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을 모은 빅데이터 폴더

by 백승권

어떤 우울감은 취기와 비슷해요

내시경 마치고 풀리지 않은

프로포폴 마취와 비슷하고

잠시겠지만 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창밖은 비가 그치고 해가 뜨고

혼자 남은 월요일 오전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려요


(라고 어제 오전에 적었고)


진정하려고 다시 뭔가 적어요

이제껏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타인들의 고통을 모은 빅데이터 폴더를

잠시 열어 나는 지금 그들보다

행복하다 주문을 외우며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정도로 과거 인류가 겪은

극악의 고통과 견주며

만족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남이 지은 건물

남이 만든 도구

남이 낳은 자식들 사이에서

이 정도 분투하면

잘 견디는구나 싶기도 하고


타인이 이토록 싫어도 되나 싶은데

타인도 내가 얼마나 싫을까

이게 아직 덜 깬 악몽인지

죽어서나 보인다는 환영인지

모르겠지만 아까는 정말

이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존재의 상태를 의심했어요

몸이 구겨지고 앞이 흐리고

어딘가 구체적으로 아프고

내가 나를 간절히 만류하는 느낌


사방이 가로막힌 벽에

문을 그리는 심정으로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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