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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이유, 스틸워터

토마스 맥카시 감독. 스틸워터

by 백승권

빌은 이방인이다. 프랑스 남부에서 건물 철거 작업을 하는 미국인. 빌(맷 데이먼)은 프랑스어를 거의 못하고 빌 주변의 프랑스인들은 영어를 거의 못해서 의사소통은 매우 제한적이다. 노모는 아프고 아내는 자살했고 딸은 살인죄로 수감 중이다. 빌은 딸(아비게일 브레스린)의 무죄를 입증하고 싶지만 복역기간은 이미 5년을 지나고 있다. 빌은 딸이 유일하게 의지할 가족이지만 빌의 딸은 자기 아빠를 인생의 실패자이자 주변을 모두 망쳐버리는 인간으로 설명한다. 과묵한 미국인 노동자 빌에게 딸은 인생에 남은 유일한 희망 같은 존재다. 포기한 변호사에게 다시 가 매달리고 새로운 증거와 용의자를 찾으려 낯선 곳을 뒤진다. 통역을 도와주는 현지인과 그녀의 딸과 가까워지지만 빌은 자신을 보여주는데 서툴고 늘 그렇듯 인간관계를 어려워한다. 그 사이 빌은 딸의 무죄를 입증해 줄 새로운 용의자를 포착한다. 시스템 안에 헤매던 빌은 무법과 폭력으로 대상을 납치하고 감금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모두 잃는다. 딸은 풀려나고 부녀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뒤늦게 알게 된 진실은 빌이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달랐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바로잡기엔 너무 버거웠다. 딸을 다시 감옥에 넣을 것인가. 다시 프랑스로 가서 해명할 것인가. 빌은 진실을 밝히는 일이 그때까지 삶을 무너뜨려온 비극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식으로 알고 있었지만 진실을 밝힌 후에도 빌은 더 과묵해져야 했다. 빌은 모든 곳에서 외지인이었다. 앞으로도 빌은 외로울 것이다. 그리움 속에서 자신이 놓쳐버린 사람들의 얼굴과 대화를 겨우 더듬으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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