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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Apr 22. 2017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기억은 조작이다.
그것도 매번.
기억의 시기에 따라 변한다.
기억의 주체에 따라 변한다.
기억의 대상에 따라 변한다.

다자키 쓰쿠 자신을 향한 질문을 남에게 묻는다.
자신이 답할  없는 부분에 대한 한계를
남에게  지운다.
자신과  시절을 지낸 이들.
그들과의 연대
그들과의 대화
그리고 그들에게서의 고립.

고립의 까닭을 그는 몰랐다.
고립됨 이후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답을 찾는 순례를 시작한다.

사건이 있었고
사건의 중심에 자신이 있었다.
다자키는 가해자였고
누군가는 피해자였으며
모두가 그것을 알았지만
다자키 자신은 전혀 몰랐다.

자신은 모르는 연유로
자신의 그룹에서 고립된다는 .

 사건을 통해
다자키를 해석하는 관점이 바뀌고
다자키를 고립시키는 시도가 일어났었다.

피해자는 울며 말했다.
자신은 강간 당했다고.

피해자는 평소 말수가 적었고
그래서 파급은 더욱 거대했다.

그럴 사람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내가 직접 당했어 라고 말하는  앞에서
누가 자신 있게 다자키를 변호할  있었을까

아니면 실제로 다자키가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 
겉으로는 온화한 행실을 보였다는 가능성을
누가 제로라고 단언할  있을까.

과거의 기억들 안에서
다자키는 강간범이었다.

다수를 만나며 물었고
모두가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증언.
나는 당했어.

모두가 그렇게 믿는다.
모두가 그렇게 기억에 저장한다.
모두가 궁금해하지만
 이상 묻지 않고 거기서 멈춘다.
묻지 않고 치운다.
묻지 않고 없앤다.

다자키는 그렇게 여겨졌다.
친구이자 강간범으로.

오해야. 나는 그런 기억이 없어.

지금부터 다자키가 말해도
그동안 다르게 여기고 있었고
다자키의 기억에 없다 한들
다자키의 행위를 증언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걸 받아들이는 다수가 있었으며
그로 인해 이는 진실이 되었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 피해자는 죽었다.

그렇게,
진실은 부정될지 언정 바뀌지 않는다.
다자키를 믿어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말했어.
정도로 다시 매듭지어질 것이다.

역을 만드는 남자. 다자키 쓰쿠루
역이란
모두의 몸이 스치는 
모두의 움직임이 스치는 
모두의 시간과 공간이 겹치는 
모두의 사건이 겹치고
모두의 말이 겹치는 
모두의 불안과
모두의 회피가 겹치는 

색채가 없는 다자키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겹침을 겪어온 걸까.
얼마나 많은 진실과 오해 속에서 섞여온 걸까.
그게 틀리고 그게 맞는다 한들
 얼마나 지금 이곳에 영향을 받을까.

기억은 조작이다.
그것도 매번.
기억의 시기에 따라 변한다.
기억의 주체에 따라 변한다.
기억의 대상에 따라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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