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요망

by 백승권


이걸 죄책감이라는

무거운 단어를 써야 할지

망설여지긴 하는데

숨 쉬는 것조차

잘못이라고 여겨질 때가 있어요


왜 굳이 나는 나여서

이러고 있을까 싶죠

이게 보고 있는 가까운 이들까지

몸서리 쳐지게 하는 일은 아닐까

싶기도 한데 글로 쓰니까 이렇지

막상 오프라인으로 마주하면 완전

멀쩡해 보이기도 해요


세상이 어두워지고

달이 오늘 안 보이는 게

내 탓은 아니겠지만

어느 상태에 이르면

나는 그냥 만물이 고통받는

원인처럼 인지됩니다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 등에서

이런 상태를 이르는 전문 용어가 있겠지만

그걸 안다고 나아질까요

비도 안 그칠 텐데


자아는 확장/분리되었죠

프랜차이즈에 일부 성공한 것처럼 보여요

저는 요즘 편지를 자주 쓰고

받는 사람이 나와 닮았거나

나 자신의 정신의 일부라고

웃기고 기이한 믿음을 지니기도 합니다

걸으며 쓰니 자꾸 거미줄이

얼굴에 닿네요. 비는 잠시 그쳤고


낮들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어요

진절머리 쳐질 정도로 실감하면서도

면회가 금지된 독방에 갇힌 것 같으면서도

죽을 때까지 길을 잃어야 하는

사막에 유기된 것 같으면서도

해가 떴겠지만 모두가 죽었고

시체들이 말하고 웃고 나를 뜯고


상담은 받기 싫어요

(뚫어질듯 보고 있을 지식인 앞에서)

저는 제가 저를 더 잘 아는 척할 것 같아서



https://www.snuh.org/health/nMedInfo/nView.do?category=DIS&medid=AA0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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