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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펄펙 Jun 27. 2024

챗GPT가 잘 쓸까 내가 잘 쓸까

웹소설을 쓰고 싶었다.


  사실은 그 전에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뭔가 장벽이 높고 현생에 바빴습니다. 그러던 중 웹소설이라면 뭔가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죠. (3회까지 발행한 지금 벌써 말도 안되는 오만이었다는 걸 깨닫고 있지만...)



사실 늘 쓰고 싶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기에 쓰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많았어요. 깨작거리고 세상에 내보내지 못한 습작들도 많아 늘 머릿속엔 아이디어만 둥둥 떠다니니... 뭐라도 하나 뜰채로 건져 올리면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다는 근자감으로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AI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만큼 챗GPT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구요.


근데 일단 결론 먼저 이야기드리고 가자면

챗GPT를 활용하더라도 내 이야기가 없으면 빈 껍데기라는 것은 명확합니다.

챗GPT에게 메인 작가 역할을 준다면 누가 봐도 챗GPT 작품인지 알만한 것이 나옵니다.


대충 돌려막기하고, 뻔한 말만 합니다. 진부하고 지루하기 그지없는 글이 나와요. 내가 메인 작가가 되서 서브 작가에게 가르친다는 느낌으로 칭찬했다가 훈계했다가 해줘야 아주 그냥 잘 작동합니다.





메인 작가와 보조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전편 참고
https://brunch.co.kr/@pearlfect/33



저는 본인 또는 타인의 이야기를 투영한 주인공 설정을 좋아합니다. 

봉준호 감독님은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하셨죠. 봉준호 감독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이 말은 원래 영화 평론가 데이비드 톰슨의 책에서 나온 것인데요. 봉준호 감독이 이를 인용하여 자신의 창작 철학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저는 여기에 천프로 만프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웹소설을 쓰고 싶지만 글솜씨가 없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싶고, 이 주인공에게 초능력을 실어줄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쉽죠?



사전 조사


명작은 엎쳐도 메쳐도 명작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봤던 기억에 남는 명작들부터 조사해달라고 해봤습니다.



언뜻 생각난 게 크리스틴에게 노래 실력을 실어주는 팬텀이 나오는 "오페라의 유령"

글을 써낸다는 건 생명을 창조해내는 거소가 비등하다고 생각하는데, 잘못된 생명을 창조해냈던 "프랑켄슈타인"

본인의 지식과 만족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 "파우스트"

본격 AI시대가 되면서 다시 대두되고 있는, 인공지능과 사람처럼 대화하고 교감하는 영화 "Her"




이런 것들을 챗GPT에게 요약을 시켜 그 내용을 보며 리마인드 했습니다.







조사를 하고나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뚜렷해지는 것 같아서 내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대충 풀어냈습니다. 뭐랄까 이게 붓글씨였다면 일필휘지였을 것입니다. 앞 뒤 매끄러운지 어쩐지도 모른 채 써내려갔구요. 나중에 프롬프트를 다듬으며 여러차례 수정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다 보여드리기에는 너무 지저분할 것 같아 아래와 같이 표현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크게 다듬어진 형태는 아니니 노여워 마시길...)



스토리 라인 정리



영화 her오페라의 유령을 적절히 섞어서 이야기를 구성하고 싶어.

내가 생각나는 대로 대략적인 스토리라인을 막 휘갈겨 적어볼께.

네가 이것을 보고 소설을 쓰기 위해

캐릭터 설정, 하몬서클을 반영한 시놉시스, 반전, 베스트 셀러의 필수 조건 등을 반영하여

필요한 것들을 계획해줘.

추가적인  정보를 필요로 한다면 나에게 질문한 후 답해줘.


=== {여기부터는 내가 생각했던 스토리 라인}

주인공은 여자야. 20대 여자. 시골 마을에 살아. 그녀는 SNS를 TV 보듯이 보고, 블로그에 소소하게 글을 쓰며 스타 작가를 꿈꿔. 하지만 그녀의 블로그 일 방문자는 100 미만... 그냥 아무도 찾지 않아주는 곳에서 외로운 글을 던지고 있을 뿐.

이장님 댁 아들인 OO오빠는 서울에서 유튜버로 성공했다고 해. 하루에 3천만원씩 번다드니 집에 500씩 보낸다느니 해.

그녀는 서울로 이사를 가려해.

그런데 서울에 너무 집이 비싸. 싼 곳을 찾고 찾다가 외곽으로까지 가서 집을 알아봐.

이왕 온 거 서울에 살고 싶어서 홍대에 있는 "쉐어하우스"에 살기로 결정해.

