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에게 하는 황홀한 거짓말

by 백승권

어쩌면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말 같은 것일지 모른다.

자기 자신에게 하는 황홀한 거짓말.

—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번역가, 교역가: 기분 좋게 만연한 번역의 패러독스에 관한 에세이」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홍한별


만약에 이동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레몬캔디가 더 필요합니다

아껴먹는다고 해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여름을 버틸 수 있을까요

불가능할 거예요

어쩌지


언제부터

잠들어 있었을까요

꿈은 언제부터였나요

깬 적이 있었나요


한 손만으로 글을 쓰는 상상을 가끔 합니다


느려도 가능할 거예요

의지가 육체와 싸울 테고

하지만 두 손 다 없다면?

그때부터 기로에 서겠죠

입에 막대기를 물고

키보드를 누르게 될까요

그럴 수 있고

그럴 수 있어요


무엇을 할 것인가

에 대한 문제가 문제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는

다음 문제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저는 (뭐든) 쓰고 있을 거예요


아까는

일정한 지위에 오른 자들이

서로 다른 인터뷰를

같은 단어로 답하는 것 보고

의아했어요


자기 생각을

남의 단어로

이야기하고 있구나


성취는 누구의 몫일까

누가 희생했을까

누가 떳떳할까

과거를 잊지 못하는 자는

왜 여전히 고통받고 있을까


번역에 대한 긴 텍스트를 읽었고

죽은 동성 애인을 향해 쓴 편지를

차곡차곡 모은 책도 읽었습니다


죽은 자는 모르겠죠

남은 자들을 위한 독백일 뿐


아 그리고... (하나만 더)


엄청나게 독립적인 사람의

사랑에 대한 이야길 들었어요


상대가 당신을 받아들였다면

그건 결코 당신에게

의지하기 위한 사랑이 아니라고

그는 애초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았을 거라고

당신을 곁에 두는 건

당신이 편하고 안전하며

고요한 혼자일 때보다 당신과 함께일 때

더 따뜻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이것이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이라고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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