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by 백승권

저 진짜 좋아하는 거 같아요.

좋아해서는 안되는데 좋아하는 게 아니라

좋아할 수밖에 없어서 좋아한다구요.

이게 유사 경험, 감정, 느낌이 있다고 해도

이걸 온전히 납득 가능하게 설명할 길은 없어요.

아니 순수한 주체인 나도 제대로

모르겠는데 이게 되겠냐구요.

창문을 열고 햇볕에 이불을 말릴 때

펄럭거리는 먼지들이 볕들 사이로

한없이 피어오르듯 퍼져나가다가

시간이 지나면 살포시 이불 위로

안착하잖아요. 지금 제가 그래요.

제가 좋아하는 마음이 이 먼지이고

제가 좋아하는 대상이 이 이불이에요.

어지럽고 사나운 공기가 얌전해지고

먼지가 지면의 이불 위로 안기고 있죠.

가볍고 고요한 착륙.

제가 지금 좋아하는 마음의 상태입니다.




https://www.amaci.org/en/artworks/617a54b50fbc91fbd4cce79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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