한 방에는 기타치는 언니, 한 방에는 노래하는 동생, 한 방에는 홍대 미대생이 살고  

그 나머지 한 방에는 자기가 사는거야.


거기에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과 같은 옛날 유명했던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작가의 영혼이 숨어 살아.

이 영혼이 그녀가 들어와서 아주 기뻐해.

그녀가 글을 쓸 때마다 뒤에서 쳐다보며 개탄해. 너무 못 쓰기 때문이야. 그녀에게 코칭을 자처해.

그녀가 코칭을 요구하자 조건을 걸어.

그녀가 잠이 들락 말락할 때, 깰락 말락할 때 에코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해서 영감인 척 해.

사실 그녀는 소녀 가장이야.

시골 집에서 그녀를 돌아줬던 것은 그녀의 이모 부부야.

이모와 이모부에게 경제적으로 보답하고 싶고, 부담도 덜어주고 싶어 홍대로 나왔지만 가진 돈도 없고, 서럽고 외로운 서울살이 중이야.

그녀는 아빠의 정체를 알지 못해. 엄마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자 마자 여행하며 시나 읊던 방랑 시인 같은 놈에게 반해서 뜨거운 하룻밤을 보냈다가 임신을 했고, 생명을 포기할 수 없어 그렇게 낳은 것이 그녀야.

그리고는 그녀가 초등학교도 가기 전에 엄마는 교통 사고로 돌아가셨어.

그녀는 그 때부터 속에 담아놓지 못할 만큼 뜨거운 그 무언가를 글로 담아내기 시작했어. 

유령 작가는 그녀가 글쓰기에 재능이 더럽게 없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녀는 게다가 SNS에도 잼병이라는 것을 알았어. (블로그를 6년 동안 운영했지만 블로그는 거의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이야.)

유령의 도움을 받아 작법에 날개를 달자 점점 본인의 생각을 글로 잘 옮겨.

챗GPT를 사용해서 글을 쓰고 그 글을 쓴 것을 셀프 챌린지 하듯이 SNS에 올릴 것을 권했어.

글도 잘 쓰게 되고 SNS에서도 활약하게 돼.

글만 쓰기 시작하면 늘 혼자 심각해 지던 것이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자 좀 유연해 졌어.

이렇게 글을 올린지 6개월 그녀의 블로그는 하루에 유입되는 사람들이 1만명이 넘었고,

출판 제의가 오기 시작했어. 유령은 그녀가 챗GPT의 글을 이제 본인이 많이 수정하게끔 도와.

유령은 그녀가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자, 나락으로 빠질 것을 기대하며 "챗GPT" 사용을 권해.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챗GPT로 쓰는 것은 창작이 아니라 여겼어.

하지만 그녀는 이를 잘 활용하여 점점 더 일취월장하고, 소셜에 그 방법을 공유하자 대박이 나.

그러던 중 웹소설계에서 이미 1위를 하고 있던 작가가 그녀와 커피챗을 하자고 해.







주인공들의 이름도 바꾸고, 스토리 라인도 바꾸고 싶은 부분 고치고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어요.

부족한 정보가 있다면 저에게 먼저 질문한 후에 답변해달라고도 했습니다.




진짜 오래 대화를 주고 받았어요....



이 정도 대화할거면 그냥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할걸 그랬나?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웹소설은 100회 이상은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메인 플롯과 서브 플롯을 탄탄하게 잡아야 되서 몇 번에 거쳐서 계속 물어봤어요. 마음에 드는 게 나올 때까지 수정하고... 마지막엔 넘나 진부하고, 재미없어 보여서... 도저히 도저히 안 되겠어서 제가 플롯을 제안했습니다.



물론 아이디어는 너무 좋았어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전개 아이디어를 주기도 했구요.



제가 반전(twist)도 주고, 장면과 장면이 긴밀하려면 복선을 깔라고 했는데, 회차 진행이 워낙 많다 보니 모두 기억 못할 것 같아서 제가 적어가며 물어봤어요.



제목 작성

그러고 나서 제목을 짓고 싶었어요.

문피아에서 인기 있는 작품들 다 갖다 긁어넣었어요.


챗GPT야. 이게 문피아에서 요즘 인기 있는 작품들의 제목과 설명이야.
내 작품에도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제목 좀 지어줘.



그리고 제목들은 이렇게 텍스트를 긁어 복사 붙여넣기 하지 않고 캡쳐해서 사진을 챗GPT한테 보내줄걸 그랬어요.




하... 영 일을 잘 못하네요...



