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 입이 짧으면서 까다롭기도 했다. 갓난아기 때는 분유를 태운 우유를 반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자라서도 마찬가지였다. 나한테 밥을 먹는 일은 고역이었다. 생선을 비롯해 가리는 음식도 많았다. 식사 시간은 전혀 즐거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식사 속도가 느려 학교를 비롯한 단체 생활이 이루어지는 장소에서는 엄청 애를 먹었다. 차라리 혼자서 밥을 먹을 때가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이 시절에는 ‘많이 먹어라’, ‘골고루 먹어라’와 같은 잔소리를 자주 들었다. 그리고 엄마는 내 키를 많이 걱정했다.
이에 반해 어릴 때에 지나치게 많이 먹을 경우에는 ‘그만 먹어라’와 같은 잔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엄마들은 아이가 비만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내 식습관에도 변화가 생겼다. 비교적 비린내가 덜한 생선을 입에 대기 시작했고 식사 속도 또한 빨라졌다. 그리고 분명히 식사를 마쳤음에도 두뇌와 위장이 불협화음을 일으켜 자꾸 뭔가를 더 먹고 싶어지는 욕구와 싸우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 이유는 직장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 업무에 시달리느라 점심을 먹는 시간도 촉박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수많은 업무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특히나 정신이 허기지면 몸에서는 뭔가를 채우려고 하는 연상 작용이 생긴다는 사실을 체득했다. 성인이 된 지금은 ‘그만 먹어라’는 잔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리고 어릴 때에 그렇게 먹었으면 키가 더 컸을 것 아니냐는 꾸지람도 따른다. 성장 판이 닫힌 뒤에 식욕이 생겨나 억울하다는 생각도 가끔씩 든다.
그럼에도 안다. 엄마는 자식의 입에 무언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흐뭇해하고 좋아한다는 사실을. 나는 이런 엄마의 마음을 잘 안다고 합리화하면서 먹는 모습을 자주 보이려 한다.
* 어릴 때 반찬 투정을 하면 엄마는 어떻게 해서든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런데 아빠가 반찬 투정을 하면 엄마의 반응은 확연히 달라진다. ‘밥상 치운다.’ 엄마의 이 한마디 말이면 아빠의 반찬 투정은 쑥 들어가기 마련이다. 아빠의 반찬 투정은 세월이 흘러도 이어졌고 그러자 엄마는 곱지 않은 말로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