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구드, 리베카 체이클린 감독. 타이거킹: 무법지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한 시간 정도로는 정의될 수 있을 것 같다. 8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라면 완전하지는 않아도 저게 저 나라의 일부구나 이해를 높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말도 안 된다. 800시간을 들여도 어려울 것이다. 대강 훑어보고 단정 짓기는 쉽다. 저게 바로 미국의 본모습이야. 비집고 들어가서 한 인물을 파헤쳐 본다면 어떨까. 저게 바로 저 인간의 본모습이야. 아니 인간의 본성, 진짜 모습일지도 몰라. 아니 말도 안 된다. 호랑이 수십 마리를 평생 우리에 가둔 채 키우며 젊은 여성을 길들여 수십 년 동안 직원으로 고용하고 십 대 남자에게 마약을 먹여 여럿 동성애인을 만들고 여러 번 결혼을 하고 대형 동물원을 운영하며 SNS로 경쟁자 증오 감정을 퍼뜨리고 살해 위협을 하고 끝내 살인 청부 혐의 등으로 투옥된 인간이라니.
이해의 임계점을 넘는 극단적 인물이 나타나면 대중은 처음엔 거부감을 보이다가 매료되고 만다. 나와 전혀 다른 일상과 미친 세계관을 가진 사이코적 인물에게 묘한 동경과 흥미를 느낀다. 마약, 연애, 정치와 범죄자들이 수십 년에 걸쳐 모든 장소와 시간대에 얽혀 있다. 적당히 버티고 적당한 수준으로 적당히 섞여 사는 세계로부터 내몰린 자들이 모여든다. 갈 곳이 없는 그들에게 팔을 벌리는 타이거킹은 구원자, 동물원은 구원의 장소가 된다. 일을 주고 급료를 준다. 이전의 세계에서 사람처럼 대접받지 못했는데 여기서는 짐승들을 돌보는 대가로 최소한 사람처럼 대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동료가 된다. 곧 비참해지지만 빠져나올 수 없다.
인간은 관점에 따라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뉘기도 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타이거킹: 무법지대'가 촬영, 편집한 영상에 따르면 타이거킹(조 이그조틱)은 오랫동안 함께해온 모든 지인들에게 외면당한 자다. 거침없는 언변으로 항상 세상의 중심이 되고 싶었고 세상의 모든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싶어 했으며 이를 위해 사업적 우위를 점하고 싶었다. 수익이 걸려 있었고 막강한 경쟁자가 있었다. 견딜 수 없었다. 막강한 TOP2 체제는 대안이 아니었다. 증오 콘텐츠를 양산한다. 공개적인 살인 예고를 한다. 말 그대로 숨 쉬듯이 경쟁자를 죽이고 싶다고 떠들고 다닌다. 자신이 더 호랑이를 사랑한다며 떠들고 다닌다. 타이거킹의 주변은 온통 범죄자 천지다. 이런 환경이 살인 욕구를 실행에 더 가깝게 만들어준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은 소유한 자원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선거를 여러 번 치르며 동물원 운영자금이 바닥난다. 그렇게 사랑한다며 껴안고 뒹굴었던 야생 동물들은 야위어 간다. 동물원은 폐허가 되어간다. 셀 수 없는 범법으로 소송이 걸리고 폐쇄 위기에 이른다. 타이거킹은 주변을 모조리 착취한다. 애인의 우발적인 사망마저 그에게는 기회가 된다. 노골적으로 자신의 생을 꾸리는데 타인의 감정과 노동력을 착취하는 자였다. 친구는 없었고 모두가 적이자 도구였다. 이상한 사람들 가운데 가장 이상한 사람, 악랄한 자들 가운데 가장 악랄한 자이기도 했다. 표면화된 진실은 분명했다. 그는 호랑이 사육사로 자신을 포장하며 호랑이를 불법으로 죽였다는 점, 그리고 경쟁자 암살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돈을 썼다는 점. 뉴스에 오르내리길 좋아하는 자였고 끝내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진) 범죄자로 각인되었다.
연출자의 속내를 파악할 길 없지만, 보는 내내 미국의 한 유명인이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다수의 미국인이 뽑은, 끊임없는 기행과 SNS를 즐기며 관심을 갈구하는 아메리칸킹.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둘은 같은 '우리'에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 나눌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을까. 미국에 새로운 태양이 떠오를 때까지 둘의 정다운 천일야화는 멈출 줄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