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

by Glenn

못다 한 말들이 쌓이면 어떻게 되나요

영화에서는 보통 귀신이 되던데

한을 풀어달라고 주로 폭력적으로 매달리던데

그것도 인간의 언어가 어려워 난처하고


세상에 널린 말 중

시간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 처럼

비겁한 게 없지


다정해지고 싶어서 늘 연습해요

가까운 생명체들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가장 극적이고 강렬해야 할 찰나에

더 완전하게 다정할 수 있도록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연습만 하면

시간만 세다가 늙어 부서져 풍화되면

다정한 귀신을 어디에 써먹어요

퇴마 되어 울부짖다가 어디 갇히겠지


믿지 않는 존재가 될 리 없겠지만

믿기지 않는 끝이 올까 봐 무섭기도 하니까

죽어서 날게 될까 봐 등에서 겁이 돋아나요

가져간 날개를 등기로 보내주실까 봐


먼저 떠나지 말아요

아직 만난 적도 없으니

손을 잡아주세요

숨소리 들리는 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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