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포리아를 보다 떠오른 익명의 저주들

by 백승권

눈보다 하얀 날개에 온통 피를

묻혀가며 악마의 살점을 뜯어먹는

천사를 떠올린 적 있나


나는 있어


그러다 잠시 후

눈코입이 없고

검고 빨간 얼굴

몇 명을 떠올렸어

그들을 위한 간절한 기도와 함께


그들 모두

행복하게 해 주세요

그래야 불행해졌을 때

더 충격이 클 테니까


그들 모두

더 크게 웃게 해 주세요

그래야 슬퍼졌을 때

더 크게 울 테니까요

울음소리가 내가 있는 곳까지

들렸으면 좋겠어요


그들 모두

원하는 것을 더 많이 가지게 해 주세요

그래야 잃어버렸을 때

더 고통스러울 테니까요


이것 봐

내 안의 괴물이 이렇게 커졌어


오늘도 아홉 명 죽이는 상상을 했어

나를 포함해서


이 메모는 아무래도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을 것 같아

그 사람을 죽여야 할 테니까


유포리아를 보다가

이런 생각들이 지나간 게

우연은 아니겠지


거긴 언제 죽더라도

지옥 갈 애들이 없더라

눈을 떠도 감아도

끝나지 않는 지옥이라서


낳아준 자들이 악마고

친해진 자들이 원수라

태어난 이유도 모르고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대체 왜 살지

어차피 뒤질 텐데

존재가 죄야

죽어봐야 이미 늦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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