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빈, 폴 피셔, 밥 로건 감독. 레고 닌자고 무비
닌자고 시티를 다 때려 부수는 가마돈 일당 앞에서 카이, 제이, 니야, 쟌, 콜은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다. 불, 물, 흙, 번개, 얼음을 공격 무기로 바꿀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이라면 진작에 가마돈 일당들을 우주의 먼지로 보내버렸겠지만 늘 결정적인 순간에 최종 공격을 멈추게 된다. 가마돈을 끝낼 사람은 자신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와 시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명분이라면 가마돈은 수십 번 처단되어도 문제없다. 하지만 그가 가장 소중한 사람의 가족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닌자고 시티를 노리는 최악의 악당 가마돈은 닌자 친구 로이드의 아빠다. HBO 미드였다면 가마돈은 진작에 네 개의 팔과 두 개의 다리, 하나의 머리가 해체되었겠지만 전 세계 아이들이 빙의하는 레고 브랜드라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린 닌자 로이드는 모든 화력을 총동원해 가마돈에게 쏟아붓는다. 하지만 끝내지 못한다.
로이드가 원하는 건 가마돈의 죽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마돈은 그린 닌자 로이드가 자기 아들인 줄 모른다. 엉덩이로 잘못 눌린 휴대폰으로 로이드와 통화를 하긴 하지만 그린 닌자가 로이드인 줄은 모른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닌자고 시티의 주적 가마돈이 로이드 아빠인 건 닌자고 시민들이 모두 알고 있다.(이들은 로이드가 그린 닌자인 것까지는 모른다.) 그래서 로이드는 자기 아빠로 인해 닌자고 시민 전체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로이드의 스트레스 지수는 떨어질 줄 모른다. 평범해 보이는 엄마와 단둘이 산지 오래, 로이드는 친구들이 아빠에게 흔히 배우는 사소한 놀이조차 같이 즐긴 적 없다. 겉은 멀쩡한데 이따금 비어 보이는 건 모두 아빠의 빈자리 때문이라고 로이드는 생각한다. 엄마는 완전하지만 엄마일 뿐, 아빠를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하다. 이 오랜 결핍과 분노가 로이드에게 내재되어 있었다. 가마돈은 도망자였다. 로이드가 생긴 후 육아를 져버린, 아빠의 의무와 지위를 포기해버린 비겁한 도망자. 사춘기 로이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보통 이런 서사는 로이드를 차세대 거악으로 키우는데 기능하겠지만 레고 닌자고는 거기까지 펼치지 않는다. 7세 시청자들은 레고를 통해 조커 실사를 경험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부자는 화해할 수 있나. 가마돈은 아들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래... 이 아비가... 소홀했구나... 용서해다오.... 무릎 꿇으며 그동안의 미친 과오를 뉘우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타노스가 우주의 인구를 반으로 줄이기 위해 딸까지 보내버리는 이야기가(어벤저스 시리즈) 인류의 열광을 받는 시대에 이런 해피엔딩은 레고 무비 시청자들을 터치할 수 없다. 거미와 뱀에 의해 팔이 두 개 더 늘었다는 가마돈은 전 시민 앞에서 내가 당신 아들이라고 커밍아웃한 로이드에게 극적인 제안을 한다. 로이드는 기대하고 있었다. 드디어 감동 타임인가. 너 내 부하가 돼라. 나랑 같이 싸우며 세상을 지배하자. 로이드는 당황하고 실망한다. 아내와 자식까지 버리며 전장을 떠나지 않았던 가마돈은 본질을 바꿀 수 없었다. 자신과 아내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자식을 보며 전쟁에 미친 피가 더 끓어올랐을 뿐이다. 하지만 둘에겐 공동의 미션이 있었다. 고양이를 내쫓아야 했다. 실사 고양이가 레고 닌자고 시티를 와르르 무너뜨리고 있었다. 회복을 위한 다양한 여정 속에서 둘은 점점 평범한 부자가 된다.
오랫동안 TV 시리즈로 두터운 팬층을 형성한 레고 닌자고에서 로이드 에피소드는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사막, 용암, 설원, 온라인 게임 내부(!) 등 다양한 배경과 설정, 캐릭터를 오가며 소년소녀 닌자들의 성장과 우정이 스펙터클하고 다층적으로 펼쳐지는 중이다. 최근 도로시와 난 이 브랜드에 빠져 있다. 옥토넛에 오랫동안 심취해 있던 우리는 넷플릭스 시청을 통해 레고 닌자고에 도달했다. 일정 시간 영상 콘텐츠를 즐기고 더 긴 시간 레고 블록과 캐릭터 피겨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중이다. 레고 닌자고 무비는 닌자고 세계관을 즐기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마주한 점프대였다. 참고로 도로시가 제일 좋아하는 닌자고 캐릭터는 쟌이다. 우리는 인간 닌자가 아니면서도 얼음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고 다양한 에피소드 속에서 녹지 않는 매력을 뿜어내는 닌드로이드(닌자+안드로이드), 쟌 캐릭터에 매우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