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잔소리 듣고 싶은 날6

배웠는데 왜 모르니

by 장안녕

배웠는데 왜 모르니

그 시절. 일요일 저녁이면 고등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방송을 즐겨 봤다. (KBS1의 도전! 골든벨은 2020년 6월 28일에 종영하였다.) 방송에서는 학생들이 총 50문제를 푸는데 30번 후반의 문제부터는 난이도가 어려워진다. 정답을 맞혀보려고 10년도 더 넘은 그 시절에 배웠던 내용을 떠올려보지만 가물가물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그 정보를 기억하고 있지만 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잠시 동안 어려운 상태인 설단현상이 자주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내게 말했다. "배웠는데 왜 모르니?"



그리고 나는 수요일 밤에 영재들이 나오는 방송도 좋아했다. 한번은 미취학 상태의 수학영재가 중학교 수준의 수학문제를 풀었다. 옆에 있던 엄마는 내게 저 문제를 풀 수 있느냐고 물었고 나는 당연히 못 푼다고 했다. 그러자 엄마는 이상하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쟤는 안 배워도 저렇게 잘 푸는데 너는 뭐니?'하는 말도 따라왔다. 나는 '그러니까 쟤가 방송에 나오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더불어서 나는 중학교를 졸업한지 오래되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자 엄마는 자신의 초등학교 입학식 풍경을 생생하게 기억한다며 묘사를 했다. 순간 나는 지식과 경험이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인가 하는 고민에 잠시 잠겼다.



지금까지 열심히 학교에 다니며 배웠던 내용이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있다면 참 좋을 일이다. 시와 소설의 소재 및 주제, 수학 공식, 각종 영어문법 등.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험만 치면 그런 내용은 머릿속에서 쉽게 휘발하고 만다. 시험이라는 목적이 사라졌기에 암기했던 내용은 더 이상 마땅하게 활용하기에도 어려워 보인다. 2012년 9월 11일 한국교육방송공사의 지식채널e에서 ‘그 나라의 교과서’편을 방영했다. 이 방송을 통해 프랑스에 ‘시민교육’이라는 필수 교육 과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교과서에는 급여명세서를 통해 총 급여와 실 수령액의 차이를 계산하는 문제가 수록되어 있고 노동자는 법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내용 등이 실려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 교과목에 노동 3권이 무엇인지 적혀있지만 이를 암기해야 할 뿐이다. 단순 암기만으로 무장한 교육이 아닌 근로자, 소비자로서 살아가는데 정말로 꼭 필요한 배움을 누렸다면... 그랬다면 온갖 부당한 처우를 당해 울분을 토로할 수밖에 없었던 근로자, 소비자가 덜 생겨 마음이 아파지는 일을 그리 많이 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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