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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꼬리가 긴 불꽃처럼

지나가는 시간이 있고

계속 지나가면 화상이 남고

긴 통증과 함께 일상이 멈추고

여름은 원래 이렇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불면을 만지작거리고

붉고 검게 피어오른 자국을 숨기며

반팔을 입으면 보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나는 그때의 나를 여전히 좋아하고

그때의 나를 여전히 좋아하는 나를 폐기하지 못하고

그때의 나를 분리시켜 원래 몰랐던 사람처럼 대하고

시간을 두고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고 기억을 잇고

그때와 지금의 내가 한 몸이었을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눈이 여덟 개였다면

두 손으로 눈물을 다 막지 못했을 테고


지금은 보이지 않는 곳에 그때의 나를 앉혀두고

안전거리를, 안전할리 없는 안전거리를 재가며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와 얼마나 다르고 같은지

자꾸 물어봐도 대답은 늘 같아요


24장의 장면이 모여 1초의 영상을 만들 때

여기 적힌 것들은 대부분 현상되지 않은 필름들

컬러가 될 수 없고 소리가 재생되지 않는

그리 오래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유물이 되어 전시를 마친 것들

유리 벽에 둘러싸여 더 다가갈 수 없는 것들


인생이 끝나기 전

텅 빈 영화관의 좌석에서 관람하게 될 때

그제야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건

너무 작위적일 것 같아서

저는 지금 미리 울어요

밖으로 분출되지 않도록

고요한 생성과 건조를 반복하며


겉이 변한다고 해도 나는 알 수 없고

안이 불변한다면 그때의 나는 여전히

지금 여기로 오지 못했으니까


언젠가 만나도 과거의 연장이고

그러지 못해도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같이 있어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분리할수록

그때의 우리는 신선도가 유지됩니다


그때도 나중에 이럴 줄 조금은 알았지만

실제로 겪게 되니 실감이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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