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맥도웰 감독. 디스커버리
자살이 금기인 이유를 유추해본다. 집단의 일부를 이루는 구성원의 단순 소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 1인을 축약된 집단, 상징, 우주, 세계로 보면 70억 인구의 지구는 70억 세계가 모인 별이 된다. 하나가 사라질 때마다 별의 빛도 약해져 간다. 자살은 죽음이라는 극단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힘든 현실의 도피 방식이라는 점에서 수없이 고려되고 모방되며 실행된다. 가까운 주변인의 자살일수록 모방 유혹은 커진다. 마치 검증된 케이스처럼 받아들여진다. 생각만큼 어렵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심어준다. 삶을 끝내는 방식에 있어 선택지가 늘어나고 자살은 다각도로 해석되며 개인 선택의 존중이라는 점에서도 파급이 크다. 선택의 기회가 한없이 불공평한 현실 속에서 자살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희귀한 옵션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지금을 끝내고 싶고 멈추고 싶고 벗어나고 싶다. 이런 고통은 "그래도 죽으려는 의지로 살아야지.."를 가볍게 뱉는 이들에게는 서술로 납득되기 힘든 영역이다. 이런 관점에서 종교, 특히 기독교가 비즈니스가 된 이유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성경에 의하면 예수는 (예정된 대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절대자의 명이 있었고 인간의 몸으로 거부할 의지가 있었지만 죽음을 선택했다. 이를 믿고 따르는 자들은 이 죽음을 희생, 대리 죽음이라고 배운다. 세상의 죄 많은 자들을 대신해 죽었다고. 그래서 우리가 멸망의 위기를 벗어난 거라고. 희생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신의 아들 또한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했다. 신의 의지가 우선했지만, 예수의 희생은 다수를 대신해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다. 십자가라는 그 시대 가장 잔혹한 고통을 안기는 사형 도구 위에서 그는 선택했다. 여기서 부활이라는 대반전이 펼쳐진다. 스스로 선택한 죽음과 다시 살아나는 기적. 현대 교회는 후자를 세일즈 한다. 우리는 (예수처럼) 다시 살아날 거라고. 우리는 사후세계에서 현재와는 다른 플랫폼에서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다시 다운로드될 거라고. 꼭 종교적 관점이 아니더라도 사후세계에는 희망과 기대감이 서려 있다. 불멸에 대한 욕망, 현재의 고통에 대한 보상 심리, 가까운 이를 향한 죄책감과 스스로를 향한 단죄까지. 현재보다 무조건 좋을 거라는 강력한 믿음이 있다. 한때는 사후세계를 목격하고 다녀왔다는 썰이 다양한 형태의 교회를 중심으로 돌기도 했다. 중간이 없다. 지옥 아니면 천국, 사후세계를 선망하는 자라면 누구도 자신의 좌석을 지옥행으로 예매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설정이 나올 수 있는 거겠지. 토마스 박사(로버트 레드퍼드)에 의해 사후세계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밝혀진 후 4백만 명이 자살한다.
토마스 박사 중심으로 수많은 추종자들이 몰린다. 그들은 테스트를 통해 외딴곳 거대한 건물에서 합숙한다. 사후세계, 또는 생전 기억 등을 화면으로 기록하고 추출하려는 토마스 박사의 연구를 돕는다. 윌(제이슨 세걸)과 아일라(루니 마라)가 모임에 합류한다. 윌은 토마스 박사의 아들이었고 아일라는 가족의 죽음 후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이었다. 윌은 토마스의 연구를 반기지 않는다. 이미 너무 많은 이들이 죽었고 그의 연구는 인류의 번영과 거리가 멀었다. 윌은 토마스의 멈추지 않는 연구가 죄책감에서 기원했다고 믿는다. 토마스의 아내이자 윌의 어머니의 자살. 토마스가 자신의 무관심이 아닌 세상을 향한 비뚤어진 복수심을 품고 연구 결과를 발표한 거라면, 아내의 죽음을 수백만 인류의 죽음으로 앙갚음한 셈이었다. 되돌릴 수 없다면 다시 만나 사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땐 내가 잘못했다고. 당신 말대로 같이 저녁 먹자고. 토마스는 아들의 만류에도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 토마스가 연구를 멈추기로 결정했을 때는 연구 장치를 통해 아내를 본 이후였다. 토마스의 기억이 아닌 후회와 기대가 반영된 모습이 담겨 있었다. 토마스는 이 기계가 현세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는 극도의 위기감에 휩싸인다. 죽음 후 잘못을 되돌릴 수 있는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데, 누가 현세에 미련을 가질 것인가. 코드를 뽑고 기계를 치우면 그만이었다. 철거 직전의 연구실에 윌이 잠입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직후였다. 이성을 잃은 윌은 되돌리고 싶었다. 아일라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장치 속에 재생된 화면 속에서 윌과 아일라는 다시 만나 인사한다. 다급해진 윌에게 아일라는 차분히 설명한다. 당신은 나의 죽음을 막을 수 없어. 당신은 죽었어. 나와 다른 방식으로.
죽은 자들의 기억 속에서 '디스커버리'연구는 유영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역작 인셉션에서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맬(마리온 꼬띠아르)의 에피소드를 따로 떼어 확장한 버전처럼 느껴지는 설정들이 많았다. 실제 어떤 획기적인 장치가 발명되어 자살이 새로운 기회가 된다면 지원자가 폭주할 것이다. 자살은 죽음과 끝이 아닌 스마트폰 유심칩 교환 정도로 인식될 것이다. 생의 극단까지 가려다가 잠시 멈춰 다잡는 장면들을 보니 경험의 개수가 삶의 시야를 넓히고 질을 끌어올릴 거라는 관점에 회의가 든다.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이 있다. 내가 아는 누구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경험이 있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