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글이 된다면

by 백승권

마음, 생각, 기분, 감정 등이 몸을 움직인다는 이론은 과거로 받아들인 지 오래다. 그 반대가 더 정확하다고 누적된 경험이 매번 알람을 울리고 있다. 전신을 옥죄는 피로와 압박이 손끝으로 갈 때가 있다. 몸이 가라앉으면 글도 가라앉는다. 관찰일지와도 같다. 나에 대한, 기분, 상태, 심경의 파도 등을 적는 일, 체인에 꽁꽁 묶인 채 수장되는 야쿠자 영화가 종종 떠오른다. 생각한다고 똑같이 죽지는 않으니까. 오랫동안 숨을 참는 느낌, 살과 뼈를 짓누르는 무겁고 차가운 이물감, 무엇보다 수면의 빛에서 멀어지고 심해의 칠흑 속으로 가라앉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는 공포... 하지만, 생각한다고 똑같이 죽지는 않으니까. 지금 몸상태를 피로 누적 정도로 결론 내리며 이렇게 메모한다.

좀처럼 기운이 없고 카페인으로 되살릴 수 없는 상태, 정도로 몸이 기울면 일상의 집중력도 흩어진다. 평소에도 울타리를 마음대로 넘나드는 새끼양떼 같은 생각의 방향들이 도무지 발자국을 뒤쫓을 수 없을 정도로까지 제갈길로 나아간다. 스텝이 꼬이거나... 근육이 무기력한 상태. 뇌와 뼈를 연결시켜 글을 쓴다. 동공과 초점조차 널을 뛴다. 피로와 몽롱함, 스르르 감기는 눈과 베개와 이불 없는 책상, 평소보다 조금 더 불편한 의자 등, 일상의 당연한 배치 사이에서 비좁고 날 선 모서리 사이에 끼인 듯 경미한 환상통을 겪는다. 수면은 늘 부족했으니 어김없이 대가를 치른다.

지금껏 써온 글의 개수가 지난 생의 온전함을 증명하지 못한다. 트윗수가 많은 이들은 보편적인 동경의 대상과 조금 다르다. 기분이 어떻게 글이 되는가 라는 생각으로부터 이 글은 시작되었다. 자주 적는 글들의 대부분은 분류되지 못한다. 다시 읽지 않아도 상관없는 긴 메모 정도, 일그러진 형상을 보여주는 거울이 있다면 비슷할 것이다. 모든 진실은 아니지만 가시적으로 드러났다는 전제하에 일부의 왜곡된 인지와 믿음을 획득한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너의 일부일 테니, 그건 결국 -찰나의 타인들에게 너의- 전부로 받아들여질 거라고. 글은 나지만, 나는 글이 아니다. 첫 문장부터 이 문장을 쓰는 지금껏, 상태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