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이 가라앉은 유리잔

by 백승권

칼날이 가라앉은

유리잔 안의 물이 있고

그 수면의 경계가 되어

파르르르 어깨가


떨려요


목이 젖고

등은 위태로워

떠 있나

죽은 걸까

잠들면 폐에

물이 들어가면 어떡해


가라앉아

칼날에 닿으면?


깨지 않는 꿈은 현실이야


소리 없는 비명만큼

고통스러운 진동이 없듯


수면 아래 칼날은 누웠잖아 아니

중력이 어설프게 작용하면

다른 각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들을 찌를 수도 있어요


유리잔이 그렇게 커?

다치는 일에 집중합니다

수영도 못 하면서


맑고 투명하지도 않으면서

왜 물과 유리잔인가요


중요하지 않아요


독을 마시고

칼날을 씹고

유리잔은 깨지고


물이 아니었군요


가만히 두세요 잠시만

엠뷸런스는 부르지 마세요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을게요

아무도 없을 테니까


새벽을 좋아해요

아무도 없어서

지금은 아니지만


나의 관심은

나에게조차 멀어지고

누구 탓은 없지만

밝게 웃으며

그득한 수분을

눈알 뒤로 감추고


인공눈물을 넣다가

칼날에 찔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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