아... 이 우유부단한 녀석 같으니라고... 챗GPT 같은 언어모델은 다양한 선택을 제시할 뿐, 우리 사람이 선택해야 하니까... 애한테 선택을 강요하거나 의견을 묻지 맙시다. 허허....



네... 결론은 이렇습니다.


제목에 제 목을 걸으라고 했는데... 영 제목이 시원찮습니다. 몇 번 티키타카하고는 제가 지어버렸습니다.


명사형 제목보다 문장형 제목이 많이 보이길래,

<유령인데 살고 싶습니다.> <팬텀 작가의 작품>  뭐 고민하다가...

안 작가의 비밀동거로 했습니다. (아몰랑... ㅋㅋㅋ)



주인공을 "안"씨로 셋팅한 데에도 이유가 있는데요... 아니 작가, 안 작가...  (not an author)

제 힘으로 자기 글을 적는 게 아니라서 이런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동거"라는 키워드가 좀 클릭을 하게 만들어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하

근데 내용상 동거이기도 하구요 (무지성 어그로는 아님)




표지 제작


자 이번에는 문피아에 본격 글을 등록하기 위해 작품의 표지도 그려달라고 했습니다.





문피아에 있는 웹소설들 표지 보니까 다 이런 순정 만화 느낌이 많아서

순정만화 느낌으로 그려달라고 했어요


처음에 유령 작가 손가락이 여러개로 나와서 부분 수정했습니다.


1화 작성


이제 진짜 1화를 써보라고 했는데 세상 지루한 전개입니다.




도파민 샤워된 숏츠 시대에... 웹소설이 살아남으려면 초반부에 독자를 잡아둬야 하는데...

잔잔한 시골에서 시작하면... 아무도 안 볼 것만 같앙... ㅠㅠ

제 맘 이해하시죠?




마무리를 엉망으로 하는 거에요... 다음 화 하나도 안 눌러보고 싶게끔....

하... 그래서 뭐라고도 해보고...




여주인 정미가 남주인 유령작가 이름을 모르는 상태인데 결말부분에 "내일은 나현우가 누군지 알아보겠어"라고 말한다니요... 말도 안돼.


이런 게 언어모델의 한계인가 봅니다.


그리고 마무리가 정직합니다. 그냥 종이책 소설의 한 챕터 마무리라 해도 좀 오바에요... 다음 장을 읽게 하는 힘이 아예 없습니다 ㅠㅠ






갑작스럽게 유령 작가가 컴퓨터에 "나를 찾지 말아라"라고 쓴다니... 뭐 말도 안되는 소리 하구요.

제가 자꾸 물어보고, 자꾸 글 쓰라고 하니까 화가 났을까요? ㅋㅋㅋ

화가 났다기 보다 이제 데이터가 더러워진 것 같습니다. 앞에서부터 워낙 대화가 길어지고 긴 글을 아웃풋으로 요구했기 때문에 저 앞에서부터 기억도 흐려지고,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며 데이터가 지저분해진 것 같아요. 새채팅을 시작하면 이 모든 걸 또 새로 학습시켜야 하니까 귀찮습니다.





그래서 그냥 만들어버렸습니다. 개인화된 챗봇이라고들 말하죠? GPT!

여러분들은 GPT 스토어에서 검색하셔도 안 뜹니다. ㅎㅎ 저만 볼 수 있는 거거든요

나만 보기로 해서 제 캐릭터 구성, 메인 플롯, 서브 플롯, 진행되는 회차까지 knowledge파일로 넣어두면 그에 기반해서 움직입니다. 하지만 느낀 건 회차 진행이 될수록 이야기가 복잡해질수록 메인 작가인 저, 사람이 컨트롤 해야 할 게 많아지겠더라구요. 이 녀석이 놓치기도 하고, 잘못된 정보를 주기도 하니까 독자님들의 흐름이 깨지지 않게 메인 작가가 정신을 아주 그냥 바짝 차려야 합니다.



후... 언어모델로 소설쓰기 쉽지 않습니다.

그냥 정말 보조 작가에요. 보조 작가 있다고 메인 작가가 안 힘든게 아니잖아요? 하하.. 하.. 하하핳.....




+덧

확실하지 않아서 브런치에 연재는 일요일에 한 번 하는 걸로 잡아뒀지만 주중에 이렇게 한 번씩 더 쓰려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라이킷과 댓글이 없다면... 지속할 힘이 딸릴지도 몰라요ㅠㅠㅠ 챗GPT 활용 글쓰기에 관심 많으신 분들 반응 좀 보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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