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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안녕 Oct 23. 2024

소설 덕수궁 돌담길, 그 계절에23

2008년 첫사랑 짝사랑 멜로 연애

다원은 얼굴에 파우더를 바르며 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석은 효창동 골목을 오랜만에 걷고 싶다고 했다.

“이 동네도 다시 오고 싶었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는데.”


 “변한 건 잘 없어. 가게들만 새로 생겼다가 없어지고 그래.”


 “우리 거기도 가볼까?”


 두 사람은 인사동 일대를 찾았다.


 “이쪽 거리였나?”


 다원은 두리번거리며 여러 길을 가리켰다.


 “가게 이름이라도 생각나면 알 텐데.”


 “그 그림은 정말 인상적이었어.”


 “그때 사진은 찍었던가?”


 “여기서 노래 불렀던 기억은 나?”


 은석은 생각이 나는지 민망해하는 눈치였다.


 “무슨 노래였더라?”


 “그러게?”


 “생각났다. 라라라~ 기억나지?”


 은석은 강한 부정을 하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내친김에 두 사람은 장충단 공원도 방문을 했다. 다원과 은석은 예전에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었던 장소를 살폈다. 이어 수표교 위를 둘러보던 은석은 난간의 돌을 만져봤다.


 “그 생각난다. 네가 김 때문에 웃음이 계속 터졌잖아.”


 “잘생김? 그랬지. 그땐 그게 뭐 그렇게 웃겼나 몰라.”


 “뭐… 낙엽이 구르는 것만 봐도 웃는 나이니까. 그때는. 덕분에 독일에서도 김을 볼 때마다 그 생각났는데.”


 “그랬어? 재밌네.”


 다원은 웃으며 한 발짝씩 앞서갔다. 은석은 다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자신이 다원을 뒤에서 안았던 모습을 떠올렸다. 앞서가던 다원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은석과 똑같은 생각에 잠겼다.


 밤이 되자 두 사람은 청계천 수표교를 찾았다. 다원과 은석은 다리 위에서 경치를 감상했다.


 “역시 밤에 보니까 예쁘네.”


 “난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잘 안 찾게 되더라.”


 “뭐 그렇게 되지. 안 추워?”


 “시원하고 좋아.”


 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적막만 감돌았다.


 “보고 싶었어. 엄청.”


 다원은 정면만 바라보며 말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은석은 다원의 말을 듣고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짓다가 와락 다원을 안았다. 다원은 은석에게 안기자 흐느끼며 울었고 은석의 얼굴에도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은석은 다원의 얼굴을 보며 손으로 눈물을 훑었다. 다원도 어느새 진정이 되었는지 눈물을 그쳤다. 그리고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다원과 은석은 늦가을 덕수궁 돌담길의 영국대사관 진입로를 걸었다.


 “연인이 덕수궁 돌담길을 같이 걸으면 헤어진다는 말 몰라?”


 다원이 말했다.


 “그런 말 안 믿어. 그 대신 얼마 전에 이런 말이 생겨났다.”


 “뭔데?”


 “헤어진 연인이 덕수궁 돌담길을 같이 걸으면 다시 만난다.


 그 말을 듣고 다원은 감동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겨울에도 같이 걷자.”


 기분이 좋아진 다원은 그렇게 말했다.


 


 다원과 은석은 손을 잡고 어느 겨울의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다.


 “오늘은 화장 안 했네?”


 “맨 얼굴 별로야?”


 “아니. 난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주근깨가 마음에 들었거든. 주말에 만날 때는 오늘처럼 화장 안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고. 눈 쌓이면 정말 예뻐. 직접 안 보면 몰라.”


 은석이 다원의 허리를 감쌌다.


 “눈 내린 덕수궁…”


 은석이 그 말을 하고 있을 때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어? 눈이다.”


 은석은 아이처럼 좋아하는 다원을 쳐다보다가 입을 맞췄다. 다원은 당황해서 놀랐다.


 “그런 말이 있더라고. 연인이 덕수궁 돌담길을 같이 걷다 눈이 내리면 입을 맞춰야 한다.”


 다원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으며 은석의 팔짱을 꼈다. 이어 눈발은 굵어지기 시작했다.


 “많이 내려서 제법 쌓이겠는데?”


 은석은 그 말을 하는 다원을 가만히 다원을 바라봤다. 다원도 은석을 바라보고 둘은 조금 전보다 깊고 뜨거운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눈발은 더욱 더 굵어지며 두 사람을 축복하듯이 내렸다.


 


 어느 봄날.


 명준은 에피톤프로젝트의 ‘첫사랑’을 들으며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었다.


 다원과 처음 마주쳤던 순간, 같이 등하교를 했던 추억, 고백 아닌 고백을 하던 모습, 그림을 그려주고 선물했던 장면, 대학생이 되어 취중고백을 했던 순간,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하며 다원을 안았던 기억 등을 떠올렸다.


 바람에 벚꽃이 휘날리기 시작하자 명준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그리고 다시 돌담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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