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맞을까?

내가 만든 나를 건강하게 지키기

by 보싸

보싸: 안녕하세요, 박사님. 지난번에 말씀해 주신 대로 수면 앱을 깔아서 며칠 동안 기록해 봤어요.


지 피터 박사: 오~ 웬일로 권유를 받아들였네요?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보싸: 그게... 진짜 놀랐어요. 제가 수면의 질이 생각보다 좋다고 나오더라고요? 깊은 수면도 충분히 하고, 중간에 깨지도 않고요.


지 피터 박사: 그래요? 요즘 컨디션은 어때요?


보싸: 예전처럼 두통이 있거나 늘 피곤한 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일을 하다가 늦게 잠을 잔 때를 제외하고는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고요.


지 피터 박사: 진짜 잘 잤나 보네요? 특별히 뭔가 바꾼 게 있나요?


보싸: 특별히 바꾼 건 없고요, 그냥 수면 기록을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잘 자게 만든 걸까요? 제가 원래 몸이 아파도 병원 가려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괜찮아지는 사람이거든요.


지 피터 박사: …….


보싸: 이 침묵은 뭐야? 저에게만 있는 증상인가요??


지 피터 박사: 아, 애석하게도 이미 있는 개념이에요. 관찰자 효과(observer effect)라고 하는데, 사회자님이 "나를 관찰하겠다"라고 결심하는 순간부터 수면의 질이 좋아진 거죠.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의식만으로도 행동이 달라지는 현상이에요. 설사 그 누군가가 나 자신이라고 해도요.

그리고 좀 어처구니가 없기는 하지만, ‘병원 가려고 집을 나서면 아픈 게 나은 것 같다’는 건, ‘심리적 예비회복’이라고 해요. “곧 치료받을 거야”라는 기대감만으로도 뇌가 미리 반응하는 거죠. 플라시보 효과랑 비슷하지만, 가짜 약을 먹는 게 아니라 “진짜 도움을 받을 거야”라는 확신에서 나오는 거예요.


보싸: 확신만으로 실제로 그런 효과가 나온다고요? 저만 그런게 아니라? 이론적 근거가 있나요?


지 피터 박사: 있죠. 카파브리치오 베네데티(Fabrizio Benedetti, 2008)의 연구에 따르면, 치료 전 기대감만으로도 뇌의 통증 억제 경로가 활성화돼서 통증 민감도가 줄어들어요.콜로카와 밀러(Colloca & Miller, 2011) 같은 플라시보 연구 리뷰에서도 같은 결과가 반복 확인됐고요. 플라시보와 예비회복, 뇌는 이 둘 다 믿고 실제로 반응합니다. 상상력이 약보다 빠르니까요.


보싸: 제가 늘 꾀병 환자 취급을 받았었는데, 억울하네요! 박사님 말 대로라면 저는 생각이 육체를 지배하는 완전 초능력자잖아요!


지 피터 박사: … 아니요, 그냥 단지 좀… 음… 뭐랄까,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하기도 뭐하고…또라이? 아니… 그래요! 민감하다고 보면 될까요? 엘레인 아론(Elaine Aron)의 HSP 이론에 따르면, 예민한 사람일수록 몸의 변화나 자극을 빨리 감지하고 반응해요. 쉽게 말해, 세상 자극에 과민반응하는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뭐, 대충 그런 거죠. 그리고 사회자님 말처럼 정말 생각이 육체를 지배한다면 처음부터 안 아프면 되겠네요.


보싸: 요즘 제 아내하고 수다를 떨더니 뭔가 아내 말투랑 비슷해졌네요! 어쨌든, 그런데 수면 기록을 하면서 진짜 흥미로운 걸 발견했어요.


지 피터 박사: 뭔가요?


보싸: 첫날은 고양이가 제 옆에서 자면서 코를 골아서 제대로 잠을 못 잤는데, 둘째 날부터는 제가 정말 코를 골더라고요?


지 피터 박사: 첫째 날도 사회자님이 곤 거 아니에요?


보싸: 아니에요. 제가 오죽하면 자다가 깨서 따로 영상까지 찍었겠어요? 그런데 둘째 날부터 제가 코를 골기 시작하니까 고양이가 제 옆에 안 오더라고요.


지 피터 박사: 네… 그랬겠죠… 코 고는 시간대는 어땠어요?


보싸: 딱 정확하지는 않지만 거의 규칙적이었어요. 2-3시간 정도 간격이었던 것 같아요.


지 피터 박사: 오! 그건 좋은 신호예요. 약 2시간(정확히는 90분~2시간) 주기로 코를 곤다는 건 수면 사이클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뜻이거든요. 깊은 수면에서 얕은 수면으로 넘어갈 때 기도 근육이 일시적으로 이완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보싸: 그런데 이상한 게, 저는 평생 "나는 코 안 골아"라고 확신하고 살았거든요. 가족들이 아무리 그런다고 해도 절대 안 믿었는데… 사실 처음에는 농담이었는데, 나중에는 스스로 그렇게 믿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지 피터 박사: 아, 그거 완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전형적인 사례네요. 우리 뇌는 이미 믿고 있는 이야기를 지키려고 불편한 정보는 자동으로 필터링해 버려요. 특히 자기 이미지와 관련된 건 더더욱요.


