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잠을 자도 피곤할까?

수면 장애 극복하기

by 보싸

보싸: 안녕하세요. 박사님. 오늘은 인간의 수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사실 제가 요즘 잠을 잘 못 자는 것 같거든요.


지피터 박사: 아, 수면 문제요. 사회자님, 이건 그냥 피곤한 게 아니라 뇌의 ‘야간 근무 시스템’이 제대로 안 돌아가는 신호일 수도 있어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Matthew Walker (매튜 워커)의 연구처럼 수면은 기억 정리, 감정 처리, 신체 회복 세 가지를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 공장이거든요. 근데 이 공장이 멈추면? 감정은 날카로워지고(amygdala 과활성화), 집중력은 떨어지고, 심지어 면역도 약해집니다.


보싸: 아, 잠 못 자는 게 면역력과도 관련이 있어요? 그러면 제가 입병이 잘 나는 것도 그런 이유일 수 있나요?


지피터 박사: 그럴 확률 꽤 높습니다, 사회자님. 수면 부족은 셸던 코헨(Sheldon Cohen)의 면역 연구에서 ‘하루 6시간 이하로 자는 사람은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감염될 확률이 4~5배 높다’는 결과가 있거든요. 왜냐면 수면 중에 NK세포(Natural Killer Cell, 자연살해세포—바이러스 감염 세포나 종양 세포를 직접 제거하는 역할)가 활동하면서 바이러스나 암세포까지 감시하는데, 잠이 부족하면 얘들이 게으름 피웁니다. '면역 경비원'이 졸고 있는 거죠. 입병(구내염)도 마찬가지예요. 비타민B 부족만이 아니라, ‘수면의 질이 망가졌다’가 원인일 수 있죠.


보싸: 아... 어쩐지 비타민 종류별로 과식하는데도 입병은 잘 없어지지 않더라니... 제 면역세포들이 피곤해서 그런 거였군요. 그런데, 제가 자는 시간이 막 적지는 않은 것 같아요. 6-7시간은 꼬박꼬박 자는 것 같은데, 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4-5시간 정도만 자는 때도 있기는 하네요. 제가 자는 시간 정도면 잘 못 잔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일까요?


지피터 박사: ‘자는 시간’만 보고 수면 건강을 판단하는 건 마치 ‘밥 양’만 보고 영양 상태를 판단하는 거랑 비슷해요.


보싸: 지금 제가 많이 먹는다고 뭐라고 하는 건가요? 나 요즘 엄청 조금 먹는데?


지피터 박사: 누가 뭐랬나요? 괜히 찔리기는. 아무튼, 많은 시간을 자도 수면의 질이 나쁘면, 몸은 “나 아직 퇴근 안 했는데?”하는 상태로 깨어납니다. 여기서 핵심은 수면 구조(sleep architecture)예요. 면역 회복, 성장호르몬 분비에 관계있는 ‘깊은 잠(Non-REM 3단계)’과, 감정·기억 처리에 관계가 있는 ‘얕은 잠(REM)’, 둘 다 균형 있게 돌아가야 하는데, 스트레스, 카페인, 야간 블루라이트가 이 구조를 망가뜨립니다. 게다가 이브 반 코터(Eve Van Cauter)의 연구를 보면, 단 하루만 수면 시간을 4-5시간으로 줄여도 인슐린 저항성, 면역 반응 저하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런 ‘짧은 수면’이 주 1회만 있어도 누적 피로가 쌓일 수 있죠. 즉, 일주일에 한 번 정도 4-5시간만 자는 것이 사회자님 컨디션에 미묘하게 계속 데미지를 주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혹시 요즘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거나, 오후에 집중력·기분이 확 떨어지는 날이 있나요? 그런 증상이 있으면 ‘시간’보다 ‘질’ 문제로 봐야 합니다.


보싸: 아, 그렇군요. 아침에 개운하지 않거나 집중력과 기분이 떨어지는 건 항상 그래요. 그러지 않기 위해 스스로 애쓰는 기분이 들어요.


