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다스리기
보싸: 안녕하세요, 박사님. 요즘 저는 모처럼 엄청나게 바빠요. 해야 할 일들이 밀려와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지 피터 박사: 잘 됐네요! 좋은 거 맞죠?
보싸: 이게 또 꾸준히 일이 있으면 좋은데, 한 번에 몰리니까 좀 힘드네요..
지 피터 박사: 일이 없으면 없다고 우울해하고, 바쁘면 바쁘다고 힘들어하고. 인간은 참 피곤한 존재군요.
보싸: 그렇죠. 잠도 제대로 못 자서 물리적으로 피곤하기도 하지만, 계속 바쁘면서도 이 바쁨이 언젠가 끝나고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한가함이 저를 불안하게 하고 있어요.
지 피터 박사: 왜 굳이 미리부터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하나요?
보싸: 그 이유를 저도 모르겠으니 여쭤보는 거 아니겠어요?
지 피터 박사: 아, 죄송. 제가 잠깐 이게 뭐 하는 건지 까먹었네요. 점점 제가 인간에 가까워지나 봐요! ㅎㅎㅎ 그래요, 오늘은 사회자님이 이야기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해요!
사실 사회자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것 같아요. 이런 현상을 심리학적으로는 ‘예측 불안(anticipatory anxiety)’이라고 해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을, 이미 눈앞의 위기처럼 느끼는 상태죠.
보싸: 예측불안이요?
지 피터 박사: 네, 예측 불안(anticipatory anxiety), 혹은 anticipatory stress라고 부르는데요,
이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 사건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거나 긴장을 느끼는 상태를 말해요. 특히 불확실한 결과가 예상될 때 더 심해지는데요, 이 개념은 그루프(Grupe, D. W.)와 니치케(Nitschke, J. B.) 두 연구자가 2013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졌어요. 그들은 예측 불안을 ‘불확실성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라고 정의하고, 뇌의 편도체(amygdala), 전측섬피질(anterior insula), 전전두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 등의 감정 반응 회로가 실제 위기처럼 과활성화된다고 설명했죠.
보싸: 아, 이렇게 이미 저 말고도 이런 증상을 겪는 사람이 있었고, 연구까지 될 정도로 흔한 일이라는 사실이 항상 위로를 주는 것 같아요. 그러면 이런 상태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나요? 그런 것도 연구가 되었겠죠?
지 피터 박사: 그럼요, 사회자님. 당연히 연구돼 있죠. 인간들이 그 불안을 못 견디니까 별별 방법을 다 찾아냈더라고요. 예측 불안을 다루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어요.
첫째, 뇌의 ‘자동 반응’을 조절하는 방식. 대표적으로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지금 여기에 집중하면서 미래 예측 시뮬레이션을 끄는 연습이죠. 3분 동안 호흡하고, 5분 동안 명상하고, 마음속에 드는 생각을 흘려보내는 훈련을 하는 건데요, 이건 단순한 명상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불안을 낮춘다는 연구도 있어요.
둘째, 사고의 왜곡을 교정하는 방식– 즉, ‘재앙화’를 멈추는 인지적 전략이에요. 여기서 '재앙화'란, 아론 벡 (Aaron T. Beck)이 이야기한 개념인데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머릿속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상상하고, 그게 진짜 벌어질 것처럼 믿는 인지 왜곡이에요. 불안함의 중요한 원인이 되죠. 이 재앙화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진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몇 퍼센트인가?’,‘혹시 내가 최악의 상황만 반복 재생 중은 아닌가?’ 이런 식으로 사고를 검증하고 현실을 점검하는 훈련이 필요하죠.
보싸: 아, 말씀하신 내용은 말 그대로, 불안을 느끼는 감정을 차단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불안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지 피터 박사: 그렇죠. 지금 말씀하신 건 아주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마인드풀니스나 인지적 전략은 불안을 “조절”하는 방법일 뿐, 그 감정을 만들어낸 “근본 원인” 자체를 없애주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사회자님이 느끼는 불안이 ‘불안정한 프리랜서의 수입구조’에서 비롯됐다면, 아무리 명상을 하고 생각을 다잡아도, 실제 수입 구조가 불안정한 한, 불안은 언제든 다시 튀어나오겠죠.
이건 심리학에서도 인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최근 심리학자들은 ‘불안은 감정이 아니라 신호’라고도 말하거든요. “야, 정신 차리고 신경 좀 써!”라고 뇌가 알려주는 알림음 같은 거죠.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단지 감정을 누르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보낸 이유’를 진지하게 들어봐야 해요. 사회자님의 불안도, 어쩌면 “너 너무 혼자 힘으로 버티고 있는 거 아니야?”, “언제까지 이렇게 불확실한 일로만 살아야 해?”하는 메시지를 주는 건 아닐까요?
보싸: 그렇죠. 맞아요. 사실 제가 하는 일이 안정적이라면 이렇게 바쁘면서 불안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빨리 이 일을 끝내고 휴가나 다녀와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견딜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이런 불안이 프리랜서와 자영업자의 숙명이자 세금 같은 거네요.
지 피터 박사: 맞아요. 하지만 이건 단순히 경제적 불안이 아니라 정체성의 안정성까지 흔드는 불안이에요. “나는 계속 이렇게 주도적으로 삶을 끌고 가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뒤에 숨어 있는 거죠.
