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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과 멀미

by 백승권

달리는 자동차에서 타이어가 마모되었다고

달리는 도중에 갈아 끼우긴 힘들지

속력과 이동의 핵심이잖아


이처럼 장착에 가까울 정도록

익숙해진 것들을 말끔히 제거하기란 어려워서

덜어낼 것들의 우선순위가 필요한데

무엇보다 타인들의 행위 중 지겨운 것들 먼저


내게서 그것들이 감지되었고

그걸 알면서도 유지하고 있다면

안구에 거미가 들어간 것처럼

끔찍해질 수 있다는 공포가 있어


싫었던 것들은 버려야지

귀찮다고 안고 있으면 하나가 되어

나도 싫은 것이 되겠지

나의 현재가 내가 과거에

싫은 것이 된다는 것만큼

인생이라는 회전목마가 최악의

소음으로 돌고 도는 게 또 있을까

그만 내려줘 멀미 나니까

토할 것 같아


거리 두기가 관건인데

요즘은 그 대상이 AI

쉬운 길은 너무도 쉬워 보이는데

그걸 내 이름을 건 작업이라고 여기면

오히려 완전히 내 힘으로 밀어서

새로 쓰는 것보다 적당히 AI로 만들고

적당히 내걸 섞어서 이걸 온에어해서

돈을 받는 일을 한다는 게

거짓말을 하는 기분이지 않을까


도덕과 윤리의 기준이라기보다는

겉으로 적당해 보일지 언정

그 적당함이 너무 불쾌한 거야

내 실력이 부족해 적당한 수준으로 도출된다면

지문을 뜯어내서라도 다시 써서

수공예품을 만들어 내놓으면 되는데

AI가 혼합된 글쓰기 결과물은...

마치 이걸 읽고 그냥 넘기게 되면

오 이거 완전 편한데 앞으로 이렇게

대강 넘겨도 일이 진행되고 퀄리티 운운하는 일이

없으면 그냥 이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은 건데... 이건 마치 공장 생산품을

사람이 직접 깎았다면서 내다 파는 것 같아.

내 모든 결과물을 그동안의 모든 시도의 가치를

압착시킨 농도와 밀도로 내놓을 순 없더라도

쉽게 말해 속임수 같은 거지

상대가 포장만 그럴듯하면 얼마든지 괜찮아

수긍해도 내가 마치 로봇팔이 된 느낌이랄까

품번이 찍히고 전력으로 작동되며

시간이 지나면 폐기되고

가끔 고장 나면 사람도 죽이는?


AI를 통한 글쓰기가 아직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원한다면 적당한 결과물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문제는 내가 그걸 원하지 않고

그런 결과물은 내 것이 아니지

글쓰기에서 과정의 즐거움이 적출된다면 뭐가 남을까

이면지도 한때는 시장의 숫자를 바꾸는

역할을 했을 때도 있었겠지

생각보다 진짜와 가까의 세계가

더 선명하고 실감 나게 구분될 것 같다

결과의 진위 여부가 아닌

과정의 진위 여부겠지

기술과 대립하는 이야길 쓰고 있는 게 아니야

쉽고 빠른 성과를 추종하는 자들의

최후가 궁금해서 그래



*C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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