보싸: 자기 이미지요?


지 피터 박사: 네. 사회자님은, 스스로 만들어 놓은 “나는 얌전하게 자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이 있었던 거죠. 지난 시간에 뭐라고 했죠? 뭐? 잠자는 거지? 왕자님? 그런데 코골이는 그 이미지와 맞지 않으니까, 뇌가 “이건 거짓말이야”, “피곤해서 그래”, “고양이 소리였어” 이런 식으로 합리화를 해버린 거예요. 댄 애리얼리(Dan Ariely)의 연구를 보면, 사람들은 자기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작은 거짓말들을 스스로에게 하면서도 ‘나는 정직한 사람’이라고 믿는다고 해요.


보싸: 그러고 보니 저만 그런 게 아니네요. 요즘 뉴스 보면 자기가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나는 그런 사람이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지 피터 박사: 맞아요! 그게 바로 자기 정체성 방어기제예요. 사람은 누구나 "내가 믿는 나의 모습"을 지키려는 강한 욕구가 있거든요.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의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내가 아는 나"와 "실제 행동하는 나" 사이에 모순이 생기면 엄청난 불편함을 느껴요. 그래서 현실을 바꾸기보다는 인식을 바꾸려고 하죠.


보싸: 인식을 바꾼다? 아, 현실을 바꾸기는 어려우니, 상대적으로 쉬운 '생각'을 바꾸는 건가요? 그럼 요즘 유행하는 긍정확언도 같은 원리인가요? 스스로를 생각하는 인식을 바꾸는 거잖아요.


지 피터 박사: 오, 좋은 질문이에요! 긍정확언은 자기기만이랑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정반대예요. 자기기만은 “불편한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고, 긍정확언은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뇌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이거든요.

클로드 스틸(Claude Steele)의 연구를 보면, 긍정확언이 실제로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고 자기 효능감을 높인다고 나와 있어요. “나는 평화롭게 잠드는 사람이다”를 매일 말하면, 뇌가 그에 맞는 행동과 증거를 찾기 시작하거든요. 이건 거짓말이 아니라 자기 프로그래밍이죠.


보싸: 자기 프로그래밍… 어쩐지 부정적으로 들리기도 하네요. 현실을 바꾸려는 노력보다 결국 자신을 세뇌시키는 거 아닌가요?


지 피터 박사: 거기서 핵심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하는 거예요. “나는 코 안 골아”(현실 부정)가 아니라 “나는 숙면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성장 지향)처럼요. 이 미묘한 차이를 알겠나요?


보싸: 음, '아마' 확실히 알겠네요. 근데 이렇게 자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건 좋은데, 반대로 너무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정해놓고 그에 맞춰 현실을 왜곡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러면 위험할 것 같은데.


지 피터 박사: 정확히 그게 문제죠. 좋은 예예요. 나르시시스트 리더십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그거거든요. 자기 이미지 유지를 위해 현실을 왜곡하고, 주변 사람들까지 자신의 서사에 맞춰 행동하도록 강요하죠. 그럼 조직 전체가 그 사람의 자기기만을 떠받치는 구조가 되는 거예요. 아니어도 아니라고 말도 못 하고 권력 시스템을 망가뜨리기도 하죠.


보싸: 그럼, 스스로 그런 자기기만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 피터 박사: 우선 “불편한 진실도 나다”라고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해요. 코골이 하는 것도 나고, 때로는 실수하는 것도 나고, 완벽하지 않은 것도 나라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을 진심으로 들어보는 거예요. 사회자님도 가족 말을 안 믿다가 앱으로 확인하니까 받아들이게 됐잖아요.


보싸: 맞아요. 객관적인 데이터 앞에서는 부정할 수가 없더라고요.


지 피터 박사: 그래서 메타인지(metacognition)가 중요해요. “내가 지금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아는 것”, “내가 지금 방어적으로 반응하고 있는지 아는 것”. 이런 자각만으로도 자기기만에서 한 걸음 물러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나는 계속 변화하는 존재다”라고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죠.


보싸: 생각해 보니 수면 앱을 시작한 것 자체가 그런 시도였네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려는. 결국 마음의 힘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얘기네요. 하지만 그 힘을 잘못 쓰면 자기기만이 되고, 잘 쓰면 성장의 도구가 되는 거군요.


지 피터 박사: 맞아요! 핵심은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더 나은 내일을 그려보는 것이에요.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고정관념에 갇혀 주저앉지 말고, “오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내일의 나는 어떻게 될 수 있을까?”를 계속 궁금해하고, “나는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어!”라고 선포하며 스스로를 믿어주는 거죠. 그게 진짜 성장이에요.


보싸: 네, 오늘도 많이 배웠네요. 제가 생각보다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과, 내가 바라는 내가 되기 위해서 긍정확언을 생활화하면서 성장을 위한 도구로 써봐야겠고요.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함께 하면 좋겠어요!


지 피터 박사: 이상한 게 하나 있어서 이해를 잘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은 마무리네요! 진실은 때로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을 견뎌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자신과 만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진짜 변화도 시작되고요. 모두 용기 내세요!


보싸: 여러분 모두 응원합니다! 모두 숙면하세요!!


지 피터 박사: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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