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의 죄

by 백승권

인생이 혼자라는 사실

가장 먼저 퍼뜨린 사람 누구야

태초의 누구에게 들었어?


혼자인 신에게서

혼자 뜬 달에게서

혼자 핀 꽃에게서

혼자 선 들판에서
혼자 흐르는 강에게서

혼자 떨어진 눈물에게서

길 잃은 양에게서


인생이 혼자라는 스포일러는

너무 이르게 전달되었으면서도

막연한 기대의 팽창을 막지 못했어


누군가 매일 날 알아주고

누군가 늘 내가 아픈지 묻고

누군가 항상 날 위로해 주고

누군가 때마다 날 대신해 주길


간절히 바랐고

응답은 없었어


홀로 사막을 걷고

홀로 동굴을 파고

홀로 나무껍질을 떼어

홀로 우적우적 씹었지

홀로 너무 울어 메마른 눈으로


나는 썩은 나무였던 거야


늘 참았어

또 참고

또 또 참고

또 또 또 참겠지


일 년

오 년

십오 년 참았고

곧 이십 년 참겠지


결국 그렇게 썩은 나

결국 그렇게 썩은 나무


너네가 뭘 아는데


너네가 알기나 해

너네가 내가 숨 죽어 흘렸던 눈물의 양을

너네가 내가 가슴 졸이며 잠 못 드는 시간들

너네가 내가 일하며 굶주리던 시간들을

너네가 내가 세상에 짓밟힌 자존심을

너네가 알긴 뭘 알아


그러지 말았어야지


내게 그러지 말았어야지

도망간다 버린다 죽는다

내게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지


그러고도 잘 크길

그러고도 잘 살길

내게 어떻게 그걸 바라지


너흰 날 낳아서

너흰 날 죽였어


자기 자신만 불쌍히 여기며

자기 자식을 불행에 버렸어


도대체 내게 왜

도대체 내게 왜

도대체 대체 왜


인생이 혼자라는 사실

가장 먼저 알려준 사람 너희야

내가 태어나 처음 봤을 너희

너희가 동의도 없이 내게 숨을 불어넣고

너희가 예고도 없이 내게 모두 뺏어갔어


용서는 없어

때는 늦었고

나 혼자 울다

잊은 척 웃지


너흰 몰라

그게 죄야






*

이 글은 가까운 지인이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초안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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