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바르트 베르거 감독. 콘클라베
나이 든 종교인들이 모여
대장을 뽑는 투표를 한다
딸기 라테 그란데
사이즈 같은 옷을 입고
후보가 좁혀지고
갈등이 시작되고
악의가 도사리고
음모가 드러나고
변수가 난입하고
욕망이 충돌한다
천국을 부르짖던 자들이
악마로 돌변하여 성전을
지옥의 파티장으로
불태우고 있었다
국가와 인종,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상대를 공격하고
권력을 탐닉하며
바닥을 남김없이
뒤엎고 드러내며
바깥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도
아무도 도망치지 못하는 룰 속에서
거짓말이 난무하고
신념은 무력해지며
천사는 구경한다
신의 무관심을 증명하듯
신이 컨트롤러라면
그의 게임은 이미
흥미로운 엔딩을 예비하고 있었다
마지막 한 명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아는 자는 누구도 웃지 못했다
기준을 정한 자들에게는 거대한 배반이었고
새로운 시나리오를 고대하던 자들에는
혁신적인 확장팩과 보스몹의 등장이었다
침묵한 척하는 자들은 한없이 시끄럽고
정결한 척하는 자들은 타락한 노인정 안에서
가장 험난하고 먼 길을 걸어온 자가
모두를 꾸짖으며 신을 대신하고 있었다
신의 자녀에게도 자아가 있을까
그는 어차피 신의 아바타 아닌가
인간은 그의 영원한 고객이자 추종자들 아닌가
인간은 신을 창조한 후 캐릭터 설정을
여전히 마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이 진화를 마치기 전에
세상이 더 빨리 변하고
신은 늘 존재한다는 풍문으로
존재를 유지하고 일부 인간들의
절대 기준이자 영원한 핑계가 된다.
그리고 때로는
가장 초라하고 어두운 삶을 살았던
인간이 가장 거대한 권력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선서하며
모두의 연극은
각자가 죽으며 끝날 것이다
남은 자들이 대사를 이어가겠지만
늘 똑같고 늘 똑같다는 것을
이미 죽은 자들만 알고 있어서
늘 새롭게 이야기된다
신이 있다면 이런 리플레이가 얼마나 지겨울까
테러와 전쟁은 그만의 불꽃놀이일지도 모른다
콘클라베는
신규 캐릭터 생성을 위한
전략 롤플레잉 퀘스트
거기 모인 노인들 어느 누구도
기도를 믿지도 듣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가리지 못하는
담배 연기 속에서
가끔은 다양한 성경에 기록된
예수의 성별을 의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