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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이야기

by 백승권

누구도 관심 없고

나조차 잊겠지만

언젠가 내가 쓴 모든 글이

내가 썼다는 자각을 했을 때부터

사실 이 모든 것은

과거와 지금, 미래까지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어 (라는 고백)


어떤 사랑이었냐는

유일한 자문에는 답하지 못해

기록 없는 비밀도 있으니까


부서지고 조각나고

다시 조립된 합성물을

인간, 나, 존재 이런 거라고 칭하고

모든 결론을 여기로 몰아서

정리하려는 것만큼 엉망인 시도가 없었어

단 한 번도 성공한 적 없어

의미부여와 비대한 자아,

타인의 평가에 대한

의식과 의심, 착각


정확한 단어가 없어

정확한 감정, 생각이 없으니

도구가 문제가 아닌 시작의 문제

그만두지 않겠다는 의지의 문제

모든 것이 문제, 문제에서 비롯되고

문제로 끝나지 않고 더 큰 문제가 되는

잠재적 위험, 위기의 누적,

해석도 의역도 포기하고

찢어진 악보, 구겨진 오선에

알아볼 수 없는 메모를 하고

저기 쌓아두고 다시 펼치지 않아요


너무 오래 길을 잃어서

서 있는 곳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고

균형의 개념조차 흐릿해서

자꾸 넘어지고 일어설 줄 모르고

그대로 잠이 들고 깰 줄 모르고

꿈을 꾼 줄 알았고 눈이 젖었고


저는 이것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사랑에 빠졌다고 믿고 싶은 것 같아요

이토록 위태롭고 연약하고 가냘픈 믿음으로

너무 오래 살았어


너와 같이 있을 적에도 그랬지만

아닐 때도 영원이었어


셀 수 없어서

날짜를 잊고


현재가 옷장에 없어서

매일 같은 색의 과거를 입어요


내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아요

끝날 때까지만 쓰다가

펜이 멈추면 거기가

모든 이야기의 엔딩이야


사랑해

어쩌면

나를 더

당신의



*CELINE Printemps 2026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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