모습에도 회의감이 들때가 있어요 "



어느 날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는데, 본인이 담당하는 고객들 중 마음 편하게 정말 평범한 대화 를 나누는 건수를 살펴보았더니 삼일에 한 두명 정도인 것 같다고 느꼈다고.

힘든 사람들 상대만 매일매일 하다가 어쩌다 한번씩 평범하게 소통 잘되는 사람과의 대화가 너무 좋았고, 소중한 시간이었고, 오히려 본인이 사람들한테 많이 긁히면서 살아왔구나를 느꼈다고 한다.

스스로가 얼마나 심적으로 지치고 힘들었는지, 매일 매일을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기보다 내려 놓거나 바꾸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두번째로는 같이 일하는 사람. 동료 부장이었다.



A부장은 직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본인 뜻대로 일이 굴러가야 하고 감정이 태도가 되는 분이라 어떤 부서와도 마찰 없었던 적이 없던 분으로 유명하다.

그분과 같이 일하는 동료 부터 그의 고객들까지도 기다림은 필수였는데, 같은 부장급한테도 그 태도가 변함 없었다.

A부장에게서 협업 요청이 종종 들어오는 편인데, 메세지를 확인하고 해결하려 막상 가보면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일을 넘긴다고 느낄 때가 있었고, 고객 피드백을 조금만 해봐도 협업까지 진행할 일이 아니었는데도 조금만 본인과 연관이 없는 것 같으면 요청을 넣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거기다 늘 오후 늦게 요청을 넣어서 해결하고 가면 제때 퇴근한 적이 잘 없을 정도.



그런데 반대로 우리 부장님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긴급으로 A부장에게 협업을 요청하면 하루 지나서 확인할 때가 대부분이고, A부장이 해결하기 까다로울 것 같으면 여기 말고 다른 지점을 추천해주니 그의 태도에 학을 뗄 정도였다. 그 뒷수습 부터 협업 내용까지 우리 부장님이 직접 고객에게 설명하면서 일이 늘어나면 늘었지 줄어들지를 않았다고 한다.



그 이외에 회사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내부건물이 오래 되다 보니 고객의 편의를 위해 공간 분위기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도 해결 할 수 없다고 하고, 부장급들에게는 돈 되는 일을 하라는 압박감은 계속 주며 직원들에게는 '고객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라'는 돈 안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말하면서 봇물 터지는 그 동안 쌓아왔던 아쉬운 점들이 쏟아져 나왔다.



본인의 나이도 오십대가 되면서 좋아하는 음식도 많이 없어지고, 좋아하는 일도, 취미도 흥미도 큰 관심이 없어지는 시기였다고 한다. 잠 자는 시간도 줄었고, 점점 체력도 떨어지는데 여기서 계속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하기보다 좀 더 나은 상황에서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부장님만큼은 아니더라도 7년을 근무한 나도 사람에 대해 지칠때가 있고, 업무에 회의적일 때가 있는데 나의 10년 뒤 미래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해서 마음이 먹먹하기도 했다.

이십대도 늘 고민하며 일을 했어서 삼십대가 되면 걱정이 좀 덜할까 했더니만 아직도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앞으로 뭐해 먹고 살지가 계속 고민이다. 더욱이 미혼의 삼십대는 내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면서 연애 결혼부터 직장 이직까지 해결되지 않는 고민들의 무게만 더 무거워지는 것 같다.



이직도 퇴사도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정직원이라는 안정감이 정말 커서 도전도, 기회도 망설이고 있는 나 스스로에게 대한 고민도 많아진다.

제일 멋지고 젊은 날들에 일에, 사람에 치이고 지쳐서 퇴사하기보다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싶은지 내 마음가짐과 행동을 JUST DO IT! 하면서 내일이 기대가 되는 내가 되기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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