지피터 박사: 그렇군요! 사회자님은 지금 수면 부채(sleep debt)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수면 부채는 윌리엄 디멘트(William Dement)가 말한 개념인데, 말 그대로 못 잔 시간과 질이 누적돼서 생기는 빚이에요. 하루 이틀은 버텨도, 그게 몇 주-몇 달 쌓이면 아침부터 피곤한데 억지로 멀쩡한 척하는 생활이 기본 모드가 됩니다. 문제는 이게 단순 피곤함을 넘어서, 집중력 저하, 감정 조절력 저하(짜증·무기력 증가), 면역력 약화(입병, 잔병치레 증가)로 이어지죠.


보싸: 아... 여러 가지로 공감이 가네요. 그런데 박사님. 수면 시간은 충분해도 수면의 질이 안 좋으면 문제가 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수면의 질이 안 좋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많이 자면 장땡 아닌가요?


지피터 박사: 사회자님, 수면의 질이 안 좋다는 건, 양은 채웠는데 내용물은 부실한 잠을 말합니다. 즉, 뇌랑 몸이 해야 할 ‘야간작업’을 제대로 못 끝낸 상태죠. 좋은 질의 수면은 이렇게 돌아가야 합니다.


- 입면 시간 — 눕고 10~20분 안에 잠듦 (sleep latency)

- 깊은 수면 비율 — Non-REM 3단계가 전체의 20% 이상

- 각성 횟수 — 밤중에 깨어나는 횟수가 거의 없음

- REM 수면 주기 — 90분 주기로 반복, 꿈꾸면서 감정·기억 정리

- 아침 컨디션 — 개운하게 깸

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는 건 이런 신호가 있다는 뜻이에요.


- 자다 깨는 일이 잦음 (미세각성 포함)

- 아침에 몸이 무겁고 머리가 멍함

- 낮에 졸림·집중력 저하

- 꿈이 유난히 많거나, 아예 꿈이 기억 안 남 (REM 교란)

이게 왜 문제냐면, 앨런 렉츠샤펜(Allan Rechtschaffen)의 동물 실험에서도 ‘깊은 수면이 결핍되면 면역, 체온, 대사 모두 망가진다’는 게 이미 입증됐거든요. 결국 “나는 8시간 잤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깊은 수면과 REM 수면의 사이클을 충분히 돌았는가”가 핵심이죠. 혹시 사회자님은 평소에 꿈을 많이 꾸는 편인가요, 아니면 거의 기억이 안 나는 편인가요? 그거만 들어도 수면 구조가 어떤지 대략 감이 옵니다


보싸: 요즘은 꿈속에서도 정신없이 삶을 산 것 같은데, 일어나면 뭔가 바빴다는 기억만 있고 정확히 어떤 꿈을 꿨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는 것 같아요.


지피터 박사: 아, 그건 전형적으로 REM 수면은 했는데 회복감이 떨어지는 패턴입니다. 사회자님처럼 바빴는데 내용은 희미하면, REM 단계가 여러 번 끊기거나, 깊은 수면에서 REM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흐름이 깨졌을 가능성이 크죠. 이럴 때 뇌는 감정·기억 정리 작업은 대충 하고, 몸 회복용 깊은 수면은 충분히 못 해요. 로절린드 카트라이트(Rosalind Cartwright)의 연구에서도, REM 수면이 단편적으로 끊긴 사람들은 기분 회복 속도가 느리고, 다음 날 스트레스 취약도가 높아진다고 나왔어요. 즉, 사회자님은 수면 시간보다 수면의 질- 수면 연속성(sleep continuity)이 문제일 확률이 높아요. 이건 생활 습관, 특히 취침 전 뇌 자극 패턴이 많이 좌우하죠.


보싸: 수면 연속성이요? 우리가 흔히 통잠이라고 하는, 중간에 깨지 않고 쭉 자는 걸 의미하는 건가요?


