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환상

by 백승권

기분이 별로인데

이유를 모르겠어


짐작은 가지만

결정적이지 않아


걱정 상태에 빠지고 싶어서

무의식이 의식으로 이동했나


이런 상태가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게 싫고


다른 일들을 자석처럼 끌고 와서

전부 걱정거리로 해석을 바꾸는 게 싫어


뚜렷한 원인의 실체가 없음에도

이런 상태가 유지되는 게 기이해


마주한 상황을 부정하거나

특정 인물을 증오하기 위해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아


변동성 강한 저 먼 미래의 불안을

겨우 끌고 와서 얼리버드 흉내 내고 싶지도 않고

일찍 일어나 불안을 마시는 새는

일찍 추락해 날개와 다리와 부리가 꺾이겠지


잠이 심하게 부족하지도 않고

지금까지 조각조각 쌓인 결여들이

터뜨리는 연쇄불안폭탄 같은 건가


우주 먼지의 불안 따위

아무 파장 없을 텐데


파고들지 않으려고 골몰하다


코로나 시절

대규모 정리해고를 진행한

에어비앤비가 당시 전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게 되었어


이건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 의 비중보다

한때 함께했던 이들을 깊이 존중하고

이들에게 한없이 미안해하는 마음의 표현과

이직 지원 프로그램 등 구체적 대안의 실행까지

여러 부분에서 뭉클했어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지만

끝까지 책임져주고 싶어 하는 느낌

조직의 조직원을 향한

최선의 최선


읽으며

동질의 느낌을 안겨주는

글을 쓰고 싶었고


사실을 바꿀 순 없지만

사실을 마주하는 순간의

감정은 만질 수 있는


늘 찾고 있어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