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

by Glenn

뭔가를 자주 쓰다 보면 그만 멈추게 되어

자주 쓰는 내용이 나를 옥죄고 있다는 걸 감지할 때.

옥죄는 대상이 허상이든 잔상이든 그림자든

맘에 드는 적도 있어. 이대로 숨이 느려져도

좋을 것 같아. 팔과 다리가 늘어지고 스르르르

눈꺼풀이 닫히고 앞머리는 조금 흐드러지고

니트의 어깨선이 늘어나거나 바지 밑단 뒷부분이

바닥에 닿거나 이렇게 멈춰 의식과 멀어져도

고단하고 텁텁한 기체를 내뱉지 않아도

이대로 이대로 그만하고 싶다고.

너의 이름이 죽음이라면 이제는 나와 가자.

미련도 갈망도 머뭇거림도 없이

나는 이만 아주 오랫동안 준비했던 상자를 잠그고

왔던 곳과 다른 문을 열고 소리 내지 않고

나아가려고 그러고 싶던 적이 많았어. 지금도

지금은 더욱 차분하여 가능할 것 같아.

하루에도 여러 번 쓰려던 이런 글들은 더 이상

지문을 지나 프린트되지 않아.

말이 되지 않던 일들이 글조차 되지 않을 때

생명은 신호를 보내는 일을 그만 내려놓아.

무소식에 대한 약속은 소식이 들리지 않아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의지였나. 아니. 우리는

우리를 믿어야 했어요. 지금 제가 어디로 간다면

신뢰와 약속의 파기는 아닙니다.

수북이 쌓인 편지를 묶어서 직접 전하러 가요.

그곳이 천국이든 대성당이든 지하세계이든

길 잃은 숲이든 10차선 중앙선 위든.

갈게요. 여기서 거기로. 들리지 않아서 듣고 싶고

보이지 않아서 보고 싶었던 세계로.

떠나요 혼자서. 혼자가 되려고.

둘인데 하나같던 혼자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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