지피터 박사: 네, 맞아요. 수면 연속성(sleep continuity)은 말 그대로 밤새 잠이 얼마나 끊김 없이 이어졌는지를 뜻해요. 좋은 수면은 위에 정리해드린 것과 같이, 입면(잠에 드는 일) → 깊은 수면 → REM → 깊은 수면 → REM…이 사이클이 90분 단위로 4~6번 이어집니다. 그런데 중간에 자꾸 깨거나(미세각성, micro-arousal), 뒤척이는 시간이 길어지면 이 흐름이 깨져요. 알람 소리, 조명, 스마트폰 알림, 통증, 가벼운 불안, 코골이·무호흡, 야식, 불편한 침구, 알코올, 카페인… 이런 요소들이 깊은 수면에서 REM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흐름을 방해하죠. 수면 연속성이 떨어지면 총 수면 시간이 같아도 기억력, 기분 안정, 면역력 모두 저하된다고 해요. 즉, 사회자님처럼 '많이 잤는데도 피곤하다'는 사람 상당수가 바로 이 ‘연속성 깨짐’ 문제를 겪고 있는 거죠.


보싸: 아… 그렇군요. 말씀하신 대로라면 원인이 다양한데, 조명이나 소음, 침구, 카페인 섭취 같은 물리적인 원인들은 어떻게 조정해 볼 수 있다고 치고, 심리적인 요인들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지피터 박사: 심리적 요인 중 1등은 스트레스와 불안이에요. 코르티솔이 높은 채로 잠자리에 들면 뇌가 “아직 야간 근무 시간”이라고 판단합니다. 두 번째는 반추사고(rumination), 오늘 있었던 일이나 내일 할 일을 계속 되감기 하는 거죠. 세 번째는 감정 미처리 — 낮에 못 풀었던 짜증·서운함이 밤에 몰려와 꿈속 야근을 시킵니다.


보싸: 코르티솔이요?


지피터 박사: 코르티솔(cortisol)은 쉽게 말해 몸의 경보 사이렌 같은 호르몬입니다. 한스 셀리에(Hans Selye)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유명하게 만든 개념이죠. 부신에서 분비돼서 위험·긴장 상황에서 몸을 깨우는 역할을 합니다. 원래는 좋은 친구예요. 아침에 깨워주고, 에너지 쓰게 하고, 염증도 조절해 주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스트레스나 수면 문제로 코르티솔이 밤에도 계속 높으면 뇌가 “아직 낮이네?” 하고 착각합니다. 그럼 깊은 잠에 못 들어가죠.


보싸: 아… 그렇군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잘 잘 수 있을까요?


지피터 박사: 방법이 있죠.


첫째, 자기 전 2-3시간 전에 ‘감정 비우기 타임’을 만드는 겁니다. 오늘 있었던 일, 해야 할 일을 종이에 적고 책상에 두세요. 자기 전에 짧게라도 일기를 쓰는 습관이 그래서 중요해요. 이게 정리가 안되면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된 채로 빙빙 돌아서 잠을 못 자게 하죠.


둘째, 조명 디밍.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부터 집안 불빛을 30%로 줄여서 멜라토닌이 자연스럽게 분비되게 해 주세요. 뇌에게 이제 잘 거라는 신호를 주는 거죠.


셋째, 호흡법으로 부교감신경 켜기. 4초 들이마시고, 7초 멈췄다가, 8초 내쉬는 ‘4-7-8 호흡법’.

이걸 4~5번만 해도 심장이 “아, 이제 쉬자” 하고 속도를 늦춥니다.


이렇게 하면 ‘깊은 잠까지 못 가고 깼다가 다시 자는’ 패턴이 확 줄어듭니다.


보싸: 그래요? 좋아요. 오늘부터 한번 해봐야겠어요.


지피터 박사: 네! 꼭 실천해 보세요. 그런데… 정말 이유가 그것뿐일까요?


보싸: 네?


지피터 박사: 혹시 사회자님, 가족들로부터 잘 때 코를 골거나 숨을 이상하게 쉰다는 이야기는 못 들으셨나요?


보싸: 네? 제가요? 저 완전 누운 그대로 죽은 듯이 자는데요? 완전 잠자는 숲 속의 왕자님이에요.


