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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너무 비싸고 밤은 늘 찾아온다

벤자민 카록 감독. 밤은 늘 찾아온다

by 백승권

여긴 마법 같은 장소가 아니야

돈에 맞춰서 온 거지


Night Always Comes


집이 없어. 있는데 넘어가고 있어. 계약 연장이 필요해. 집주인에게 돈을 더 내야 해. 그래서 돈을 준비했는데 엄마가 그 돈으로 새 차를 샀어. 엄마는 자랑하고 리넷(바네사 커비)은 절박해. 엄마는 차를 되팔지 않아. 마치 리넷을 약 올리듯이. 리넷은 돈이 필요해. 집을 잃을 수 없으니까. (착각인지 편향인지) 흐릿하더라도 좋은 기억이 남은 곳이니까. 보살핌이 필요한 오빠가 사는 곳이니까. 정말 이 돈이 간절해. 집이 넘어가는 걸 막아야 해. 아침까지 입금하지 않으면 집이 사라져. 리넷은 돈을 구하러 간다.


돈 받고 자는 남성의 차를 훔쳐. 같이 일했던 친구를 독촉해. 이름 모를 정치인의 금고를 부숴. 우연히 들어온 마약 뭉치를 처분해. 돈을 훔쳐 달아나는 놈(남성)을 차로 쳐버려. 공격하는 놈에게 연장을 던져. 성폭행하려는 놈의 머릴 깨버려. 기억도 안나는 아빠의 대안으로 사랑했던 남자가 있었어. 그를 (당시에는) 정말 사랑했다고 믿었어. 그는 리넷을 짐승처럼 다루며 돈벌이로 활용했어. 리넷의 몸을 팔았고 리넷은 겨우 10대였어.


리넷 주변에는 리넷을 위한 인간이 없어. 리넷을 지켜주겠다는 오빠는 리넷이 지켜주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위험에 처할 약한 사람이야. 그리고 나머지는 리넷이 죽을 때까지 공격할 악질 범죄자들 뿐이야. 누구도 믿을 수 없어. 믿는 순간 배신하니까. 엄마에게조차 리넷은 자식이 아냐. 이 집의 자식은 오직 리넷의 오빠뿐이야. 엄마는 리넷을 싫어해. 대놓고 혐오해. 더 이상 한 공간에서 마주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지내고 싶은 인생의 방해물처럼 리넷을 대해. 리넷의 피투성이 등에 박힌 유리조각을 떼어내며 이런 너와 어떻게 살겠냐고 공격해. 같이 살 집을 없애고 리넷을 자신의 인생과 분리시켜.


10대 때 가족과 분리된 적 있는 리넷에게 가족은 지켜주고 싶은 유일한 존재였는데. 그 가족은 리넷의 존재를 원하지 않았어. 리넷을 마치 잘못 태어난 사람처럼 대했어. 리넷은 넘어가는 집을 지켜내려 목숨을 걸었는데, 가족과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하룻밤동안 모든 모욕과 위험, 죄를 다 뒤집어썼는데 아무도 인정하지 않아. 관심도 없어. 온몸과 정신이 붕괴되었어도 리넷은 혼자야.


리넷은 더 이상 이런 밤을 보내고 싶지 않아. 가족 아니 타인의 삶을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밤. 세상 모든 것과 싸우고 도망치고 죄를 저지르는 밤. 직장에서 욕과 짜증을 계속 들어야 하는 밤. 증오하는 자에게 싫은 부탁을 해야 하는 밤. 리넷은 끝내야 했어. 집을 끝내고 가족을 끝내고 과거를 끝내서 홀로 서야 했어. 오직 이것만이 같은 밤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있어. 다른 아침을 맞이할 수 있어. 어떤 불행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리넷은 너무 어릴 때 집을 떠났고 돌아왔을 때 모든 것이 망가졌고 고치려 했을 때 집이 리넷을 버렸어. 리넷에겐 집이 필요 없어. (오빠를 제외한) 모든 가해자가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끝나지 않아서 가해자들이 다시 돌아와 리넷을 죽일 것 같았다. 어떤 세계는 중간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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