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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어느 여성의 몸 안에서

수백일을 웅크리고 있다가

처음 빛과 소리와 공기가

피부에 닿았을 때


우리는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읽게 될 줄 몰랐어요


우리는 이런 어른이 될 줄 몰랐죠

여전히 아이의 정신으로 살아가며

시공간의 모든 변수 앞에 당황하고

자기 자신에게 이토록 세세하게 반하고

가까운 타인을 아낌없이 사랑하고

미래의 날씨를 하염없이 걱정하고

매일 비행과 도망을 꿈꿀 줄 몰랐죠


몰라서 얼마나 다행이에요

알았으면 아는 만큼 다른 일이

우리를 엇갈리게 했을지도 모르잖아요


몰라서 여기까지 길을 물으며

몰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몰라서 넘어지고 다치고 울다가

몰라서 우연과 운명과 기적에 기대다

어쩌다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마주했죠


캄캄한 뱃속에 있다가

해맑은 얼굴 앞까지 도착


웃는 소리가 들리고

손바닥을 마주 붙일 수 있고

마주 뛰면 금방 닿는 간격까지


우주와 시간의 최초 설계자에게

잘 보이려고 편법을 쓰지 않았을 텐데

다 기억도 나지 않는 수많은 무명의

에피소드를 뚫고 우리는 우리에게

다가와서 우리가 된 거잖아요


각자의 초분시일월연은 그만 세고

이제 우리의 시간으로 측정해 봐요

우리의 나이를 한 살부터 시작해요


하나의 촛불을 켜고

눈을 감고 소원을 빌어요

축하해요 우리의 한 살

축하해요 우리의 마지막 한 살



https://www.youtube.com/watch?v=VswzHDDpxiY&list=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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