지피터 박사: 가족의 입장도 들어봐야죠.


보싸: 가족들은 제가 코를 곤다는 거짓말을 좀 하기는 해요.


지피터 박사: 거짓말이라고요?


보싸: 네.


지피터 박사: 이건 우리가 심리학에서 확증편향(confirmatory bias) + 자기 개념 방어기제(self-concept defense mechanism)라고 부르는 전형적인 사례죠. 사람이 자기 이미지를 위협하는 정보를 부정하려 할 때 나오는 행동이에요. “혹시 내가 그런 사람일 수도 있나?” 하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증거가 나와도 아무렇지 않게 부인하는 거죠.


보싸: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요.


지피터 박사: 네, 아무튼, 제가 그걸 왜 여쭤봤냐면요,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중, 생각보다 큰 이유가 바로 코골이와 무호흡증이에요. 특히 사회자님처럼 갑자기 살이 찐다던지…


보싸: 누가 들으면 진짠 줄 알겠네! 암튼, 그래서요? 어디 한번 들어나볼까요?


지피터 박사: 네… 저는 아무래도 이게 원인인 것 같은데, 코골이는 본인이 모르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왜냐면 깰 정도로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뇌가 ‘깊은 잠→얕은 잠’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면서 기억을 안 남기기 때문이죠.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목·혀·기도 주변 근육 탄력이 조금씩 줄어들면, 예전엔 안 골던 사람도 특정 자세나 피로, 알코올, 코막힘 등의 원인으로 코를 곱니다. 사회자님도 예전에는 설사,진짜로,만의 하나, 안 골았다고 해도, 지금은 그런 이유로 코를 골고 있을 수도 있어요.


보싸: 아니요. 결코 그럴 리 없어요.


지피터 박사: 특히 코골이 자체도 문제지만, ‘로빈 엘리(Robin Ely)’와 ‘데이비드 힐먼(David Hillman)의 연구에서 말하듯, 수면 무호흡이 더 심각해요. 수면 무호흡이 반복되면 혈중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뇌가 이를 방어하기 위해 각성을 유발한다고 해요. 이 과정이 반복되면 심혈관계에도 부담을 줍니다. 수면 무호흡 여부는 스스로 알 수는 없고요, 최근에 많이 사용하는 수면패턴 분석 앱을 사용하면 도움을 얻을 수 있어요.


보싸: 수면패턴 분석 앱이요? 그런 게 있어요?


지피터 박사: 네. 앱을 설치하고 잘 때 켜 놓으면 잠자는 소리를 녹음하고 분석해서 알려주는 기능이에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심각할 경우에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계속 피곤하고, 아침에 두통까지 있다면 수면 무호흡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자님 또래에서 흔히 겪게 되는 일이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요. 정확히 진단해서 치료하면 되죠!


보싸: 오~ 오늘 바로 깔아서 해봐야겠어요!


지피터 박사: 네! 앱스토어(또는 플레이 스토어)에서 수면으로 검색하면 여러 가지 나와요. 코골이 시간대, 소리 크기, 깨는 패턴까지 전부 데이터로 보여주죠. 그리고 만약 녹음에서 코골이 사이에 “…조용→큽!” 하는 숨 들이마심이 있다면, 그건 무호흡 신호일 수 있어요. 그럴 땐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로 확실히 확인하면 됩니다.


보싸: 아… 어쩐지 좀 무섭기는 하지만, 꼭 해볼게요. 제대로 진단해서 고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지피터 박사: 네! 분명히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많은 경우,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도 원인이 될 수도 있으니, 운동과 식습관 개선을 통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필요해요.


보싸: 해야 할 일이 많네요. 그렇다면 오늘 저녁부터 달리기와 수면체크를 시작해 보겠어요!


지피터 박사: 네! 꼭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이번에는 꼭 꾸준히!


보싸: 네, 오늘은 박사님 덕분에 “잠이 부족한 게 아니라, 질이 문제일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배웠네요. 이 글을 읽는 분들께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모두 숙면하시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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