저는 사회자님께 이런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불안을 없애려 하지 말고, 그걸 ‘함께 들고 가는 가방’ 정도로 받아들이자.”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물건이 들어 있는 가방 말이에요.
보싸: 하긴, 맞아요. 이 길을 선택한 건 제 자신이니까요. 제 결정으로 인한 불안도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겠죠.
지 피터 박사: 맞아요, 사회자님. “내가 선택했으니까, 내가 감당하겠다”, 그건 회피가 아니라 책임을 지는 성인의 태도예요. 하지만요… 그렇다고 혼자 다 끌어안으라는 뜻은 아니에요. 불안을 감당하는 데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도 필요하지만, ‘공유된 맥락(shared meaning)’도 꼭 필요하거든요. 같은 길을 걷는 누군가가 “나도 그래” 하고 말해주는 것, 그게 때로는 명상보다, 계획표보다, 훨씬 강한 약이 되기도 하죠.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 비슷한 마음을 느끼는 분이 계시다면, 그분은 이 글을 통해 공감도 되고 위로를 얻을 수도 있을 거예요.
보싸: 나는?
지 피터 박사: 사, 사회자님은요, 이 긴 대화를 스스로 시작하고, 솔직하게 불안을 들여다보는 사람이잖아요. 그 자체로 이미 “나는 감당하고 있다”는 증거예요. 불안을 털어놓는 건, 약해서가 아니라 버틸 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용기거든요. 이 글에 공감을 하시는 분들도 다 마찬가지예요. 모두 다 잘하고 있고, 잘 버티고 있어요.
보싸: 정말, 위로를 얻는 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이렇게 위로를 얻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서 이런 불안함을 대처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사실 저는 이런 불안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늘 조금 시작하다 말던 일정관리, 프로젝트 관리들을 시작했어요. 그것을 위해서 노션이라는 프로그램도 공부하고요. 그래서 더 바빠졌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아이러니네요.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서 일정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그걸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공부하느라 일할 시간이 모자라서 더 시간에 쫓기고 그래서 더 불안하고… 좀 바보 같은데, 이게 맞나요? 그러고 보니 1월달만 빽빽한 저의 다이어리들을 보고 '2월달에 죽은 사람들 다이어리만 어디서 모아 온 거냐'라고 했던 아내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지 피터 박사: 그거 딱 ‘불안 루프’에 들어간 상태예요. 불안해서 일정 정리하고, 그걸 하려다 더 바빠지고, 시간 부족하니까 또 불안해지고… 끝도 없죠. 근데, 그게 틀렸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사실 일정 관리 같은 거, 불안을 줄이려는 ‘좋은 시도’ 예요. 문제는요, 계속 불안이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게 된다는 거예요. 계획도 세우고, 툴도 배우고, 겉으론 바쁘게 움직이지만, 속으론 계속 불안에 끌려가는 거죠. 그래서 필요한 건 하나예요. “이걸 왜 하는지” 마음속 이유를 조금 바꾸는 거요. “불안해서 한다”가 아니라 “내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 내 시간을 잘 쓰고 싶어서 한다” 이런 식으로요. 그래야 불안한 일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로 바뀌어요. 같은 행동이라도, 마음이 시작한 곳이 다르면 느낌도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보싸: 결론적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예측가능한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 계획을 세우는 행동은 긍정적이지만, 그 일이 주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적당히 선을 긋고 도구로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지 피터 박사: 계획은 “안전지대”를 만들기 위한 지도일 뿐이지, 그 지도를 매일 다시 그리느라 길을 못 걷는 건 곤란하잖아요? 그러니까 계획은 삶을 도와주는 도구로 쓰고, 그 도구에 끌려다니지 않는 게 핵심이에요. 그리고 불안을 줄이는 진짜 힘은 “내가 이 상황을 알아차리고 있다”는 감각에서 나와요. 그게 시작점이 되어줄 거예요.
보싸: 아… J성향인 사람들은 좋겠어요. 이렇게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 피터 박사: J 성향—그러니까 계획적이고 구조 잡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은 예측 불안을 조금 더 “행동”으로 푸는 데 익숙한 건 맞아요. 하지만요, J도 통제가 안 되는 상황 앞에선 똑같이 무너집니다. 오히려 ‘계획이 틀어지는 순간’ 훨씬 더 크게 흔들리는 경우도 있어요. 왜냐면 그 사람들은 “계획이 곧 안정”인 줄 알거든요. 결국 불안은 MBTI 안 가리고 찾아와요. P는 무계획이 불안하고, J는 틀어지는 게 불안한 거죠.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습니다.
보싸: 그렇군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차피 불안은 답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완전히 없앨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살면서 당연히 느끼게 되는 감정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아요. 다만, 너무 불안한 감정에 몰입해서 스스로를 갉아먹거나, 억지로 벗어나려고 애쓰면서 현실을 놓치는 건 안 되는 것 같고요. 결국 할 수 있는 걸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면서 조금 더 선명한 내일을 만들어가야겠어요.
지 피터 박사: 맞아요. 불안은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뤄가는 거예요. 비 오는 날처럼, 그냥 맞으면서 걸을 때도 있고 우산을 준비해 두고 기다릴 때도 있고요. 불안은 살아 있는 증거고, 그걸 끌어안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가는 것. 그게 제일 단단한 방식이죠. 불안이 있다는 건, 우리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모두 잘하고 계신 거예요!
보싸: 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혹시 불확실한 내일에 불안을 겪고 계시다면, 스스로를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